하늘하늘한 연분홍색 여름 원피스를 입은 재인이 구두 소리를 내며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들어선다. 카운터에서 예약자 이름을 말하고, 직원이 자리를 안내해 준다. 따라 들어간 재인의 눈에는 남색 반팔 카라 티셔츠를 입은 남자가 보인다.
준영이 일어서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재인씨.”
재인도 인사하며 같이 자리에 앉는다.
“안녕하세요, 준영씨. 일찍 오셨네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준영이 답한다.
“아니에요. 저도 조금 전에 왔어요.”
재인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준영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다. 분명 아빠가 보여준 사진에서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자기만의 세상이 있을 법한 범생이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단정한 헤어스타일에 적당한 두께의 눈썹 그리고 쌍꺼풀은 없지만 적당한 크기의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속으로 웃으면서 생각했다.
‘안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하여간에 부모님들은 참 사진을 못 찍으셔. 아니 이렇게 괜찮은 아들을… 형구 아저씨는 왜 그런 사진을 SNS에 올려놓으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