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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GenZ 학생들

by Pause Mar 30. 2025

미국 교수들도 젠 Z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요즘 젠지들", "머릿속이 궁금해", "학생들이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다. 특히 팬데믹 코로나 이후로 그런 것 같은데 애들이 전처럼 돌아오지 않아"


밀레니얼의 끝자락으로 간신히 GenX가 아닌 나는 Gen Z가 뭐 그렇게 특별한가? 이렇게 생각해 왔다.

사실 Gen Z 특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것은 있다.

미국 학생들은 뭔가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중고등학교 시절 학원을 가지도 않아도 되고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자 하는 아이들은 나만 잘하면 된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먹고살 있는 돈벌이는 있다.

우리나라에서 학교 다니고 학원과외하면서 주말에도 공부하는 6-10여 년의 수험생기간 동안 목표로 하는 웬만한 인서울 대학보다 R1 주립대들은 대부분 US News 글로벌 랭킹이 높다. 


지금 가르치는 R2대학 학생들을 보면서, 이렇게 학교 다니고 GPA신경 안 써도 취업이 되나 싶기도 하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하는 Alumni 졸업생들 이벤트를 가보면, 대학 졸업 후 웬만큼 주에 있는 큰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아무래도 미국에 큰 기업들이 많고, 주에 기업이 많을수록 그 주의 대학생들을 채용하기 때문에 취업난이나 취업 경쟁률 또한 한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치열하지는 않다.


시험기간이나 수업을 할 때 아프다는 메일을 제일 많이 받는다. 시험을 보는 날이면 아이들이 열이 나고 토를 해서 못 온다고 이메일이 온다. 반은 달라도 증상이 모두 다 같아서 단체 식중독이 아닌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의사 소견서 (Doctor's note)를 보내면 다시 시험을 보게 해 준다. 대학 규정 상 아픈 아이한테 무조건 병원 소견서를 요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 있어서, 교수의 재량껏 보통 점수의 70%를 받게 해 준다 (Makeup exam). 


그다음에 수업을 가르치면서 많이 받는 메일은 "Under the weather"이다. 컨디션 난조. 

코로나를 겪은 아이들이라 그런지 조금만 열이 나면, 다른 아이들을 아프게 할까 봐 못 나온다는 것이다. 간혹 온라인 학교 생활을 겪어서인지, 왜 대학 수업을 매번 나와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하거나 선택적 출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흔히 받는 내용의 학생들 이메일.

브런치 글 이미지 1
브런치 글 이미지 2

수업시간에 게임을 하는 친구들, 휴대폰을 하는 친구들, 헤드폰을 끼고 있는 친구들. 다양성을 볼 수 있다. 물론 앞자리에는 수업 시간에 잘 듣고, 조별 토론도 잘하고, 수업 활동 (In-class activity)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있다. 대학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의 참여율과 학습률을 높이기 위해 강의 위주가 아닌 수업시간에 토론 및 참여를 장려하는 Flipped Classroom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다양한 수업 방법 (e.g., Research-based teaching, active learning methods)을 연구하고 가르치려고 하며, 교수진들의 워크숍을 장려한다. 


서부에 있다 중부에 와서 가르치면서 느낀 건 그래도 중부 시골아이들이라 순수하고 착한 면이 더 있다고 해야 할까. R1보다는 R2에 있는 학생들이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소득층이 낮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학생이라도 학교보다는 일이 우선순위에 놓이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교수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미국 대학에서의 과제가 더 많다고 한다. 사실 매주 뭔가 채점하고 할 게 있어서 나도 학생도 할 게 많은 건 매한가지다.


과제를 줄이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이곳은 강의계획서 (Syllabus)도 시스템에 올려놓고, 매년강의평가(Teaching evaluation)에서 시험 문제, 채점표, 학생 과제 샘플들을 모아놓은 포트폴리오도 내야 한다. 고소의 나라 미국에서는 간혹 학생들이 본인들의 불만족을 리포트를 하기도 한다. 가령, 최근 Python 같은 프로그램을 듣는 필수 과목이 생기면 어떤 학생은 왜 이런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필요가 없다는 등의 내용을 학과장에서 메일 보낸다. 비싼 학비 내고 배우는데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학생 생각은 다른가보다. 


강의 평가에서의 학생들의 만족도와 피드백은 생활기록부처럼 다른 대학에 이직을 할 때 내야 하는 강의 성적표가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Freedom of Expression, 표현의 자유에 많은 가치를 두는 미국의 교육 방법이라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면 절대 평가인 이곳에서 학점 잘 주고 기회를 많이 주는 쿨한 교수진이 되는 것이 학생도 좋고 나도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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