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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 Jul 18. 2023

00. 프롤로그- 5개월만 운동해도 인생이 바뀐다

지금 당장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나는 저질체력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살도 근육도 하나 없어 남들보다 체력적으로 두 배는 더 힘든 삶을 살았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도 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몸을 움직이는 게 싫었고 땀 흘리는 건 딱 질색이었다. 운동을 왜 해야 돼? 안 해도 아무 문제없잖아. 공부하느라, 과제하느라, 또 뭐 하느라.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러면서 먹기는 누구보다 더 잘 먹었으니 마른 비만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마른 비만. 몸에 근육이 없어 팔다리는 마르고 뱃살만 나오는 거랬다. 내가 마른 비만이라는 걸 알게 된 건 대학생 때였다. 현장체험학습을 갔다가 우연히 인바디를 쟀는데, 결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근육량 표준 이하, 30%를 훌쩍 넘는 체지방률. 인바디 결과지에 찍힌 내 모습은 누가 봐도 마른 비만이었다.



아직도 그 직원 분의 말이 기억난다. "여기 보시면 골격근량이 표준 이하에요. 그래도 다리 근육은 좀 있으신데 팔 힘이 많이 없네요. 운동을 좀 하셔야 돼요." 운동을 좀 하셔야 돼요, 운동을 좀 하셔야 돼요, 운동을 좀 하셔야 돼요...... 그 말이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았는데, 그 인바디 결과지를 본 후로 뼈저리게 실감이 됐다. 내가 얼마나 근육이 없는지, 내 몸이 얼마나 좋지 않은 몸인지 말이다.



그날 우연히 잰 인바디는 내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서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도 몰랐지만 유산소 운동보다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건 본능적으로 알았다. 헬스장은 가지 않았다. 가격이 부담되기도 했고, 우선 운동을 할 의지와 습관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다.


매일 삼십 분씩 운동을 했다. 워낙 저질체력이라 1kg짜리 아령을 드는 것도 힘들었다. 다리 근육을 키우기 위해 앉았다 일어나는 운동을 했는데, 열 개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운동하는 시간보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더 길었다. 부끄럽지만 그 정도로 저질체력이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이십 개씩 4세트를 하다가 점차 개수를 늘렸다. 아령 무게도 너무 가볍다 싶으면 1kg씩 늘렸다. 그리고 매일 만 보씩 걸었다. 실내자전거를 타는 것도 시도해봤지만 지루해서 십 분 타다가 그만두기 일쑤였다. 나에게는 걷기가 최고였다. 햇빛도 쐬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횡단보도가 나오면 잠시 멈춰서 쉴 수도 있었다.



기껏해야 하루에 삼천 보, 많이 걸으면 사천 보 정도 걸었는데 지금은 매일 만 보를 걷는다. 여유가 있을 때는 만이천 보, 만삼천 보까지 걸었다. 만 보 정도 걸으려면 최소 한 시간 반을 걸어야 하는데, 나는 그 시간이 좋다. 걸으면서 생각 정리도 할 수 있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도 할 수 있고. 걷다가 음식이 맛있을 것 같은 가게가 보이면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가기도 한다. 걷다 보면 평소에는 모르고 그냥 지나치던 것들이 눈에 잘 들어온다. 보들보들한 강아지풀, 활짝 핀 꽃, 아파트 외벽에 그려진 예쁜 벽화 같은 것들. 걸으면서 볼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운동을 시작한 지 한두 달 지났을 때는 기껏 시간을 들여 매일 운동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답답했다. 아무리 헬스장 안 가고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거라지만 이럴 수가 있나. 이까짓 운동 당장 그만두고 싶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운동한 지 얼마나 됐다고. 아직 1년은 커녕 6개월도 안 됐는데 금방 포기해 버릴 거야? 끈기 있게 조금만 더 해보자. 운동하기 싫어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운동을 했다. 아무리 피곤하고 하기 싫어도 이를 악물고 운동했다. 신기하게도 처음엔 그렇게 하기 싫던 운동이, 매일 꾸준히 하다 보니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운동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였다. 신기했다. 운동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내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운동을 하고 있다니. 과장을 좀 보태서 이건 기적이었다.



체력이 좋아졌다는 걸 느낀 건 운동을 시작하고 딱 5개월부터였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자기 바빴는데, 지금은 공부도 취미생활도 거뜬하게 할 수 있다. 지하철을 타면 계단 열 개만 올라가도 힘들어서 헉헉댔는데 지금은 연속으로 올라가도 아무렇지도 않다. 뭘 하든지 운동하기 전보다 확실히 덜 지치고 덜 피곤했다. 단지 매일 삼십 분 동안 근력 운동만 했을 뿐인데, 이게 점점 쌓이고 쌓이니 체력이 좋아졌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이렇게 중요하구나. 신이 났다. 효과가 느껴지니까 그때부터 더 열심히 운동을 했던 것 같다.



  일찍 운동을 시작할 , 이라는 후회는   없이 했지만 운동을  했을까 후회한 적은 없다. 매일  분이라도 좋으니 지금 당장 운동을 시작해라. 일주일에 한 번 몇 시간씩 빡세게 운동을 하는 것보다  분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낫다. 운동을 하면  힘들고 피곤할  같지만, 절대 아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운동을 할수록  힘이 나고 체력이 좋아진다. 나는 오늘도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집을 나선다. 걷기 위하여.  몸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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