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_나와의 대화
(2020. 10. 13 18:18)
완벽주의를
내려놔야하는 때가 온 것 같다.
항상 내 인생은
반짝반짝 윤이나는,
일절의 흠집을 용납할 수 없는
완전하고도 무결한
상태여야만 한다라고
집착하는 어떤 고집같은게
'자부심'이라는 형태로
나를 구성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은 길고
아무리 여태까지 흠결없는 상태로 지켜내었다한들
이 상태로 언제까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그러니까 멈춰있는 상태,
즉 도태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지뢰찾기 게임 같다고 생각한다.
마우스 오른쪽 키를 누르면
빨간 깃발이 세워져서,
폭탄이 있는 곳에 빨간 깃발이 있으면
폭탄이 제거되는 게임이었던 것 같은데
폭탄을 전부 제거하고싶은 욕심에
지뢰찾기의 판을 전부 빨간색 깃발로 채우면
게임이 안된다.
결국 깃발을 하나씩 제거해가며
지뢰를 터뜨릴 때까지
회색의 네모판을 눌러가다
지뢰를 만나야지만
게임이 끝난다.
내 인생은 마치
빨간색 깃발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 채워져있는 모양 같다.
그냥 그 상태로 멈춰버린 게임판 같다.
'안된다'
이 말에 왜이렇게 맹목적이었을까.
그것이 나를 무난한 길로 이끌어주었음은
분명 사실일테지만
인생은 안전하게만 흐를 수 없는 종류의 것 같다.
시간은 흘렀지만
역사는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항상 신경이 곤두서서
무엇을 향하는지도 모를
두려움과 무서움에 쫓겨서
왜그렇게 강박적으로 열심히 열심히만 살아왔는지.
극도의 안전한 길만을 택해왔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받을 수 있는 복도
많이 놓쳐왔는지도 모르겠다 ...
뭐가 바뀐건 아니지만 그래도
완벽한 나를 내려놓고
허술한 나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는데에서
음 역시 아직 좀 거부감이 들지만 아무튼
일단 시작을 했으니까.
앞으로의 인생은
아마도 지뢰밭이겠지만
그래도 뭔가
역사가 이루어져가는
신나는 인생이
되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조금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