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반성문 : 팀장에서 두 번 잘리고 나서야 깨달은 것들』 EP.11
팀장이 되고 나서 리더십 콘텐츠를 많이 읽었다. 처음에는 모두 옳은 말인 줄 알고 무지성으로 적용했다. 그러나 팀원마다 살아온 배경, 가치관이 다르다. 때로는 결과가 좋지 않기도 했다.
구성원의 신망이 높은 임원급 선배가 말했다.
"리더는 직접 경험으로 부딪혀 가면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정답을 맞힐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오답노트를 하나씩 써내려 나가야 한다.
2개의 팀을 운영하면서 얻은 러닝들을 간단히 남겨본다.
팀장의 하루는 채용, 회의, 육성, 보고, 의사결정 5가지로 가득 찼다. 나 역시 실무의 대부분을 근무시간이 끝나고 할 수밖에 없었다. 즉, '커뮤니케이션'이 반이다.
돌이켜보면 단어 하나하나, 말 한마디, 글 한 문장도 전략적으로 전달해야 했다. 사소해 보이지만, 소통의 파편들이 모여 조직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특히 (업무 강도가 높은) 스타트업이라면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숨도 못 쉬게 바쁠 때는 올바른 소통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특히 경영진을 보고 '나도 저렇게 해도 되겠지'라고 방심하기도 했는데, 큰 실수였다. 대표는 잘리지 않는다. 그러나 팀장은 잘릴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원칙"이 필요했다.
책을 통해 나의 "말과 글" 역량을 점검하고, 원칙을 마련 중이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의 글쓰기≫, ≪어른답게 말합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기자의 글쓰기≫, ≪유연함의 힘≫이 도움이 되었다.
인상 깊은 구절을 짧게 발췌해 봤다.
대통령께 가장 많이 지적을 받은 건 단어였다.
대통령은 내가 쓴 단어를 다른 단어로 고쳤다.
죄송하게도 고친 단어가 더 문맥에 맞았다.
어떻게 해야 고치는 수고를 덜 수 있게 해 드릴까 고민했다. 그리고 방법을 찾았다.
내가 쓴 단어를 사전에서 다시 찾아보는 것이었다.
두 가지를 점검했다.
내가 쓴 단어의 유의어 중에 더 적절한 게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예문을 꼼꼼히 읽으며 내가 문맥에 맞게 단어를 썼는지 재차 확인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훈련이 필요하다.
길게 말하는 것과 짧게 말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한마디로 하면 무엇인지’ 묻는 방식으로 짧게 말하는 연습을 하게 하고,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길게 말하는 훈련을 시킬 수 있다.
물론 둘 다 중요하다.
≪강원국, 어른답게 말합니다≫
시간은 감정을 변화시킨다. 슬픔도, 분노도 지나면 무뎌지듯이. 직책을 맡은 후 이해관계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늘어난 사람만큼 수많은 감정과 안건들이 도사렸다. 어제는 경영진에, 오늘은 타 부서에, 내일은 팀원에게 문제가 생긴다.
문제는 '문제의 과부하'다.
스스로 벅차다고 느끼면 의사결정의 질이 낮아졌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양생'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묵혀있는 것들을 비워낼 시간이 필요했다. 의도적으로 한 발짝 떨어져서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소설을 쓴 후, 한 차례 긴 휴식을 취합니다. 가능하면 보름에서 한 달쯤 작품을 서랍 속에 넣어두고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립니다. 혹은 잊어버리려고 노력합니다. 그사이에 여행을 하거나 번역 일을 몰아서 하기도 합니다.
장편소설을 쓸 때는 일하는 시간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공장 등에서의 제작 과정에, 혹은 건축 현장에 ‘양생’이라는 단계가 있습니다.
제품이나 소재를 ‘재워둔다’는 것입니다. 그냥 가만히 놔두면서 바람을 쐬게 한다. 혹은 내부가 단단히 굳도록 한다는 것이지요.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양생을 확실하게 해주지 않으면 덜 말라서 무른 것, 고르게 배어들지 않은 것이 나오고 맙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좋은 동료를 잘 만나는 운을 '셋복'이라고 부른다. 사람을 만나는 데는 '운'이 따른다. 하지만 그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에는 반드시 '운'만 작용한다고 볼 수 없다.
조직장 역할을 하면서, "인간관계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경영진의 의견을 무조건 수용하고, 팀원에게는 칭찬만 하면 얼마나 편할까? 모두에게 미움받지 않고 착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팀장은 때로 이의제기와 피드백을 해야 한다. 싫은 말을 꾹 참고, 결과가 나쁘면 내 책임이 되더라.
개인적으로 쉽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반대, 훈계, 쓴소리를 싫어한다. 당연히 싫어할 말을 뱉고 도망칠 수도 없고, 심지어 상대방을 설득시켜야 하기에 더욱 어려웠다. 착한 말투 쓰기, 의견 먼저 물어보기, 밥 사주면서 피드백하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실패도 많이 했다.
문제의 본질은 '스킬'이 아닌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답게 말합니다≫에서는 소통의 바탕에 '따뜻함'이 깔려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공감이 가는 구절이다. "이 사람은 해를 끼치는 않는 사람이다."라는 안심이 깔려있다면 피드백에도 오해가 쌓이지 않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커디 교수에 따르면
첫인상을 좌우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사람들은 첫 만남에서 따뜻함과 유능함으로 판단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더 중요하고 우선하는 것은 따뜻함이고, 따뜻함으로 먼저 신뢰를 얻어야 비로소 유능함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능력을 뽐내면 도리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타인의 능력은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국, 어른답게 말합니다≫
팀장이 되기 전에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나쁘다고 생각했다. 미디어에서 마치 불법처럼 얘기하기도 하고, 실무 성향 역시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팀장을 하면서 '마이크로 매니징의 필요성'을 배웠다. 처음 팀장을 맡고 나서는, <업무 가이드>나 <중간 점검 빈도>를 '내가 바라는 수준'으로 설정했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싫어하는 내 입장에서는 나름 '배려'였다. 하지만 팀원의 연차, 역량, 성향에 따라 시행착오가 발생했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안 하니 누군가는 더 힘들어했다.
팀장의 역할은 팀원의 결과를 성공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은 과정까지 좋아야 한다. 때로는 '마이크로 매니징'이 필요하다. 팀원에 따라 <가이드의 범위>와 <중간 점검의 빈도>를 결정해야 한다.
실무자로서 기피하고 싶은 상황이 있다.
'한 번 할 거 두 번, 세 번 일하는 것'
'기껏 했는데 막판에 가서 전략을 바꾸는 것'
반대로 조직장이 되니 청개구리가 되었다. (고객 대상) 런칭까지 계속 놓친 것은 없는지, 더 나은 방향은 없는지 끝까지 확인하고 싶어 진다. 왜 파일명이 '최종'이 아닌 '최최종'이 되고, '진짜 최종'까지 가는지 이해가 됐다.
문제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2차 조직장, 3차 조직장, 대표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의사결정의 주도권이 분산될 수 있다. 1차 조직장이 내린 의사결정을 상급자나 대표가 바꿔버리면 팀원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혼란스러워진다. 또한 업무의 기준점이 여러 개가 되어 괴롭다. 조직이 '합리적인 의사결정', '투명한 토론문화',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등을 지향해도 이 문제는 없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의중을 헤아려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이 최선이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의사결정의 주도권이 한 곳으로 좁혀져야, 팀원들이 명료하게 일할 수 있다.
*최종의사결정권자 (DRI)
완전한 위임을 한다는 것은 그 일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임을 의미합니다.
최종 의사결정권자를 우리는 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을 줄여 DRI라고 부릅니다.
최종 결정을 한다는 것은 독단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정보와 의견 속에서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경청하는 것이 모든 DRI의 가장 중요한 직무능력 중 하나입니다.
출처 : 토스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가지려면, 모두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결국, 실력이 좋아야 한다. 실력은 성공 경험으로 증명된다.
나만의 성공 방정식으로 팀에 이 블록을 하나씩 쌓아가야 한다.
사람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일관성'이 있을 때 '안전함'을 느끼는데, 이게 깨지면 신뢰에 균열이 생긴다. 다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관성'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회사 자원 변동 등... 스타트업은 더욱 그렇다.
'일관성'의 예방보다, 사후 대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망하더라도 포기한 이유를 설명하는 리더가 있는가 하면, 그대로 뭉게 두고 넘어가는 리더도 있었다. 나는 전자가 좋았다.
사무실은 일상의 반 이상을 보내는 곳이다. 함께하는 리더의 가치관과 미래행보가 중요한데, 어찌 됐든 "이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유 없이 일관성을 잃는 경우 신뢰가 도미노처럼 계속해서 깨져갔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지?" 계속 의심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어제 A를 한 이유는 B 때문이었어." 매일 팀원을 붙잡고 얘기할 수는 없다. 적재적소에 소통할 필요가 있다. 나도 조직장으로서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시간을 들여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백종원은 처음 식당을 할 때 손님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과도하게 인사하고, 동네 청소를 하는 등 지나치게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이, 오히려 백종원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
식당에서 또래가 갑질을 해도, 본인은 굽실댈 수밖에 없으니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고 한다. 매일 스트레스를 받아 술로 풀기도 했고, 이 자기부정을 사업 실패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https://youtu.be/9OXEKDZUZAE?feature=shared
이후 백종원은 구사일생으로 다시 식당을 열었다.
이번에는 본인이 "진심으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사람을 대했다.
그제야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재밌게 식당일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백종원은 지금도 멘토링하는 사장님들에게 강조한다.
지나친 친절은 반드시 반대급부를 만듭니다.
내가 마음이 허락하는 정도의 친절만 해야 합니다.
유희열 : IMF 터지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돌아온 이 순간부터 백 대표님 것 같아요. 지금부터는. 그전에는 남의 것 같았어요.
백종원 : 그러면서 그전에 하던 것을 안 해요. (손님이 들어오면 지나치게 굽신굽신 인사하는 것)
내가 정한 룰이 뭐냐면, 손님과 내가 목욕탕에서 만나면, 할 수 있는 범위.
이 사람이랑 목욕탕에서 만나면 "아이고 사장님 안녕하세요! (만사 제쳐 두고 깍듯하게)"
이걸 할 건가유? "사장님 오셨어요.(평범하게)" 이러겠죠.
그러니까 너무 편한 거예요. 스트레스도 안 받고.
그전에 하던 건 손님을 위한 친절보다는 자기만족이었죠.
"아이고 사장님 (굽실 대며)" 이렇게 하는 게
생활이 될 수 있겠냐고요.
유희열 : 진심이 아니었던 거네요. 지금은 진심인 거죠.
백종원 : 그러면서 소문이 나면서, 저녁 장사가 잘되면서 포장마차를 하게 됐어요.
≪백종원, 대화의 희열 중≫
한 구절 한 구절 공감이 갔다. 나 역시 조직에게 100% 솔직하지 못했다. 나의 건강에 해가 되거나, 나답지 못한 행동, 솔직하지 못했던 사안들은 나중에 꼭 탈이 났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약속하는 일도 중요하다.
2번 연속 '팀장 보직 해임'은 뼈아픈 경험이었다.
그 아픔만큼 '리더십', '팔로워십', '인간관계'에 대해
값진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고, 도와주며
'더불어' 살아간다.
이 배움들이 앞으로 내가 함께할 팀과 동료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