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0. 아프리카 여행기 Part II-1
케냐에서 한 6박 7일간의 사파리 투어 둘째 날도 역시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서 시작합니다. 하루 종일 밀림의 동물에 둘러싸여 있다가, 마사이 마을도 방문했습니다.
꿈에 그리던 아프리카, 그곳을 2017년 추석 황금연휴 기간에 다녀왔습니다.
Part I은 여행 준비에 대한 내용,
Part II는 본격적인 여행기,
Part III는 여행 후기입니다.
이 글 Part II-1은 6박 7일간의 케냐 사파리 투어에 대한 내용입니다.
09/25 Monday
Main Attraction :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 마사이 마을
한없이 꺼져 내려가는 매트리스에서 기어 나와 잠을 떨쳤다. 둘째 날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마사이마라에서 게임 드라이브를 한 뒤 해지기 전에 마사이 마을을 방문하는 것이 일정이다. 우리 그룹은 '아프리칸 타임'을 몸소 실천하며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다 캠프장에서 가장 늦게 출발했다.
<아프리칸 타임 African Time>
아프리카의 시간에 대한 태도, 개념을 일컬어 부르는 말.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신경 쓰지 않고 늦는 것이 일례이다. 매우 여유로운 -그러나 어떻게 보면 게으른 태도로,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지하철 열차에 아직 다 타지도 않았는데 문이 닫힌다고 안내가 나오는 것과 같은 ㅋㅋ)와 매우 상반되며, 시간에 대해 조바심을 내는 사람에게 하쿠나 마타타 Hakuna matata (No problemo~ 같은 의미)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도 최근에 처음 들었는데, 한국인이 약속시간을 잘 안 지켜서 생긴 말이라며? 허허 ^^; 아프리칸 타임과는 뉘앙스가 다르지만.
게임 드라이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운 좋게도 초원에서 쉬고 있는 치타 커플을 보았다. 치타의 우아함에 탄성을 질렀다. 저 패턴, 저 요염함.. 그런데 사파리를 하다 보면 부상 입은 동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진짜 야생이다 보니. 요 녀석들도 여기저기 생채기가 있다.
저 멀리 새들이 몰려있어 가보니, 포식자가 남긴 사체를 먹으러 몰려든 새 무리였다. 여긴 왠지 으스스하게 생긴 새들이 많았다. 역시나 대장급 먼저 달려들어 먹고, 짬이 안 되는 아이들은 주변에서 서성이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동물의 향연에 정신을 못 차리던 우리. 그리고 우리 차가 거의 처음으로, 저 멀리 우두커니 서 있는 코뿔소를 발견했다. 바람결대로 움직이는 풀 사이로 위엄 있게 서있는 거대한 코뿔소. 하나 둘 다른 차량이 도착해 코뿔소 주변을 빙 둘러쌓았다. 하지만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숨을 죽이고 이 아이만을 바라봤다. 너무 멋졌다.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안에서는 차에서 내려 도보로 걸어 다닐 수가 없는데, 어느 강 부근에서 파파가 우리를 떨궈주며 하마를 구경하고 오라고 한다. 레인저(국립공원 감시원 정도 되겠다)가 동행해서 하이킹도 하고 하마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구역이었다. 하이킹은 1시간이 채 덜 걸리고, 레인저에게 팁을 지불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파파의 조언으로는 인당 50-200쉴링이 적절하다고 했다. 우리 그룹에 레인저 한 분이 동행하시면서 설명도 하면서 이끌어 주었는데, 다 같이 상의해서 총 300쉴링를 레인저에게 줬다. 모처럼 차에서 내려 걷는 것도 좋았지만, 강가 바위에 폰을 떨어뜨려 스크린이 아작 났다는 아주 슬픈 일화가 전해진다...
하이킹을 마치고 피크닉 스타일로 점심을 먹었다. 숙소에서 싸준 샌드위치와 닭다리를 뜯으며 기분 좋은 햇살을 즐겼다. 맛은 그럭저럭..
다시 차에 올라탔는데, 하루 종일 마사이마라에서 보내는 일정이라 깊숙이 남쪽까지 내려간 모양이다. 탄자니아와 케냐를 사이에 둔 돌을 구경했다. 국경 아냐? 그런데 돌만 덩그러니 있고 지키는 이도 아무도 없었다.
사진 욕심이 크진 않지만, 그래도 아프리카에 가니 동물들은 사진에 담아와야 되지 않겠나 싶어 똑딱이 줌 카메라를 마련해 간 것이었다. 그런데 야쉬 아저씨의 불타는 사진 욕심 덕분에 저거 찍고 싶어요, 잠깐만 세워주세요, 이런 요구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먼저 알아서 Papa, stop, slow, slow, please papa!! No!! Stop!! Papa what is that? Papa tell me the spelling.. 그의 극성맞음 덕분에 다양한 동물의 이름과 스펠링까지 알게 되었다. 어느 순간 보니 카탈루냐 처자들은 야쉬를 엄청 미워하고 있었다. 짜증 난다면서... 마사이마라에서의 마지막 날까지 수그러들지 않는 그의 사진 욕심에 우리는 너만큼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아! 어차피 여기서 서도 우리 카메라로는 저 멀리 있는 거 찍을 수도 없단 말이야! 이러면서 투정을 부렸더랬다. 스페인어로 디에고랑 꿍시렁대며 웃기도 하던데 바로 옆에 두고 흉도 많이 본 모양이다. ㅎㅎㅎ 군인 출신 야쉬 아저씨는 개의치 않아했다.
게임 드라이브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네시 반쯤. 다음 일정은 마사이마라족이 사는 마을을 방문하는 것이다. 가기 전 조사할 때부터 여긴 왠지 별로 가고 싶지 않았는데, 그냥 다들 가는 분위기이길래 나도 가기로 한다. 20대 초반에 인도 여행을 가서 타지마할 입장료가 비싸다며 안 들어갔던 졸라 병신의 전설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리라... >_<... 그래서 이번엔 뭐 별로일지라도 한 번 가보기로 한다.
숙소에서 10분쯤 걸어가니 마사이족 마을이었다. 마을 이래 봐야, 아주 규모가 작다. 마을 입구 앞에서 족장의 아들이 우리 관광객 무리 약 15명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며 입장료 15달러를 걷었다. 우리의 똑똑한 카탈루냐 처자가 그 입장료는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것이냐고 묻자, 전기세,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방면에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고 대답했다. 아프리카 사람들, 영어는 한다 해도 아프리카 억양이 있는데 이 족장 아들, 억양이 없다. 영어가 아주 우아하시다. 흠. 꺼림칙하다. 어디서 배운 거지?
입구에 들어서자 운동장 크기만 한 아담한 마을 초입에 남자들이 마사이마라의 트레이드마크인 담요 같은 것을 둘러맨 체 서있다. 그리고 소개 후 부족 노래와 함께 그 유명한 점프 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높게도 잘 뛰시네 ^^ 구경하는 우리 중 여럿을 불러내어 점프를 시킨다. 너무 웃겼다. 나도 담요를 둘러메고 사진도 찍고 ^^;;
공연 후에는 나무로 불을 만드는 걸 보여준다. 음.. TV 채널 돌리다가 정글의 법칙에서 여러 번 본 적이 있어 아무 감흥이 일지 않았다. 갑자기 족장 아들이 모자를 들고 오더니 불과 며칠 전에 사자를 사냥했는데, 우리 부족은 그럴 때면 사자 가죽으로 모자를 만든다고 한다. 저걸 믿으라고 하는 얘긴가. 이들의 실상이 어떠한지 알 길이 없지만, 관광객을 머리에 돌만 든 바보로 여기고 대충 이런저런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만사 오케이라고 여기는 태도가 불쾌한 것이었다. 관광객이야 매일 올 테고 그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짜인 연극같이 번갯불 콩 구워 먹듯 해치워버리는 모습에 진실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애초에 그래서 마사이 마을에 오기 싫었던 것이지만서도.
그리고 부족 한두 명 당 관광객 한두 명을 맡아 자기들이 사는 집 안으로 초대했다. 겉으로는 자기들이 사는 모습을 구경하고 생활상도 보여주는 것이라지만 사실은 우리 이렇게 힘들게 산다고 대충 얘기해주고 기념품 강매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런데 그 어두운 흙집에 들어가서 사는 모습을 보면 이건 안 살 수가 없다. 안 사려고 발악을 했지만 1+1 마케팅을 시전 하셔서 결국 나도 10? 15달러를 주고 조악한 팔찌를 샀다... 씁쓸했다.
집들이가 끝나고 나오면 마을 옆에 아주 대놓고 장사판을 벌여놓았다. 액세서리부터 작은 조각, 천으로 만든 것 등을 파는데, 앞 공연 파트가 남자들 담당이라면 물건 판매는 여자들 담당이다. 여기서도 살 마음이 없었지만 둘러보니 예쁜 것들이 보여 이것저것 구매했다.
케냐 하면 떠오르는 마사이족, 그래 이 마사이족이 사는 마사이 마을 방문이 만족스러웠냐 하면 그렇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마사이 마을이 포토제닉 했냐, 뭐 그런 것 있잖나, 모든 것이 사진을 찍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멋들어지진 않더라도 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냐 하면, 그것도 그렇지 않다. 카메라를 들이밀기가 민망하다. 마을은 터무니없이 작고, 조악하고, 환경도 아이들도 비위생적이고, 뭐 그렇다. 내가 깨끗해서 그들이 불결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모든 조악함과 비위생적임에 대한 더 근본적인 의문이 들어서.
숙소로 돌아와서 같은 그룹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모두에게 씁쓸한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한 친구는 그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족장 아들이 품 속에서 아이폰(!!!)을 조심스럽게 꺼내 전화 통화를 하고 다시 몰래 넣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나는 족장 아들의 마사이 담요 아래로 눈부시게 새하얗던 메리야스를 기억한다. 매일매일 관광객들이 와서 인당 15달러를 지불할 것이다. 마사이마라로 사파리를 주관하는 에이전시들은 마시이마을로 끊임없이 관광객을 수급해주겠지. 서로서로 편의를 봐주며 하는 장사일 게다. 닳고 닳은. 하지만 여전히 마사이족은 열악한 흙집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빼빼 말랐다. 어린아이들은 코를 찔찔 흘리고 있고 얼굴에 수십 마리의 파리가 기어 다녀도 그게 일상인 듯 가만히 있다. 그 돈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누구의 배를 불리는 것일까? 부패도 높은 케냐, 나아지지 않는 생활. 나는 정말 궁금했다.
둘째 날도 저녁과 함께 술을 마시며 카드게임을 했다. 다들 피곤한 탓인지 첫날보단 살짝 흥이 가라앉았다. 마사이 마을 때문이었는지도 몰라.
미티 밍기 에코캠프 Miti Mingi Eco Camp
Part II. 여행기
Part II-1. 사파리
Day2. 케냐에 가보았습니다.
Day6. 케냐에 가보았습니다.
Day7-1. 케냐에 가보았습니다.
Part II-2. 해안도시
Day7-2. 케냐에 가보았습니다.
Day8. 케냐에 가보았습니다.
Day9-1. 케냐에 가보았습니다.
Day9-2. 탄자니아에 가보았습니다.
Day10. 탄자니아에 가보았습니다.
Day11. 탄자니아에 가보았습니다.
Day12. 탄자니아에 가보았습니다.
Part III. 여행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