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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Feb 06. 2024

간호지식 활용하는 찜질방 박반장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늘 기억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버리면 잊어버리게 된다. 간호사를 그만두고 간호지식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간호강사를 하면서 다시 지식들을 익히니, 찜질방 박반장 일하는데 도움이 된다. 간호학원 강사와 찜질방 박반장의 교집합. 절대 없을 것 같은 직종이지만 신기하게 콜라보를 이룬다. 처음에는 '이렇게도 활용이 되네.' 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라기도 한다. 자꾸 두 분야를 접목시키기고 싶을 때가 많다.





 일을 하다 보면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가 다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간호지식으로 일을 할 때는 항상 '신체 역학'을 적용한다.


글 쓰다 잠깐 전하는 간호 상식


신체 역학은 물체를 들어 올리고, 몸을 굽히고, 움직이는 것과 같은 활동을 할 때 근골격계와 신경계의 통합된 노력으로 신체선열과 자세 및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신체역학의 원리를 올바르게 적용하면 근골격계와 신경계의 손상을 예방하고, 근육의 과도한 긴장 없이 균형 있게 신체를 움직이고,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관절과 근육의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신체 균형은 잘 이루어지려면 기저면(땅)이 넓을수록, 중심이 낮을수록 좋다. 기저면은 발을 넓게 벌림으로써 넓어진다. 중심은 엉덩이와 무릎을 웅크린 자세로 굽힘으로써 쉽게 낮 출 수 있다. 서 있는 자세보다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자세가 더 안정적인 상태이다.



 그래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이동시킬 때, 허리를 숙이는 게 아니고 무릎을 굽힌다. 무게중심이 낮춰 안정성이 높이기 위함이다. 물건을 들어 올려야 할 때는  물건 가까이에 서고 다리를 넓게 벌린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무거운 걸 들거나 이동할 때 적용한다. 빨래방에서 빨래를 뺄 때도 다리를 최대한 벌려 무게중심을 낮춰 일한다. 한 끗 차이인데, 이 원리를 모르고 그냥 무턱대고 힘을 쓰다가 다치는 사고가 난다. 특히나 찜질방 안에 일하시는 분들은 연세가 있으시니, 다치시면 큰일 난다. 그래서 이 원리를 알려드려 사고를 예방하고자 노력한다.




하루는 한 손님이 '기립성 저혈압' 증상으로 약간 쇼크 증상을 보인 적이 있다.


글 쓰다 잠깐 전하는 간호 상식


온탕에 오래 있게 되면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이란, 앉거나 누워있다가 일어나는 등의 행동변화에 따라 혈압이 떨어져 뇌로 가는 혈류 공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질환이다. 장시간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거나, 온탕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일어나거나,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자다가 갑자기 일어날 시 순간적으로 핑 도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할 수 있다. 증상으로 두통, 목이 뻣뻣함, 전신 무력감, 어지럼증 등이 있다. 예방법은 갑자기 일어날 때 천천히 몸을 일으켜 혈압의 급격한 변화를 방지하는 것이다.




 옷장 열쇠를 고치고 있는데 급하게 직원이 달려왔다. 탕에 오래 앉아 있다가 어지러워 누워있는 손님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달려가서 의식부터 확인했다.


"손님, 괜찮으세요?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어요?"


또렷하게 얘기하진 못하셨지만 의식은 있었다. 실신하다 다른 곳이 다치는 경우도 있는데 외상도 없었다. 너무 어지럽다고 호소했다. 혈압계가 없어서 활력징후는 측정할 수 없었지만 저혈압증상인 것 같았다.


 얼른 다리를 올려 '트렌델렌부르크 자세'를 취했다. 이 자세는 일명 쇼크 자세이다.


 손님의 다리를 들어 올려 고정했다. 50~60cm 정도 수건을 높게 쌓아 다리 밑을 지지했다. 그리고 수건과 옷으로 손님을 덮어주어 체온 손실을 막았다. 이 자세는 다리 쪽의 혈액이 머리와 상체로 쏠려 혈압 상승에 도움을 준다.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액 순환을 더 원활하게 해 주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고 당황스러웠지만 그때 마침 '환자의 체위의 종류'에 대해서 강의를 하던 중이라 당황하지 않고 바로 할 수 있었다. 손님은 잠깐 실신했던 거였고 다행히 컨디션이 금방 회복되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아찔한 사고였지만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날 밤 쓰러졌던 손님 따님이 카운터로 전화가 왔다. 엄마 혼자 가셨는데, 빠르게 대처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전화였다. 뿌듯하면서 엄마 생각도 났다. 목욕탕집에 시집보냈는데 딸이 멀리 살아 오지도 못하고 혼자 동네 목욕탕에 다니고 있을 우리 엄마. (시간 내서 엄마 한번 우리 찜질방에 모시고 와야겠다)



 같은 경험을 해도 경험치와 생각의 깊이는 모두 다르다. 그래서 나의 소양을 키워야 하는 것 같다. 소양을 담는 그릇의 크기를 더욱 키워나가야겠다. 진정한 N잡러라면 Mix를 잘해야 하는 거 같다. 앞으로도 간호지식을 활용하여 찜질방 박반장의 일을 더욱 쉽게, 야무지게, 똑 부러지게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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