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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Apr 07. 2021

안가 (安家)

집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


■ 제목: 안가 (安家, 안쟈)

■ 장르 : 드라마 / 멜로 / 도시 / 직장

■ 년도 : 2020

■ 감독 : 安建

■ 주요 배우 : 孙俪,罗晋,张萌,王自健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20년 방영된 중국 상하이(上海) 배경의 드라마, <안가(安家)>입니다. 2016년 일본 드라마 <집을 파는 여자>를 중국식으로 리메이크하였습니다. 중국에선 2020년 2월에 방영을 시작했는데, 주연배우가 <후궁 견환전(甄嬛传)>의 쑨리(孙俪, 손려)이다 보니 한국으로 금방 들어오게 되어 같은 해 6월에 <안가 : Selling Dream>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채널 차이나에서 방송되었습니다.


드라마를 알게 된 건 아마도 주인공 쑨리의 웨이보를 통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후궁 견환전(甄嬛传)>을 보고 난 뒤 그녀를 팔로잉하고 있던 저는 신작 홍보를 위해 그녀가 올려둔 썸네일 영상을 보게 되죠. 사실 특별히 부동산 중개업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쑨리라는 배우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어서 꼭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 영상 속 한 장면에 꽂혔습니다. 


그건 바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상해의 고택들. 오래된 서양식 집이라고 하여 라오양팡(老洋房)이라고도 부르는 이 고풍스러운 저택들은 주로 상해의 옛 조계지 구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현재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거래될 정도로 그 예술적, 역사적 의의가 높습니다. 상해에 있을 때 라오양팡과 석고문 주택으로 대표되는 상해의 특색 있는 주거양식에 관심이 생겼던 저는 이 드라마를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상해의 한 부동산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중개업자들이 집을 판매하고 임대하는 것을 돕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부동산 중개업자의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서술합니다. 또 부동산 중개업자가 단순히 중개료만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고객을 위해 발품 팔고 그들이 좋은 집에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安家) 돕는 역할을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실제 상해 구베이(古北)에 있는 롄쟈(链家) 부동산 체인의 한 지점을 배경으로 촬영한 이 드라마는 그래서 그런지 사원증의 색깔이나 간판의 디자인 등에서 여러모로 롄쟈라는 이 부동산 체인을 연상시키는데요. 사실 롄쟈는 그저 장소를 빌려준 것뿐이고 이 드라마의 진정한 광고주는 안쥐커(安居客)라는 온라인 부동산 중개업체입니다. 아무래도 온라인 중개업체다 보니 실제 점포가 없어 롄쟈의 점포에서 촬영을 진행한 것 같네요. 부동산 중개업이라는 업계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 보니 각본을 맡은 류류(六六)는 베이징, 상하이, 안후이, 우한 등 지역의 중개업체에서 장기간 머물며 사전조사를 진행했다고 하며, 실제 드라마 속 인물들에도 사전조사에서 만난 사람들의 특징을 반영했습니다.


드라마에는 주인공을 맡은 배우 쑨리와 뤄진(罗晋) 외에도 이전에 리뷰한 적이 있는 <삼개내파(三个奶爸)>의 두 배우, 장멍(张萌, 장맹)과 톈레이(田雷,전뢰)도 나오고, 상성 연기자이자 사회자인 왕즈졘(王自健, 왕자건)도 나옵니다. 저는 여러 배우들 중에서도 특히 극 중에서 셰팅펑(谢亭丰) 역을 맡은 양하오위(杨皓宇, 양호우)라는 배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드라마를 보면서 저는 이 배우가 무조건 상하이에서 나고 자란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상하이 사람의 말투를 너무 잘 살려서요. 그런데 찾아보니 이 사람 고향은 충칭(重庆)인 게 아니겠어요? 아마 대학을 상해에서 나와서 상해 말투를 그렇게 잘 살렸나 봅니다. 이 배우들 뿐 아니라 드라마에는 인상적인 조연들이 아주 많아요. 단순히 쑨리만이 돋보이는 그런 드라마는 아닙니다.


아쉽게도 중국에서는 이 드라마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주연 배우가 무려 그 '쑨리'인데, 평점이 6점대이니 사실 좀 아쉬운 성적이죠. 저는 사실 결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별 4개를 주긴 했는데, 중국인들의 평가를 보면 주로 '중개업자가 오지랖이 너무 넓은 점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평이 많습니다. 실제 부동산 업계를 반영했다기보다는 너무 미화시켰다, 혹은 너무 가짜다, 라는 평이죠. 중국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의 이야기가 다소 거짓스럽게 느껴지는 면이 있나 봅니다. 게다가 사실 배경이 되는 도시인 상하이 외에도 중국엔 수없이 많은 도시와 그 도시의 부동산들이 존재하는데 아무래도 일반화시켜 작품으로 만들기는 어려웠겠죠.


하지만 중국인들의 평가가 어떻든 저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괜찮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는 상하이라는 도시를 구석구석 아주 잘 보여주는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석고문 주택에 사는 일반적인 사람들부터 라오양팡의 주인들까지, 또 호텔의 레스토랑부터 골목길에 있는 빠오즈(包子) 집까지, 상해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그들이 사는 집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봅니다. 또 실제로 잉공관(应公馆), 쓰난공관(思南公馆) 등 상해에 위치한 라오양팡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절충주의, 우다커(邬达克) 등 상해의 건축물들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개념들도 등장하고요. 물론 너무 상해에 포커스 되어서 중국 전역에 공감을 일으키긴 어려웠을 수 있지만 결국은 제작진의 취사선택의 문제겠죠.


브라운관으로나마 상해의 거리를 느껴보시고 싶으시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드립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첫째, 상해 거리 정말 예쁘다. 둘째,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셋째, 로우샨관(楼山关) 너무 귀엽다. 결말이 썩 맘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은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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