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홍보라고 욕해도 좋아
■ 제목: 산해정 (山海情, 샨하이칭)
■ 장르 : 드라마 / 당대 / 농촌
■ 년도 : 2021
■ 감독 : 孔笙
■ 주요 배우 : 黄轩,张嘉益,闫妮,姚晨,热依扎 등
오늘 소개드릴 드라마는 2021년 초에 방영된 따끈따끈한 드라마, <산해정(山海情)>입니다. 방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중국인들이 시청하였고, 그 평점도 9점 이상으로 좋은 편이죠. 물론 초반 평점은 약간 조작되었을 가능성도 있기는 합니다만, 웹상의 반응으로 봐도 실제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드라마는 장쟈이(张嘉益, 장가익)의 웨이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장대(装台)>를 통해 그의 매력에 빠진 저는 양숴(杨烁), 왕카이(王凯), 리우예(刘烨), 장이(张译), 우슈보(吴秀波)에 이은 덕질의 대상을 이 중년 아저씨로 삼게 되죠. 그의 웨이보를 팔로우하고 그가 나왔던 드라마를 찾아보던 저는 이 작품을 알게 됩니다. 사실 거의 마지막 회의 썸네일 영상을 올려둔 포스팅이었는데, 그때서야 드라마를 보기 시작해도 20일 안에는 볼 수 있는 양심적인 길이의 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자고 결심한 계기는, 첫째, 제작사가 믿고 보는 정오양광(正午阳光, 동 매거진에 빈번하게 등장)이라는 점, 둘째, 그 배경이 되는 지역이 드라마에 흔히 나오지 않는 닝샤회족자치구(宁夏回族自治区)라는 점, 셋째, 무려 사투리(방언) 버전이 따로 존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배우가 자신의 고향 방언으로 연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중국은 지역별 방언 간의 차이가 매우 두드러지기도 할뿐더러, 아무래도 연기가 자연스러워지거든요. 드라마 <장대(装台)>도 실제 섬서성 출신 배우들이 방언이 약간 섞인 말로 대화를 하는 부분이 많이 있고, 그런 부분이 보기 좋았습니다.
이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서북(西北) 지방 출신 배우들이 고향 방언으로 연기하죠. 제작사에서는 이 방언 버전을 제작하기 위해 방언을 알아듣지 못하고 자막도 읽기 힘든 시청자를 위한 '표준어 버전'을 따로 제작했습니다만, 저는 방언 편을 더 추천합니다. 아, 물론 말을 못 알아들어서 자막을 따라가느라 눈이 바빠지는 건 어쩔 수가 없겠지만요. 뭐 그렇게 하느라고 중국어 독해 속도가 빨라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닝샤는 어디냐고요? 아래 지도의 빨간 지역, 저깁니다. 섬서성(陕西省)과 내몽고(内蒙古)와 맞닿아있는 건조하고 사막화된 지역이죠. 저도 가보진 못했습니다만, 듣기로 닝샤에서 사막 체험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사막화가 된 지역이라는 이야기는 결국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는 이야기고, 그 얘기는 식량 조달이 힘들다는 얘기죠. 그래서 이 닝샤와 섬서성 일대, 즉 서북(西北)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중국에서 특히 빈곤 탈출이 필요한 지역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규정되어 있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중국이라는 큰 땅덩어리 안에는 서북 지역 말고도 빈곤 탈출이 필요한 다른 지역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 이 지역은 중장년층에게는 굶어 죽어도 일평생 살아야 하는 고향이지만 청년층에게는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곳으로 묘사됩니다. 외지로 나가야 이 지긋지긋한 건조함과 물 부족, 자원 부족에 시달리지 않고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죠.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물을 갈망하냐면, 사람들 이름에 죄다 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수화(水花),함수(喊水),수왕(水旺),추수(秋水) 등 마을 사람 이름에 한 글자씩 차지하는 이 '물'은 물이 이 마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심지어 마을 이름도 물이 솟아나는 마을이라는 용천촌(涌泉村)입니다. 정작 물은 쫄쫄쫄 나오는데 말이죠.
중국 정부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서북 지방의 빈곤 탈출, 그리고 중국 사회 전반적인 생활수준 개선 등을 그 목표로 삼아 움직여왔고, 이 드라마는 닝샤회족자치구의 한 마을이 그런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어떻게 빈곤을 탈출하게 되었는지 그 지난했던 과정과 결과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와, 이렇게 적어두니 참 보고 싶지 않으실 것 같네요. 하지만 이 내용은 사실이고, 이 드라마가 체제 홍보를 위해 제작된 드라마인 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이른바 이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주선율(主旋律)' 드라마인데요. 하지만 그 목적이 체제 홍보라고 해서 드라마 자체의 매력이 평가절하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가 얼마나 빈곤 퇴치(脱贫)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는지, 어느 정도가 진실이고 어느 정도가 체제 홍보를 위해 섞은 픽션인지 등은 차치하고 드라마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 저는 충분히 시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닝샤라는 지역을 시청자의 머릿속에 아주 콱 박아두는 효과가 있어요. 모래바람이 불면 움직일 수도 없고, 물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고, 일자리가 없어 외지로 나가야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곳. 젊은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벗어나고 싶은 땅이지만 또 고향이라 그대로 내버려 두기엔 마음이 쓰이는 곳. 중국의 체제 홍보 수단이라 보기 싫다는 색안경은 잠깐 벗어두고 보시면 배울 수 있는 것들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드라마에는 낯익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장쟈이(张嘉益)를 비롯해 옌니(闫妮), 야오천(姚晨), 왕카이(王凯) 등의 배우들은 특별출연을 통해 드라마를 빛내주었습니다. 특히 장쟈이, 옌니는 고향 방언인 섬서성 사투리를, 야오천 역시 고향 방언인 복건성 사투리를 사용해 연기를 해서 현실감을 높였습니다. 앞서 <도정호(都挺好)>, <아시여환수(我是余欢水)>에서 소개드린 궈징페이(郭京飞)도 이 드라마에 나오는데, 북경에서 나고 자란 베이징런(北京人) 궈징페이가 이 드라마에서 열심히 복건성 발음으로 중국어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한 명 더, 소개해드릴 배우는 러이자(热依扎)라는 배우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미 소개드린 드라마 두 편에 나온 적이 있는 이 배우는 카자흐족이라는 중국 소수민족 출신입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부분이 아니라, 이 드라마에 캐스팅되었을 당시 이 배우가 수유기였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감독이 그녀를 캐스팅했을 때 그녀는 "수유기인데, 그래도 출연할 수 있나요?"라고 되물었다고 하죠. 그리고 일부러 그런 설정으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극 중에서의 역할도 실제로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엄마의 역할이었습니다. 사막을 배경으로 촬영된 이 드라마의 촬영 환경은 분명 굉장히 열악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역할상 메이크업도 거의 하지 못한 채로 촬영을 했죠.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의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이 납니다. 연기력도 좋을 뿐 아니라 마치 그녀가 정말로 닝샤의 주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죠. 드라마에서 주목해서 보셔도 좋을 인물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드라마는 대놓고 체제 홍보를 하는 드라마입니다. 그런 소재가 싫으시다면 과감히 패스하시고,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에 대해서, 닝샤에 대해서 알고 싶으시다면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요 몇 해 동안 중국 정부가 계속 빈곤 퇴치를 제창할 때부터, 언젠가 분명히 이걸 주제로 드라마나 영화가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정말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다. 게다가 닝샤 배경으로... 방언 자체는 섬서성 방언이랑 그다지 차이는 없는데, 아무래도 자치구의 특성이 있어서 그런지 역시 좀 다른 느낌이었다. 듣기로 이 드라마, 사투리 버전이랑 표준어 버전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사투리 버전이 더 좋았다. 비록 계속 자막에 눈길을 줘야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좀 더 인간적인 느낌이 든달까? 이 드라마는 닝샤의 민닝촌(闵宁村)의 이야기를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빈곤 퇴치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어느 정도가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꽤 감동적인 편이다. 괜찮은 주선율 드라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