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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워킹맘 Nov 04. 2019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수있다. 단 이것만

감나무의 감은 얼마를 남겨야 하나

‘이건 뭐지? 너무 싼 값내놓았나?

'가격을 좀 더 올린다고 할까?’

대전 아파트를 팔려고 부동산에 내놓은 지 이틀 만에 집을 사겠다는 연락이 왔다.


실거래가와 시세를 확인하고 매도 가격을 불렀는데, 이렇게 빨리 매수세가 붙을지 몰랐다. 역시 요즘 대전 부동산이 뜨겁다는 것이 실감 났다. 매도 금액을 좀 올려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욕심부리지 않기로 하고 은행 계좌번호를 찍어 보냈다. 가계약 금을 받고도 계속 찜찜한 기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2주 뒤, 평일 휴일 하루를 반납하고 대전까지 내려가 계약서 쓰고 돌아오는 길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사이 같은 평수 아파트 호가가 2천만 원이나 올라 있었다. 왠지 호구가 된 느낌을 지을 수 없었다.


(남편)"그래도 이 만큼 이익이 났으니 됐어. 뭘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

"모르겠어. 그냥 기분이 별로야."

"기분 풀어. 돈 벌었으니 가방 하나 사줄까? 다연 엄마 필요하고 있으면 맘대로 사~"


가방까지 사주겠다며 위로하는 남편 덕에 기분이 잠시 풀렸다. 사실 올해 초에 팔려고 내놓으려다가 세입자 만기 시점이 맞지가 않아 매도늦추게 되었다. 만약 그때 팔았다면 지금 손에 쥐는 것의 절반도 못 미치는 돈을 쥐었을 것이다. 예상했던 수익률을 넘어 매도한 것인데 나는 왜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걸까?


두 달 전 잔금을 치렀던 파주 아파트 생각이 났다. 대전 아파트와는 정반대로 타이밍을 놓쳐 단지 내 최저가 급매로 내놓아 팔았다. 다행히 손해보지 않고 팔았지만 도 타이밍을 놓쳐서 2천만 원 이상 수익금은 떨어진 상태였다. 이 아파트 잔금 치르는 날은 반대로 기분이 좋았다. 최고가로 팔 수 있을 때를 놓쳐 팔게 된 것인데 나는 왜 기분이 좋았을까? 계약서를 쓴 이후로 시세는 더 떨어졌고 잔금을 치를 때는 내가 판 금액보다 1~2천 낮은 금액으로 물건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지금이라도 잘 팔았어. 조금만 늦게 팔았으면 이 정도도 못 벌었을 테니 말이야.’


감나무의 감은 얼마나 남겨야 하나?

앞서 대전 부동산을 계약했을 때 나의 심리는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를 그대로 남기고 파는 심정이었다. 반면 파주 아파트는 남은 감이 하나도 없는 감나무를 파는 주인의 마음이었다. 수익률만 높고 보면 대전 부동산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남긴 매도였것만 매도의 심리는 참 이상하다.


감나무의 감은 어느 정도 남겨야 하는 걸까? 물론 매도라는 것은 계약 당시가 아닌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야 감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있어 예상이 쉽지 않다. 그래서 매도 타이밍이 잡기가 어려운 것이다.


감나무 이야기를 하니 몇 년 전 친정 엄마가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결혼 후 내내 전세살이를 하던 여동생은 2015년에 서울의 실거주 아파트를 급매로 싸게 사게 되었다. 서울 부동산이 꽁꽁 얼었다 이제 막 풀리려던 시점 당시 집주인은 사정이 있어 물건을 싸게 내놓았고 거기서 2천만 원을 더 갂았으니. 동생네 집에 놀러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 아파트 값이 많이 올라서 좋겠다는 말을 종종 했었다. 그때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엄마가 나중에 나에게 따로 이야기를 하셨다.


“그때 싸게 판 집주인은 지금 얼마나 속이 상하겠니. 엄마는 싸게 샀다고 막 좋아하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도 피눈물 나는 법이거든.”


엄마 말을 듣고 내 집을 사는 사람도 손해 보지 않게 ‘먹을 감을 조금은 남겨 두어야겠다.’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생각한 지 얼마나 됐다고 대전 아파트를 팔고 오는 날 그렇게 기분이 다운된 것인지. 부동산 투자는 정신 수양과도 같음을 느낀다. 108배라도 하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할 듯하다.


매도의 추억, 4번의 매도 경험  

부동산의 꽃은 입지, 다음이 타이밍이라고 한다. 특이 매수보다도 부동산을 파는 매도의 타이밍 말이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만 팔아도 100점짜리 투자를 했다고 하는데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최고의 매도 타이밍을 맛보는 것은 짜릿한 경험일 것이다. 나는 같은 지역의 아파트 4채를 비슷한 시기에 사서 각각 다른 시기에 매도를 한 추억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매수했지만 매도 타이밍은 다 달랐던 4채의 매도 경험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안겨 주었다. 무릎에 사서 허벅지, 어깨 그리고 머리를 거쳐 허리에 팔아보는 다양한 경험을 해볼 기회가 또 있을까? 이러한 경험은 내 인생에 또 만나기 어려울 것이기에 추억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9년 첫 투자를 폭삭 망하고 5년간의 동면에 들어갔던 나는 2015년 1월 청울림님의 부동산 강의를 듣고 깨어났다. 지금은 다꿈스쿨이라는 ‘어른들이 다시 꿈꾸는 학교‘를 열어 부동산 관련 강의 및 다양한 자기 계발 수업을 이끌고 있는 청울림을 처음 만난 날이었다. 당시 청울림님의 명성은 부동산 강의를 오픈하면 수초 내에 마감되는 부동산계의 스티브 잡스였다. 그때 강의 내용을 필기한 노트는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를 해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2015년이 어떠한 해인지. 긴 어둠의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발 빠른 투자자들은 서울 아파트를 싹쓸이를 하던 때였다. 다행히도 이 시기에 동면에서 깬 나는 통장에 고이 모셔둔 돈으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 투자 실패 이후 꾸준히 부동산 책을 읽고 강의도 들으면서 뭔가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꼈고 더 늦게 전에 빨리 사야 한다는 마음에 과감하게 실행하였다. 그러나 감히 서울로 가겠다는 생각을 못 하고 집 근처 파주의 소형 아파트를 매매하게 되었다.


매수 타이밍은 운이 좋아 잘 잡았는데, 과연 이 4채의 아파트는 나에게 어떤 수익을 안겨 주었을까? 얼마 전 7월 말 마지막 아파트 잔금을 끝으로 모두 처분하였다.

그럼 나의 매도의 추억을 소개해 보겠다. 

   

          

첫 번째 매도. 너무 많이 샀나?
(2015년 6월)

"여보~, 나 너무 많이 샀나 봐. 혹시 회사에서 조사라도 나오면 어쩌지? 그냥 한 채는 팔을까? 그래도 좀 싸게 샀으니, 조금은 남을 거 같거든"

"알아서 해. 근데 그러려면 뭐 하러 샀어?"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 깨고 대출도 받으며 여기저기 돈을 끌어 모으던 그때 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불안에 떨었다. 초보티가 팍팍 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잔금과 동시에 덜컥 팔아버린 한 채. 40% 양도세 떼고 천만 원 남짓 손에 들고 허무하게 첫 매도를 치렀다.




두 번째 매도. 조금 신중해진 워킹맘
(2016년 9월)


아파트 값이 계속 올라 행복한 시절이 이어졌다. 부동산 투자에 조금씩 눈을 뜨고 용기가 생기면서 2016년도에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로 눈을 돌려 임장을 다니고 투자 물건을 고르던 때였다. 서울의 부동산을 사기로 마음먹은 뒤 투자금액이 부족하여 파주 아파트 한 채를 매도하게 되었다. 시세 그래프를 보면 어깨쯤에서 팔았던 모양이다. 보유 2년 5개월 동안 월세도 받았고, 시세 차익도 챙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공적인 매도로 기억한다.




세 번째 매도. Best 매도 타이밍을 경험하다
(2017년 11월)


이럴 줄 예상하고 판 것은 아니지만 아파트를 팔고 나니 파주 아파트 집값에 하락의 조짐이 나타났다. 2017년은 문재인 정부가 6월부터 11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부동산 관련 대책을 쏟아 낸 시기이다. 이로 인해 2018년부터 새로 실행되는 규제들이 많아졌고 발 빠른 투자자들은 못난이들을 처분하여 현금 확보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며 전문 투자자들은 우량 부동산으로 갈아타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며 2018년을 대비하는 시기였다. 이러한 규제 여파와 운정신도시의 아파트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파주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게 된 시기였다.   

잔금 날, 당시 아파트를 샀던 매수인 얼굴이 떠오른다. 공무원이었는데 회사에서 무이자로 대출을 받아 돈이 생겨 투자하게 된 분이었다. 내가 집을 팔고 6개월이 지나서 집에 누수도 발생하여 아랫집 피해를 배상하느라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부동산중개소 사장님을 통해 들었다. 나는 최고의 타이밍에 잘 팔았지만, 산 누군가에게는 애물단지가 된 매도 타이밍이었다.




네 번째 매도. 타이밍을 놓쳐 급매로 던지다 (2019년 7월)


대망의 마지막 아파트이다. 임차인 월세 만기가 2019년 3월이라 더 떨어지기 전에 팔려고 작년 말에 내놓았는데 입질이 없다가 딱 맞는 임자가 나타나 계약이 되었다. 급매로 내놓기도 했고 세를 먼저 빼주고 잔금을 치르기 전에 수리할 기간을 3주 정도 배려해 주는 조건을 받아들여서 매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2년 전 월세 만기가 다가올 때 매도를 고민했었다. 하지만 당시 월세 수익이 잘 나오고 있어 계속 월세를 받을지 아니면 팔아서 시세 차익을 얻을지의 기로에서 갈팡질팡 하였다. 고민만 하다 어영부영 시간이 흘렀고 재계약 기간에 떠밀려 다시 연장을 하게 되었다. 그때 팔았더라면 최소 2000만 원은 더 벌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2년이 지난 지금에서 왜 급매로 내놓았을까? 이유는 심플했다. 파주와 가까운 운정신도시에 앞으로 공급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네 주변이다 보니 아파트 지을 빈 땅이 엄청 많은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또한 15년이 된 아파트라 점점 노후화된다는 것. 결론적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아 시세 차익 있는 지금이라도 빨리 처분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투자를 할 때 월세 수익이 목표인지 시세 차익이 목표인지를 명확히 해야 출구 전략을 잘 세워 매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 수 있다. 단 이것만


일 년에 한 번 꼴로 매도를 했던 4번의 매도 타이밍을 겪으며 나는 5가지 교훈을 얻었다.


1.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 수 있는 확률은 잘해야 50%이다.   

2. 초 단기 매도는 하지 말자. 적어도 일반 세율 구간인 1년 이상은 버텨야 한다.

3. 투자 목적이 월세 수익인지 시세 차익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그에 맞는 출구 전략(매도 타이밍)을 계획하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4.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단, 내가 잘 아는 지역에서 골라야 실패할 확률이 낮다.

5. 한 번 팔았으면 미련을 버리자. 소중한 경험은 거름이 되어 매도 타이밍을 보는 눈을 키워줄 것이다.    


5가지 교훈 외에도 부동산 실무, 대출, 임차인과의 관계를 경험하며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이 투자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경매, 공매, 재건축 아파트 등 다양한 분야를 시도하게 되었고 아직까지 꾸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그래도 2015년 그때 파주 대신 서울 아파트를 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저는 일하면서 조금씩 꾸준히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투자하면서 얻은 다양한 경험을 워킹맘의 입장에서 에세이 형태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저의 100%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입니다. 다만 전업투자자가 아니다 보니 부족한 부분도 있을텐데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다만 몇 분이 읽고 도움이 되신다면 바랄 나위 없겠습니다. 구독과 라이킷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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