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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초인 Oct 13. 2020

집으로 여행하겠습니다

재택 8개월 차, 뚝딱뚝딱 만들기 장인되기 - 혼집남의 소소한 생각 4

재택 8개월 차,


코로나로 인해 찾아온 일상의 변화

10년 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집에서 여덟 달째 시간을 보내보기는 일생일대 처음

은퇴하거나 잠시 휴식기를 가지지 않는다면

다시 겪지 못할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되다


일하는 것,

먹는 것,

사람에 대한 것,

재미에 대한 것,

몸에 대한 것

다양한 변화와 생각들




#4 재미에 대하여


사람의 욕구에는 특정 단계가 있다고 한다

생리와 안전부터 애정과 소속, 사회성과 자아실현까지


재택을 하는 시간 동안 욕구의 변화들이 있었다

특히 시기가 시기인지라 사회적인 부분이 배제된 채

(물론 비대면 사회에 속해 있었지만)

온전히 나 혼자만의 재미를 하나씩 파며 느낀 것들에 대하여 




처음에는 먹는 재미가 컸다

밥해 먹고 간식 먹는 재미

퇴근하고 밤에 술 먹는 재미

혼자 산지는 2년 가까이 되었지만

매 끼니를 해 먹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결하는 일들은

온전히 쉬는 주말이나 집에 머무는 명절에나

일시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였다


물론 1인인지라 거창한 요리는 아니었다

소소한 조리음식들, 간편식들, 

이미 양념이 되어 있고 야채 손질까지 다 되어있는

세상의 무한가지 음식들

비록 나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HMR (간편 가정식)의 전성시대와 함께 함에 

소소히 즐거웠다


다양한 브랜드를 섭렵했고

상표별 종류별 맛의 특징에 대해서도 알아갔다


매일 간식도 챙겨 먹었다

폭식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이상하리

간식은 필수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혼술을 즐겼다

BAR에서 살고 있는지라 술은 가득 있었고

그간 선물 받거나 손님맞이로 준비해둔 다양한 술들을

그날의 기분과 저녁에 따라 반주로 매일 조금씩 즐기었다


그러기를 3개월 차

점점 식사는 간소해지고

혼술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생활 패턴이 생겨 적응하기까지 

3개월이 걸린다고 하던데 이제 집에서 먹고 마시는 것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혼자 차려먹는 식사와 간식들, 저녁의 반주 역시도

평범한 일상이 되면서 재미가 줄게 되었다


이따금씩 시켜먹지도 않던 

배달음식에 입맛을 달래며 시간을 보냈다




그다음 찾아온 것은 아는 재미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깨우치고

그걸 기반으로 실행해 나가는 즐거움


많은 유튜브를 보았다

관심 있던 계정의 영상을 하나부터 끝까지 정주행 하기도 하고

새로운 다양한 유튜버들을 들여다보았다

각자 자기만의 특색이 있고 이야기의 맛이 있었다

하지만 슬라이스 같은 콘텐츠이다 보니

깊이랄까, 생각의 사유랄까 그런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책을 들었다

일상의 틈에서 조금씩 보는 정도였는데

출근, 퇴근, 준비시간까지 도합 3시간 이상

혼자 보내는 점심시간도까지 하루에 4시간이 더 생겨났고

거기에 약속까지 없으니 평일의 저녁까지

말 그대로 '시간'이라는 것이 쏟아졌고

그 시간에 책을 담았다


유튜브와 다른 슬라이스 같은 맛은 없었지만

사유가 있었고, 좀 더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광고인 이야기, 브랜드에 대하여, 솔로가 되어가는 사회학,

책 쓰는 방법에 대하여, 공감 심리학에 대하여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고

특히 돈과 투자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섭렵했다


그렇게 지나기를 6개월,

도합 수십 권을 보았나

어느새 책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읽다 보니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인 것 같고 

생각의 운신이 한계였는지

이야기를 먹는 재미도 여기까지였다


물론 그 축적된 인사이트와 에너지로

머리맡에서 끝낸 것은 아니었다

새로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가용한 자산을 모두 끌어다가 미래자산에 투자를 하였고

이제는 시간에 맡기고 장기적으로 기다릴 차례였다

영끌, 영혼까지 끌어다가 에너지를 쏟는 투자

영혼이 묶이고 나니 오히려 가장 관심사였던

(그리고 사회 모두의 관심사이기도 했던)

투자는 깊은 몰입보다는 관망세로 전환되며

자연스럽게 책과 정보를 먹는 시간이 줄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찾아온 것이 바로 만드는 재미

매슬로우의 욕구의 끝은 자아실현이라고 하는데

집에서 먹는 재미에 빠졌다가 시들고

집에서 아는 재미에 빠졌다가 시들고 하니

뭔가를 쏟아내고픈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났다


내가 쏟아내고픈 것은 무얼까

그걸 생각하느라 오랜 시간을 보냈다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나는 무얼 성취하고 싶은 걸까

나는 어떻게 비춰지고 싶은 걸까


그러다 보니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어떤 실패를 했는지를

주마등처럼 돌이켜보게 되었다


생각의 즐거움에 눈뜨게 된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그런 시간들

누가 들으면 변태라고 느낄 법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비로소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정리가 된다


나는 내 이야기와 생각의 정수를 담아

콘텐츠를 만들고 세상에

'재미'와 '동기부여'를 전해주고 싶은 것이었다


세상을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나게 한다


오래전에 떠올린 방향성이었는데

비로소 옮기게 되었다

다양한 방식이란 콘텐츠였고

오랫동안 쉬워왔던 그림과 영상과 글을 통해서

콘텐츠를 뚝딱뚝딱 만들고 싶어 졌다

그리고 세상과 만나게 하고 싶었다

사람 욕심에 어느 하나 반응이 온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런 목표라기 보단 하나의 사명이자 놀이처럼

만들기에 빠져든다


하다가 흐지부지되었던 유튜브를 지우고,

새로운 유튜브를 기획했고

하다가 그냥저냥 멈춘 만화를 지우고,

새로운 만화를 기획했고

그동안 써왔던 글들을 모아

하나의 테마에 담는다


그렇게 집에서 노는 재미는

먹는 재미에서 시작해

아는 재미로 넘어가고

결국 만드는 재미로 진화해 나간다


혼자 노는 재미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재택이 1년이 넘어가는 그 순간 언젠가는 

또 다른 새로운 재미의 국면으로 넘어가 있지 않을까





BAR에 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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