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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초인 Oct 27. 2020

집으로 몸 만들겠습니다

하루 아침에 오대수가 되었다.


재택 8개월 차,


코로나로 인해 찾아온 일상의 변화

10년 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집에서 여덟 달째 시간을 보내보기는 일생일대 처음

은퇴하거나 잠시 휴식기를 가지지 않는다면

다시 겪지 못할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되다


일하는 것,

먹는 것,

사람에 대한 것,

재미에 대한 것,

몸에 대한 것

다양한 변화와 생각들




#5 몸에 대하여


갑자기 하루 아침에 오대수가 되었다


출처: 영화 <올드보이> 


하루 아침에 감금된 채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고 지낸

영화 <올드보이> 속 캐릭터처럼


올해 2월 말,

하루 아침에 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일하고, 먹고, 놀고

세상의 소식을 듣고


그 안에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일하는 방식

생각하는 시간

생활의 패턴


그리고 하나의 생물체로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면 바로 '몸'


몸과 연관이 있는 것은

대표적으로 아래 세가지일 것이다

식생활, 수면 그리고 운동


먼저 식생활

하루 두끼에서 세끼

집밥을 먹게 되었고

평소 잘 차려먹는 습관으로 

영양 부족함 없이 잘 먹었다

초기에는 저녁 반주로 혼술을 즐겼으나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싱글몰트부터 진토닉, 나만의 칵테일 제조까지

다양함을 시도하다 어느새 맥주 한가지로 일원화하였다

하지만 혼술은 대개 거나하게 마시지 않는다

기존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마시던 것에서 술의 양이 줄었다


그리고 수면

평소에 잠을 아껴 이것저것 다양한 활동들을

영위하던 지라 언제나 푹 잔다는 개념이 없었다

그런데 출근 시간이 비게 되면서

아침에 눈을 좀 더 붙일 수 있게 되었고

점심 시간에 나른할 때 

막간을 이용해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평균 수면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늘어난 수면 시간과 패턴에

어느새 적응되어가고 있었다


운동

저녁엔 다양한 일정들이 있을 수 있기에

대개 출근 전 아침 운동을 일삼았다

부지런히 움직여 요가 한시간, 운동 한시간

이렇게가 최대한으로 낼 수 있는 운동량이었다

그런데 저녁이 비게 되었다

저녁으로 운동 시간대를 옮기고

좀 더 여유있게 뛰고, 넉넉하게 웨이트를 하다 보니

혼운동 만으로 하루 2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늘어난 운동량에 근육량이 붙어 

이전보다 단단해진 몸이 입혀진다


이러한 식생활, 수면, 운동의 나날들

그렇게 한달 두달을 지나고 나니

오히려 외양이 반들반들해지고

더 균형 잡힌 신체가 되어간다

집에 갇혀 어찌하지 못하고 새로운 생활에

어렵게 적응해가는 이 시대에

정신과 일상 패턴은 불안정스러울지언정

아이러니하게도 '몸'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


20살 성인이 된 후로

단기간 가장 많은 시간 동안

집에서 매끼를 먹고

가장 많이 자고

가장 오랜 시간을 운동하고 

그렇게 지냈다



그런데 상황이 격화되었다


출처 : 영화 <살아있다>


단계가 강화되며

피트니스가 닫히고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자

운동의 밸런스가 깨졌다

늘 하던 뜀박질이 멈추니

몸에 에너지가 축적되고

리듬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홈트를 해볼까?

그것도 한 번뿐

소파의 유혹과 그간 생겨난

집에서의 만성 게으름은

쉽게 이겨내지 못하게 하였다


위대한 오대수

군만두를 먹으며 15년 간 꾸준한 푸쉬업에

상상 속의 적과 다투며 혼자 섀도우 복싱을 하고

그렇게 싸움의 고수가 되었는데

여기 광명의 방구석 오대수는 그것이 참 쉽지 않다


그렇게 한주 두주 지내며

마음속 불안과 싸워야 했다

그리고 알았다

미세한 리듬의 흐트러짐과 변화가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일을 하며 사람을 만나며

어느 정도 희석이 되고 즐거움과 스트레스에 묻어갔다면

온전히 나와 시간을 보내고 한 곳에 머무니

그 변화들이 그대로 심리로 드러난다는 것


우울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도화선이 드러났다

어딘가 아팠는데 작은 것으로 치부하며 키워오던 것이

악마가 되어 내 안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 악마는 커다라져 나를 쥐어 잡고 고통을 안겨주었다


아이러니하게

나를 매일 세상 밖으로 다시 꺼낸 것은

코로나의 종식이 아니었다

바로 악마로 인한 치유의 시간

거의 매일 병원을 다니며 한 달간

불편한 무언가를 달고 다니고

집에 서서 일하고

자는 자세 또한 아프지 않게 한 두자세로 잠들며

그렇게 악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식욕도 줄었지만

회복을 위해 억지로 더 고기류를 들어 넣었다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았지만

회복을 위해 억지로 더 잤다


그 시간 동안 다시 사회는 완화되고

운동 공간은 다시 열렸지만

한동안은 갈 수 없었다

마음은 어지럽고 혼란이었다

정서적으로 코로나에 물든 나날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떠나보낼 때가 되었다

수술을 마치고 내 눈앞에 드러난 녀석은

악마의 결정체였다


악마를 보내고

다시금 서서히 운동을 시작하며

회복을 했고 다시금 이전으로 돌아갔다


행복했다

내 몸이 자유롭다는 것

내 몸에 붙어있는 악마가 없고

악마를 지우기 위해 붙이고 있던 녀석이 없고

내 몸이 강해진다는 것

운동이라는 일시적 고통을 주어

더 단단함을 만들며

우울이 오지 못하게 심리적 방패도 만들고


그렇게 8개월을 지내왔다

그 시간 동안 정신과 별개로

몸은 롤러코스터를 타며

느낀 세 가지의 과정들


강해지는 낙

추락하는 낙하

되찾아오는 낙낙함


코로나라는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고

어떤 변화를 맞이하느냐에 따라

내 일상은, 인생은, 마인드는

천지차이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악마를 만나며

방구석 오대수가 되어 생활하며

가진 생각과 경험들이었다


세상의 무수한 오대수들은 

이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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