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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초인 Sep 09. 2020

집으로 모이겠습니다

재택 7개월차, 나 살아있다 - 방구석 시리즈 3탄

재택 7개월 차,

이제는 그동안의 주차와 일수를 세어보기도 힘든 긴 시간


코로나로 인해 찾아온 일상의 변화

10년 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집에서 일곱달째 시간을 보내보기는 일생일대 처음

은퇴하거나 잠시 휴식기를 가지지 않는다면

다시 겪지 못할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되다


일하는 것,

먹는 것,

사람에 대한 것,

몸에 대한 것,

재미에 대한 것

다양한 변화와 생각들




#3 사람에 대하여


약속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홀로 운동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

때론 집에서 혼술도 좋아하고

약속 없고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충분히 일상을 채울 수 있었다


물론 물 들어올 때 들어온다고

일주일에서 세번 네번 연거푸 술잔을 들이켜고

야식을 먹고 배를 불리며 아침을 몽롱하게 맞이하던 

그런 시기들도 이따금 있었다


약속이 없으면 없는 대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자기계발을 할 수 있어서, 머리를 식힐 수 있어서 좋았고

있으면 있는 대로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서

다른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에 잠깐 빠질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치 후라이드는 후라이드대로 양념은 양념대로 치킨이 좋고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닭고기나 고기가 좋고

산이나 바다나 어디든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그랬던 것이 이제 후라이드만 먹어야만 한다면?

그것도 양념과, 소금과, 무가 싹 걷어진다면

이제 닭고기만 먹어야 한다면??

오동통한 목살과 기름 가득한 소를 만나볼 수 없다면

이제 산에서만 살아야 한다면?

바다를 갈 수 없고 평지에 다시는 설 수 없다면


그런 극단적인 순간에 서 하루하루 흘러간다면

그것 더 이상 예전에 번갈아 즐기던 그 맛이 아닐 것이다


지금이 그러하다

단체로 모인다, 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고

모임이라는 것, 약속이라는 것이 점차 생소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도 주 한번 이따금씩 있던 저녁 약속들이

어쩌다라도 한 번씩 모여서 먹던 점심들이 다시 생소해지고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사람이 고프다

사람이 그립다 하는 결핍의 감정이 아니다

어느새 모임이 조심스럽고, 어쩌다 한 번씩 안부를 전하고

이런 느낌이 마치 해외 어느 외딴 나라 혹은

멀리 떨어진 섬에 있는 것과 다를게 무얼까

아이러니한 것은 저 문을 나서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마주하자고 하기가 소환하기가 주저한 시대가 온 것



영화 #살아있다 에서 임팩트 있었던 장면


좀비에 둘러싸여 숨어 지내던 유아인이 유일한 생존자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간신히 얻은 짜파게티 하나를 눈알 흘기며 기막히게 맛나게 먹던 그 모습

최근 강력한 사회적 떨어뜨리기로 인해 더욱더 집에 있으려니

매일 점심과 저녁을 집에서 먹으려니 영화가 겹치운다

영화에는 위스키였지만 난 맥주요, 좀비에게 들킬 걱정 없이 삼겹도 한줌 구울 수가 있다

안전한 세상은 아니지만 집에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랄까

근데 다른 건 나에게 짜파게티는 눈을 흘길 만큼 맛나지 않다

괜히 영화 생각에 한번 끓여보았나 보다



재택 7개월 차, 집에서 혼밥을 실컷 하며

아마 250끼 이상은 혼집 혼밥을 했을 테고

이제는 소소한 낙이라기 보단 생존이 되었고,

즐기는 한끼보다는 그날그날의

소소한 작은 일상과 생존의 방식이 되어가고 있다


사람이 그립다기보다 밖에서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시간에 먹을 수 있었던 그 자유가 그리운가 보다

곱창이, 삼겹살이, 홍어가, 족발이

너희들은 혼밥보다는 밖에서, 누군가, 소맥과 그것이 더 어울리니까
.
세상의 변화 속에 나에게, 사람들에게 집밥과 혼밥의 개념은 달라져 가고 있다

전에는 휴대폰 연락으로, SNS에 이따금 남지는 포스팅으로

혼자 사는 나 살아있라는 걸 알렸다면

이젠 카드 사용과 배달 어플의 흔적으로 알리고 있달까

나 #살아있다 라고


최근에는 한번 누군가의 집에 모였다

상의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집으로 장소를 모았다

셋이 모여 치킨과 족발을 시켜 목을 풀며 이야기를 외칠 준비를 하였다

식전주와 에피타이저를 먹는 심정으로


목을 가다듬고 4개 만원하는 맥주를 종류별로 쌓아놓고

치킨을 한입, 족발을 뜯으며 1부, 2부, 3부 

마치 연예대상과 가요대전, 영화제 시상식을

단 하루에 몰아넣은 듯한 몰아치는 에너지로

화제를 바꿔가며 무수한 수다를 나누었다

한밤을 한참 넘기고야 밖에 나가 집에 가는 길에서 조차 

디저트 같은 마무리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음 날 목이 쉬어 있는 나는 발견했다


그리고는 알게 되었다

긴긴 시간 동안 서로 외쳤다고

#살아있다 라고







그리고 이후에 담아볼 이야기,

#4 몸에 대하여

#5 재미에 대하여



아래는 보너스,

나의 혼밥 이야기






BAR에 사는 남자

https://brunch.co.kr/@jinonet/33 


집으로 출근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jinonet/26


집으로 회식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jinonet/28


집으로 여행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jinonet/35 


집으로 몸 만들겠습니다

https://brunch.co.kr/@jinonet/36


집으로 퇴근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jinone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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