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75일 차에 느끼는 혼집남의 소소한 생각들 1탄
재택 11주 차,
일수로는 75일
코로나로 인해 찾아온 일상의 변화
10년 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집에서 두 달이 넘는 시간을 보내보기는 일생일대 처음
은퇴하거나 잠시 휴식기를 가지지 않는다면 다시 겪지 못할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되다
일하는 것,
먹는 것,
사람에 대한 것,
몸에 대한 것,
재미에 대한 것
다양한 변화와 생각들
#1 일에 대하여
집으로 출근한다는 것
집에서 퇴근한다는 것
처음에는 집밥 먹는 소소한 재미와
회사로 출근했을 때보다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즐거웠고
출퇴근 2시간이 2초의 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생기는 시간적 이점이 좋았다
업무에 있어서 일할 때 이런저런 거에 휘둘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음에 좋았고
메일로 주 소통을 하다 보니 정확하고 순서에 맞게 차근차근 일을 해나갈 수 있었다
꼭 필요할 때는 이따금씩 내부 외부 미팅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메일이나 모바일 콜로 해결이 되었고
나름의 자아가 있는 사회적 동물인지라 업무시간에는 허투루 보내거나 태만하지 않는다
거실 가운데 놓인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일을 하고
그리고 바로 옆 소파에서 점심시간에 쉬고, 퇴근하면 눕고
그렇게 사무실과 집이 하나 되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점점 적응이 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노하우나 효율적 시간관리도 생겨나게 된다
물론 불편할 때도 있다
유관부서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거나 급히 논의가 필요할 때,
자리로 찾아가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을 한번 더 돌아가게 되고
그리고 집에 있다 보니 보고와 공유의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태만이 아니더라도, 자칫 태만으로 비추어질 수 있기에
오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꾸준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다가
진짜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오피스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서 상당수가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즉각적인 사고와 반응이 필요하다면,
재택은 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대부분이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정제한 생각을 낼 수 있어서
'돌발형, 액션형 인재'보다 '사고형 인재'에게는 좀 더 재택이 맞는 부분도 있다
(사고형이 액션형보다 더 낫다는 건 아니고 유형의 구분일 뿐이다)
나는 좀 더 사고형 인재에 가깝기 때문에 이러한 이점을 누려
좀 더 수월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반대로 공유 과정을 놓쳐 전전긍긍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따금씩 이후의 나날들을 그려본다
코로나를 계기로 많은 회사의 사람들이 재택을 경험하고,
집에서 협업하며 업무를 했던 이번 경험으로
반드시 똑같은 시간에 자기 자리에 모여 일하는 것만이 효율의 극대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집에서 일한다고 당장 많은 회사들이 회사가 휘청대거나 매출이 떨어지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회식이 줄고, 출퇴근의 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집밥을 먹으면서 건강식을 챙기게 되었다고 한다
(가족이 아닌 1인 가구는 배달식, 간편식으로 보냈을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훗날에는 각자 자기의 패턴에 맞추어
자기만의 업무 테이블을 짜서 회사에 맞추는 시기가 도래할 수도 있겠다
마치 레고처럼 조각 퍼즐처럼
누구는 월수금 출근에 화목 재택, 누구는 월화수 출근에 목금 재택,
필요에 따라 모두 나오는 날이나, 모두 특정 시간이 겹치도록 core 시간을 지정할 수는 있겠다
이런 재밌는 기사를 보았다
코로나 재택으로 인한 변화
대리, 일할 맛
과장, 감옥
상무, 심심
과장은 미혼인지 기혼인지, 팀의 리더인지 아닌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리와 상무는 딱 와 닿는 문구
주위의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혼자서 시간과 일을 만들어나가지 못하는 신입사원과
혼자서 일을 들여다보거나 벌일 수 없는 임원급이 빼고는
재택이라는 판에서 모두 행복하다고
산업군에 따라서도 재택 문화에 차이가 있다
누군가는 특정 시간에 자리에 있나 없나 불시에 메신저 체크를 하기도 하여
행여라도 업무시간에 메신저 부재중이 되면 오해를 일으킬까
잠시라도 노트북 곁을 뜰 수 없다고
부재중 오해가 싫어 7시간짜리 유튜브를 내내 틀어놓는 사람도 있단다
각기 다른 재택 문화에 대하여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긴 어렵겠지만
어쨌든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 50년 후면
지금과는 일하는 방식, 문화가 완전 달라져 있지 않을까
이번 계기가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방식이 체질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의 첫 번째 씨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씨드는 자라서 열매를 맺지만,
언제 맺을지를 모르니 시간을 두고 보아야겠다
언젠가는 그 때가 도래하면
사람들은 프리랜서처럼 2개, 3개의 job을 가지고
계약이 된 시간과 장소에서
(그게 집일수도 있고 공유 오피스나 사옥일 수도 있고)
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젝트의 목표와 미션에 따라
계약에 근간하여 일을 하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후에 담아볼 이야기,
#2 밥에 대하여
#3 사람에 대하여
#4 몸에 대하여
#5 재미에 대하여
아래는 보너스,
나의 혼밥 이야기
BAR에 사는 남자
https://brunch.co.kr/@jinonet/33
집으로 회식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jinonet/28
집으로 모이겠습니다
https://brunch.co.kr/@jinonet/31
집으로 여행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jinonet/35
집으로 몸 만들겠습니다
https://brunch.co.kr/@jinonet/36
집으로 퇴근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jinonet/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