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에 몰두하기
새해가 벌써 2주가 지났고 벌써 실패로 돌아간 신년 계획에 가슴 아프다. 이상하게 신년이든 언제든 똑같은 하루인데 연말, 연초엔 괜히 뭔가 의미 부여를 한다. 그리고 지난 한 해를 반성하기도 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본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더는 반성의 단어가 아니라 합리화의 수단이 아닐까. 매번 실패하는 신년 계획, 생각처럼 잘되지 않는다. 왜 쉽지 않을까?
모두가 처음엔 그럴싸한 계획은 세운다. 하지만 그 계획을 가로막는 변수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올해는 부지런하고 건강하게 살기로 한다. 매일 운동을 한 시간씩 하기로 한다. 그리고 매일 6시에 기상하고 책을 일주일에 한 권씩 읽기로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계획을 방해하는 변수들이 찾아온다. 퇴근이 늦어진다든지 오늘은 피곤해서 몸이 안 좋다든지 등등 그리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예상했듯이 흐지부지 실패의 길로 가버린다.
그럼 나의 계획은 실패한 목표인가. 작심삼일로 깨져버리면 무의미한 계획인가? 실패하더라도 그 안에 의미가 있다. 뭐라도 후회 없이 했다면.
계획이 흐지부지되면 이렇게 생각한다. ‘아 작년은 완전 망했어. 코로나에 다이어트도 못 하고 회사에서 일도 제대로 안 되고…’ 이렇게 포괄적으로 보기보다는 세세하게 나의 계획들을 나눠보고 어떤 것에 몰두했었는지 봐야 한다.
다이어트는 실패했지만, 회사 근처 맛집을 빠삭하게 파악해서 팀장님한테 맛집 자랑할 수 있었는지, 책 읽기는 1년 동안 한 권도 못 읽었지만 유튜브를 하도 많이 봐서 유튜버로서 꿈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아직도 지각을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하고 있지만, 연애를 불타게 했는지.
한 해 계획이 꼬이더라도 내가 열정적으로 몰입한 대상이 있다면 실패가 아니다. 친구 A가 대학교 3학년 1학기 때 연애에 눈이 멀어서 학사경고를 맞고 정신 못 차리더니 2학기 때는 커플 학사경고를 맞았다. 졸업도 늦어지고 학점도 잃었지만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잘 사귀고 있고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학생이라면 당연히 공부를 우선시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때 연애에 몰두하지 않았다면 평생 함께할 반려자를 놓칠 수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학생이라면 공부, 직장인이라면 회사 일에 몰두하는 게 정답은 아닌 것 같다. 내 인생에 뭐가 중요한지는 사회가 정해주지 않더라.
그래서 뭐든지 빠져서 몰입해있다면 그 대상이 뭐가 됐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 대상이 게임이건 넷플릭스건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도 실패라는 것을 쉽게 규정할 수 없다. 그게 내 자신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