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 대안을 아무리 고민해도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요. 한 가지 대안이 압도적인 장점을 지닌다면 판단은 쉽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각 대안마다 장단점이 공존해요. 이런 상황에서 의사결정자는 언제까지 고민만 할 수는 없어요. 결국에는 비교 가능한 기준을 세우고 결론을 내려야 하죠.
이전 글에서 살펴본 의사결정의 9가지 필수 요소 - 비용, 시간, 현실성, 자원, 윤리, 혜택, 재무 기여, 무형자산, 리스크 - 를 기준으로 대안을 정리해 볼 수 있어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참고)
각 대안별로 이 요소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다만, 대안 간의 우열을 가리려면 정성적인 설명을 수치나 점수로 변환하는 단계가 필요해요. 이 과정은 까다롭고 시간이 걸려요. 그렇지만 주관적 판단을 줄이고 객관적인 비교 우위가 보이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첫째, 비교 기준이 같은 경우에는 수치 정보를 직접 기입하는 방법이에요. 예를 들어, 추진 비용에 관한 항목에서는 A안은 100만 원, B안은 50만 원 등 그대로 표기하면 되어요. 가장 단순하고 명확한 방식이에요. 그렇지만 미래 예측을 전제로 하는 항목은 수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어요.
둘째, 정량화가 어려운 항목은 1~5점 척도로 등급을 정의하고 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이에요. 예컨대 '현실성' 항목에서 1점은 '실행 불가능', 3점은 '리스크 관리와 인원 재배치 필요', 5점은 '조직 내 저항 없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요. 등급을 정의하고 점수를 부여하는 과정은 대개 많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해요. 같은 조직에서 공통된 정의와 기준을 운영할 수 있다면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요.
셋째, 이해관계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방법이에요. 수치 확보가 어렵거나 기준이 모호할 때 유용해요. 예를 들어 '리스크' 항목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여러 사람에게 1~5점으로 평가하도록 한 뒤 평균을 내는 방식이에요. 응답자의 판단 기준은 각기 다르겠지만, 다양한 시각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제 가상의 사례로 위 방법을 적용해 볼게요.
한 테이블웨어 브랜드에서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마케팅팀은 8명 규모로, 그동안 모든 업무를 내부에서 처리했어요. 그러나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앞으로의 성장 전략에서도 내부 역량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았죠. 이에 CEO는 6개월 내 시장을 선도할 마케팅 기능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가 고려한 대안은 다음 네 가지였어요.
1안) 기존 조직 유지 + 외부 컨설턴트 고용
2안) 외부 팀장 영입 + 현 팀장 해
3안) 저성과자 권고사직 + 신규 인원 충원
4안) 팀 전원 권고사직 + 외부 에이전시 활용
의사결정 시 필수 고려 요소 9가지를 토대로 정성적인 요인을 기술하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어요.
9가지 평가 요소를 기준으로 정성적인 조사를 시행한 후, 이를 점수로 변환하면 각 대안의 장단점을 명확히 볼 수 있어요. 게다가 종합 점수 계산은 물론 그에 따라 대안별 순위를 나열할 수 있고요.
위 사례에서 CEO는 적극적으로 자원을 투입해서라도 높은 효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이를 고려해서 투입 요소 대비 결과 요소 점수에 2배 가중치를 적용했어요. 그리고 가장 높은 점수를 보인 대안을 최종 선택하는 원칙을 정해두었어요.
종합 점수를 살펴보면 4안 > 1안 > 2안 > 3안 순서로 나타났어요. 4안은 비용 부담과 내부 저항이 크지만, 가장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안이에요. 반면 1안은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으나 성과는 제한적이었죠. 만약 CEO가 안정적 개선을 목표로 했다면 1안이 더 적합했을 거예요.
대안을 평가할 때는 평가 항목, 기준, 가중치, 선택 조건을 사전에 명확히 설정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결과를 보고 기준을 바꾸거나, 리더가 선호하는 대안을 정당화하는 과정으로 변질될 수 있어요.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면 이 같은 검토 과정에 드는 시간과 노력은 오히려 낭비가 되겠죠. 그런 경우라면 오히려 검토 과정 없이 리더가 직관적으로 결정하는 편이 더 나아요.
그리고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와 리더의 직관적 판단이 다를 수 있어요. 이때 리더는 자신의 판단대로 선택하고 싶은 욕망을 갖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행동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니엘 카네만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직관보다 시스템의 판단을 따르라"라고 말해요. 그의 연구에 따르면, 체계적인 절차를 거친 판단이 리더의 직관보다 더 높은 성과로 이어질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에요. [1]
물론 시스템이 완벽할 수는 없어요. 절차적 판단이 반복되고 점차 개선될 때 조직은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결정을 내리게 될 거예요.
[1] Kahneman, D. (2011).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 Straus and Giro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