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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Nov 18. 2023

가을에 찾기 좋은 영사정

내남면 부지리 영사정

요즘 같이 단풍이 물드는 계절,

가을이면 영사정을 찾는다. 경주의 남쪽, 내남면 부지리에 위치한 이곳은 조선 중기 인물인 최포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1925년 후손들이 세운 재실이다. 인근에는 그의 행적이 기록된 정효각도 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최포의 아버지는 눈에 병이 생겨 점점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효심이 깊었던 최포는 아버지의 눈을 고쳐드리고자 전국 곳곳으로 명의를 찾아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버지의 눈은 멀고 말았고 최포는 밥을 먹을때 직접 수저를 떠 밥을 먹여드리고 밖을 다닐 때는 손을 잡고 다니면서 아버지가 전혀 불편하지 않게끔 극진히 섬겼다고. 


그런 아버지에게 소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최포가 과거에 합격하는 것이었다. 눈이 먼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최포는 학업에 매진했고 결국 급제하여 고향으로 금의환향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에게 시험 결과를 묻자 최포는 아버지의 소원대로 급제했습니다, 라고 하자 감동한 아버지는 갑자기 앞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용의 사실여부와는 상관 없이 그의 효행이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진다는 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사정 입구


아마도 영사정이 지어질 때 까지만 해도 지역에서 최포의 효행, 후손들의 자부심은 대단했을거다. 지금도 영사정 인근 부지마을엔 주민들이 살고 계시지만, 점점 마을 단위 공동체가 사라져가면서 마을 규모도 많이 작아졌다. 그리고 이곳 영사정도 시간의 변화를 피해가진 못한 듯 보였다. 


 



먼지가 수북히 쌓인 마루와

군데군데 찢어진 문풍지

그리고 어지럽게 널린 거미줄.


양동마을에 갔을 때 수백년 된 고택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 어르신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집은, 특히 목재로 지은 집은 사람 손을 타야 한다고. 낡은 부분은 뜯어내고 고쳐가면서 그렇게 집을 이어나가는거라고. 이곳 영사정도 점점 사람들의 손을 탔으면 좋겠다.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나아지면서 허물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이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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