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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Oct 24. 2020

하루 콜라 4캔 마셨다고 하니 경악한 식품영양학 박사s

멋진 남자는 몸에 좋은 걸 먹어야 한다

현재 내가 로어 슈거 요구르트를 마시게 된 이유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일반 요구르트를 마셔야 제대로 맛을 느끼지만 그때 사건을 이후로 자제하게 되었다.


10여 년 전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어느 부부처럼 서로의 성향, 버릇, 식습관 등을 알아가고 있었다. 특히 부부의 식습관이 극명하게 달랐다. 몇 개월을 같이 살아보니 대략 아래와 같다:

공통으로 좋아하는 음식은 빨간색으로 표기

연애 당시에는 서로(라고 말하고 내가 주로) 맞추고, 좋은 식당에서는 고기가 보통 나오고, 연애 기간이 짧았으니, 나의 치명적 비밀을 아내가 어렴풋이 눈치챘지만 완전히 알지는 못했다. 그것은 내가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식습관이 초등학생 남자의 입맛이 되었다는 것. 이 중 더 크고 깊은 비밀은 유학 중 콜라를 열심히 마셨다는 것. 하지만 내 비밀은 오래지 않아 내가 직접 실토하게 된다.


우리 부부가 갈치 장모님 부근에서 살 당시, 우리는 종종 한 끼를 얻어먹을 기회가 있었다. 계약연애 입안자이자 우리 결혼의 1등 공로자 처제는 장모님 장인어른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 당시 처제는 식품영양학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처제가 지도 교수를 집으로 초빙하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원래는 우리 부부는 안 가는 되는 자리이지만 장인어른도 그때 안 계셨고 장모님, 지도교수, 처제 이렇게 식사를 하면 썰렁하다고 판단되어 우리도 투입되었다.


어색한 자리에서 장모님은 부엌과 식탁을 왔다 갔다 하시니 부담이 덜하셨지만 아내와 나는 지도 교수와 처제를 건너보고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지도 교수를 쳐다보면 대화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아래는 식사 좌석 배치도(오래전 기억이라 처제와 지도교수 위치가 바뀔 수 있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모두에게 충격과 공포를 제공한 식사 자리

아무래도 식품 전문가들 앞이니 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10여분 동안 "하하하" "호호호"와 같은 가벼운 대화를 하다가 나의 유학 중 생활을 이야기할 기회가 왔다. 미국 남부 음식의 짠맛, 단맛을 말하면서 나는 통닭과 달달한 홍차를 잊지 못했다고 했다. 그때 두 명의 영양학 전문가들의 표정이 살짝 바뀐걸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난 혼자 신나서 침을 튀기며 말했다. “유학 중에 전 콜라 하루에 4캔을 마셨어요." 이어서 "점심 전에 한 캔, 짠 점심을 먹었으니 한 캔, 오후에 당이 떨어져서 한 캔, 저녁 먹고 바로 공부하니 소화가 안되어서 한 캔 마셨어요" 그리고 결정타. "마트 가서 한 박스 사다 놓고 마셨어요"


식품영양학 박사들의 표정은 황당함. 내 비밀을 안 아내도 굳어진 거 같은데 내 옆에 앉아 있어서 당시 확인이 어려웠다. 어떻게 한 인간이 이렇게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표정이었다. 난 테이블 분위기를 살피고 나서 난 속으로... "$#@%*&!!! 말을 잘못했다...”


장모님은 분위기를 눈치채고 다른 음식을 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아내는 수습하느라 대화 주제를 태권도로 급변경. 아 나도 1단인데...


집에 돌아와서 나에게 혁명급의 변화가 찾아왔다. 봉지커피, 콜라 등은 더 이상 안(또는 못) 먹게 되었다. 물론 한 동안 음지에서 몰래 마셨지만... 이마저도 몇 년이 지나자 내가 스스로 끊었다. 물론 돈가스와 같은 튀김류는 계속 먹었지만... 이제는 건강 때문에 이것들도 더 회수를 줄이고 있다.


언젠가 비밀은 밝혀진다. 그것도 본인 입으로...



에필로그


1. 다행히 처제는 문제없이 졸업을 했다.


2. 이제 몽쉘통통은 소화가 잘 안돼서 안 먹는다. 다만 초코칩 쿠키는 가끔 찾아 먹는다.


3. 예전보단 밀가루 음식도 줄였다. 근데 살은 안 빠진다...



멋진 남자 첫번째 글:

https://brunch.co.kr/@jitae2020/121

계약연애에 대한 글:

https://brunch.co.kr/@jitae2020/116

갈치 장모님에 대한 글:

https://brunch.co.kr/@jitae202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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