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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다르고 오늘 또 다른 러닝

매 번 내 몸의 반응이 다르더라도 받아들이자

by 냥냥별


내 몸의 반응은 그날그날 다르다.



3~4개월 전쯤, 나는 약간의 부상의 아픔을 겪고 있었다. 마라톤 대회에서 처음으로 하프코스에 도전하면서 다리에 부담이 되기도 했고, 러닝 할 때 잘못된 자세를 고쳐 보고자 노력한 것이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 결과 연습할 때마다 발목과 무릎 등에서 통증이 느껴지곤 했다. 초반에 많이 아플 때는 병원에서 주사와 물리치료를 받기도 하고 평소에 집에서도 관리하면서 다행히 통증은 점점 나아졌다. 그래서 최근 한 달 정도는 연습할 때 체력이 딸리면 딸렸지 다리에 통증(근육통 외에)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랬기에 이번 주말에도 여느 때처럼 남편과 장거리 훈련을 나갔다. 11월에 신청해놓은 첫 풀코스를 대비하여 내가 뛸 수 있는 거리를 조금씩 늘려보고자, 이번에는 25km를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내가 지금까지 최대로 뛰었던 거리가 하프코스인 21km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 낮은 너무 더울 것 같아 해가 질무렵에 긴 주로가 있는 곳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수분 보충을 위해 한 번에 다 뛰지 않고 10km, 10km, 5km로 나누어서 뛰기로 했다. 지금까지 대회에서 3번 정도의 하프코스도 완주 했었고, 주말에 하는 장거리 훈련에서도 20km 정도씩 달린 적이 있었기에 자신은 있었다. 너무 빠르게만 달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늘 훈련할 때 남편 뒤를 따라가던 나였지만, 이번엔 내가 선두에 서 보기로 했다. 나는 6분페이스를 유지하기로 정하고 달리는 도중에 시계를 보며 속도를 조절했다. 완전 땡볕은 없었지만 달리다 보니 역시나 금방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안정된 호흡과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신경 쓰면서 최대한 일정한 페이스로 달리려고 애썼다. 선두에 서니 페이스와 거리를 확인하느라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그래도 다행히 크게 지치지는 않았다. 여름에는 밤에 10km 뛰는 것도 힘들 때가 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았다. 호흡이 딸리지도 허벅지가 무겁지도 않았다.


그렇게 기분 좋게 10km를 마무리하고 차에 가서 수분을 섭취하며 잠깐 쉬었다. 너무 오래 쉬면 몸이 퍼질 것 같아 바로 다시 10km 여정을 떠났다. 이번에는 선두를 남편으로 바꿔서 시작하면서,


'얼른 갔다 와서 조금 더 뛰어봐야지~ 오늘 내 최대 거리를 경신할 거야~!!'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이것은 참으로 야무진 꿈이었다.ㅎㅎ 앞서 10km를 뛸 때 내 컨디션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나는 2~3km 정도 지나면서 체력이 확 떨어지는 걸 느꼈다. 그래도 처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남편 뒤를 쫓아갔는데, 허벅지는 점점 무거워지고 안 아프던 무릎까지 아파왔다. 왜 그런 걸까? 20km 정도는 아프지 않고 완주하던 나였는데... 그러던 중 5km 반환 지점을 돌면서 남편이 내게 계획을 변경하자고 말했다. 본인도 발목이 좀 아프다며 오늘은 20km로 끝내자고 했다. 어차피 차가 있는 곳까지는 돌아가야 했기에, 나는 다시 힘을 내어 끝까지 6분 페이스를 유지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날 내 몸은 내가 좀 더 천천히 가기를 원했나 보다. 결국 속도가 6분 10초, 20초, 30초 페이스로 느려지면서, 20km를 2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에는 실패했다. 솔직히 마지막 3km 정도는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몸 컨디션이 이렇게 무너진 것, 우리의 야심 찬 계획이 틀어진 것에 대해 좀 속상하긴 했다. 최근에 무리해서 연습하지도 않았고 별다른 부상도 없었기에, 조금 더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무엇이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러닝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그날의 날씨, 온도, 습도, 주로의 종류, 내 몸 상태, 달리는 속도, 거리 등등. 그리고 초반에 아무리 컨디션이 좋더라도 그게 끝까지 가는 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장거리를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된 날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포기란 없다! 다음 주 주말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리라! 물론 몸 상태를 고려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또 계획대로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러닝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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