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정 Sep 26. 2021

일기에는 희망을 쓴다

선택은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May your choices reflect your hopes, not your fears.

- 넬슨 만델라



'내 맘대로 안 되는 삶'이라서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삼십 년이 넘게 살았지만 해마다 인생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을 절감합니다. 어렸을 때는 목표를 움켜쥐고 될 때까지 시도해보고, 헤어진 인연을 못 잊어 끙끙거리기도 했습니다. 계획했던 일을 놓치기고 하고, 예상치 못한 행운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런 게 어른들이 말하는 '때가 있다'거나 '인연이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삶이란 이론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 것들 투성이고, 시간이 갈수록 명확해지기는 커녕 더욱 복잡해지곤 합니다. 그래서 한 글자씩 눌러쓰는 글쓰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글쓰기는 숨통이 트이게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온전히 할 수 있으니까요. 중간에 끼어들거나 질문하는 사람 없이 끝까지 문장을 지어나갈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될수록 자유롭고 마음 편하게 생각과 감정을 말하는 일은 더욱 힘듭니다. 내가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할 일들 속에 쉽게 파묻히고 말아 버립니다. 하루 종일 보는 컴퓨터 모니터 외에도 휴대폰, 대중교통의 넘쳐나는 광고 영상과 음향 등 눈과 귀로 끊임없이 정보들이 쏟아지집니다. 집에 들어와 피곤하다고 티브이라도 켜 놓으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허전합니다. 그럴 때 간단한 일기를 쓰거나 블로그,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날이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어릴 때 블록을 쌓고, 그림을 그리고, 내키는 대로 흥얼거리는 노래처럼 분명 기분 좋은 성취감이 있습니다. 


사회인 페르소나를 벗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긴장을 풀고 내가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들을 시도해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산책을 하고, 요가나 명상을 하고, 온몸이 흠뻑 젖도록 운동을 하고, 오랜 친구를 만나 편안한 대화를 하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시간을 더 보내게 됩니다.


브런치에 글 하나 발행하기는 어렵지만 일기는 가볍게라도 매일 쓰려고 노력합니다. 

지나간 일기장을 들춰 보면서 한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누구가 시킨 것도 아닌데, 결론이 대부분 마음을 다잡는 내용으로 종결됩니다. 불만을 마구 털어놓다가도 '그럼에도 실망하지 말자'라고 다짐하거나,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로 마무리합니다. 왠지 그대로 마무리하기엔 찝찝하고, 어쨌거나 불편만 하기보다 스스로 힘을 내기 위함입니다. 


선택의 동력은 크게 두 가지, 두려움 그리고 희망입니다.

주로 눈앞에 닥친 일은 두려움이 동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희망이란 내가 애써 상상하고, 떠올리고, 느끼지 않으면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내게 와 주었으면 하는 기분 좋은 상상도 연습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떤 날에는 일기에는 미래의 목표만 쓰기도 합니다. 앞으로 꾸려나갈 모습,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의 형태, 건강한 삶을 위해 지켜야 할 습관,  영감을 주는 문장들... 글로 쓰면서 내 눈과 마음에 담아놓습니다. 예전에 '브런치 작가 되기'라고 쓴 것처럼 사소한 소망들도 적어봅니다. 말과 글에는 힘이 있다는 말을 되새기며, 일기장에 크고 작은 희망사항을 씁니다.


이전 08화 내가 드러나는 글을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