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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하지 못한 말

2024.1.31.

by 친절한 James


여기, 참 오랜만이죠?

우리 같이 걷던 이 길을

마지막으로 함께 걷네요.

길은 그대로인데

계절이 바뀌고

풍경이 변했어요.

둘레둘레 걷다 보니

우리 그때처럼

참 좋아요.


그런데

걸으면 걸을수록

눈가는 뜨거워져요.

오르막길의 기쁨이

내리막길의 슬픔으로

파도처럼 물결쳐요.

그러다

슬픔이 가슴속에서 산란하면

무지개 같은 눈물이 흘러내려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바보 같은 나

정말 미안해요.


더운 날 만나서

추운 날 머무르고

더운 날 떠나가는데

사랑이 지나가는 계절에는

가을이 가득 차 있었네요.


사랑은

소나기처럼 다가와

겨울비처럼 번지다

가랑비처럼 떠나고

6월에 저무는

상실의 시대

그 한가운데 우리

못다 핀 사랑 한 송이

미처 하지 못한 말로

마음밭에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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