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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20. 2023

재수 옴 붙었다의 그 옴?


병원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다름 아닌 Krätze 크렛쩨 환자가 다녀 갔기 때문이다.

그것도 연이어서…


크렛쩨는 피부 기생충에 의해 발생하는 피부 감염병이다.

몹시 가렵고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신체접촉을 했던 사람들을 빠르게 감염시키는 골치 아픈 피부질환이다.

그래서 보통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면 온 가족이 함께 치료를 받아야 그 안에서 계속 돌고 도는 것을 막을 수가 있다.


그럼 크렛쩨 라고 하는 놈이 무엇인가 하면 한국에서는 옴이라 한다

왜 옛날부터 재수 옴 붙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때 그 옴  말이다. 옴을 독일에서는 크렛쩨 또는 스카비에스 라 부른다.


살면서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그 옛날 옛적 선조들은 인터넷도 없던 시절 네이뇬,닥터 구글 (독일에서는 모르는 게  있으면 닥터 구글에게 물어봐라고 한다) 같은 검색창도 없었고 의학지식도 따로 없었을 사람들이 어찌 그리 현명하셨던지...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무언가 진절 머리 나게 겁나 식겁한 일이나 떨쳐버리고 싶도록 나쁜 일을 이야기할 때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재수 옴 붙었네!” 하지 않는가 말이다.

옴이라는 놈이 그만큼 한번 걸리면 독하게 잘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독일 병원에서도 옴 환자 크렛쩨 환자가 한번 뜨면 여기저기 소독하느라 난리가 난다.

면역체계가 취약한 환자들이 모인 종합병원 입원실 이라던가 양로원 요양원 투석센터 등은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률이 높다

그러므로 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전에 남편이 종합병원 과장으로 일하던 때에 내과 입원병동에서 크렛쩨 환자가 발생해서 몇 날 며칠 대책 회의하느라 주말도 반납했던 일이 기억이 난다.

그만큼 철저한 소독과 방역이 이루어지는 종합병원인데도 그곳을 뚫고 크렛쩨 환자가 한 명 발생하면 수습하느라 골머리를 앓게 된다.


옴은 그만큼 감염도 빠르고 재발도 잦아 치료에도 애를 먹는 피부질환 중에 하나라 하겠다.

특히나 우리같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채로운 연령층과 다양한 질환을 만나게 되는 개인병원들은 안 그래도 마르고 닳도록 소독하는 게 일상인데..

크렛쩨 환자가 다녀가면 그 환자의 손이 스쳤을지도 모를 모든 곳 구석구석 문고리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소독을 해야 한다.


첫 번째 옴 환자는 커플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손가락 사이사이에 빨간 반점이 도더라 지고 온몸이 가렵고 특히나 밤에 잘 때 이불을 덮으면 가려움증이 증가한다고 했다 전형적인 옴의 증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옴이었다.

감염 경로는 이러했다 얼마 전 출장을 다녀온 남성은 온몸이 가렵고 빨긋빨긋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긁어 대며 가려움 증을 호소했는데 아마도 그게 옴이었나 보다고 했다.

커플이 함께 치료를 받았다


그러고 나서 며칠뒤 커플 중에 여성의 동생이 병원에 왔다. 주말에 그 집으로 놀러를 갔었다고 했다.

그 동생도 같은 증상이었다 또 함께 치료를 받았다.

우리는 혹시나 근래 또 접촉을 했거나 함께 생활한 사람이 있었나를 물었다.

커플 중 여성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다녀 가셨다고 했다 이대로 가면 온 일가친척이 한차례 씩 하게 생긴 거다.

두 분 모두 병원으로 오셔서 검사를 했고 다행히 그 이후로는 더 이상 그 집 안에서 옴이 돌지 않았다.



며칠간 병원은 비상이 걸려 구석구석 소독하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숨 쉴 때마다 소독용 알코올이 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또 며칠 후…,

연세가 있는 투석 환자가 옴일지도 모른다며 병원을 찾았다.

투석센터에서 투석을 받다가 팔에 빨간 반점들이 혹시 옴일지 모르니 검사받고 오시라 해서 내원을 하게 되신 케이스였다.

이거 뭐 하루가 멀다 하고 옴 환자들이 들이닥치니 소독하느라 환장하겠는 거다.


그 환자는 연세가 있는 분이라 일명 할머니 유모차 (Rollartor ) 보행보조기를 밀고 다니셔서 병원 안에서 이동한 경로가 많지 않았고 다행히 환자대기실에 들리지 않고 바로 진료실로 안내를 해서 다른 환자들과 겹치는 과정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환자는 옴이 아니었다 긴장하며 소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헛웃음이 났다.

피부에 발진이 있다고 해서 모두 옴 도 아니려니와  환자는 애초부터 피부 증상이 미미해서 크렛쩨 인지 아닌지 헛갈리게 생겼었더랬다.

그럼에도 환자를 위해서도 투석센터와 우리 병원을 위해서도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병원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여니 키도 크고 늘씬한 금발의 여성이 팔을 긁고 서 있었다.

온몸이 가렵고 몸에 빨간 반점이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는 맨손으로 의료보험 카드를 들이밀었다(독일은 병원에서 진료비가 아니라 의료보험 카드를 낸다)

하마터면 바로 맨손으로 받을 뻔했다


피부가 가렵고 빨간 반점이 생긴 것은 사실 알레르기부터 시작해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전날 환자가 떠올랐다. 옴이 아닐까 하고 다른 병원에서 보냈지만 사실 옴이 아니지 않았는가?

그러나 나의 본능이 말했다 "아니야 혹시 몰라 조심하는 게 최선이야!"

나는 그 환자를 병원 문밖에 잠시 세워두고 고무장갑을 끼고 완전무장을 해서 나갔다



그리고 혹시라도 장갑 낀 손으로 의료보험 카드를 받는 것에 환자가 기분이 상할까 싶어...

"지금 가지고 계신 증상이 혹시 감염 가능성이 있을지 몰라서요 우리 병원은 기저질환을 가지고 계신 연세 있는 환자들이 많아서 항상 조심해야 하거든요 이해해 주세요!"라고 덧붙여 이야기했다.

그런데 역시나 옴이었다.


다행히 환자를 병원 안으로 들여오지 않고 밖에서 대기하다 야외 진료로 끝날수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환자의 이동 경로에 맞추어 또 한 번 대대적인 소독을 했어야 했다.

병원에서 소독이야 일상이지만 이렇게 문고리 하나하나에도 빈틈없이 소독약을 뿌려 대며 소독을 할 때면 마치 소독약을 먹는 느낌이 들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전염병에는 과하다 싶을 만큼 해야 덜 불안하다.

혹시나 옴 환자가 스쳤을지 모를 병원 입구 안내처에서부터 환자대기실, 또는 진료실 안에서 환자의 손이 스쳤을지 모를 의자 귀퉁이 탁자 모서리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소독을 하다 보면…

이러니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에게서 소독약 냄새 알코올 냄새가 안 날수 없지 싶다

 

그런데..,,

식겁하게 생긴 게 어디 옴뿐이랴 저절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독일의 의료시스템은 가정의를 중심으로 곳곳에 연결이 되어 있다 마치 거미줄처럼...

그래서 일단 독일 환자들은 아프거나 다치면 무조건 가정의 병원을 먼저 찾는다.

웬만한 것은 큰 병원이나 전문의 병원에 가면 잘 받아 주지도 않고 먼저 당신 가정의 병원 이 가서 가정의 와 상의하고 오세요 하고 돌려보내니 생활화가 되어 있다.

또 다른 이유들도 있다( 독일 환자들이 큰 병원을 기피하는 이유는 다음번에.. 만나 보세요 ㅎㅎ)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며 필요에 따라 다른 전문의 또는 큰 병원으로 이송도 하다 보면

가정의 병원은 어느 때는 고속버스 터미널이나 공항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환자 대기실은 마치 어디론가로 향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거쳐 가는 대합실 같고 말이다


각기 가야 할 방향도 다르고 서로 가진 목적도 다르지만 가야 할 곳을 가기 위해 늘어선 노선 다른 버스들 또는 활주로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바행기들..,

그리고 그 다양한 버스 노선이나 항공편 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인간군상들...


독일에서 오랜 세월 살아오며 한국요리 강사라는 직업으로 십수 년 넘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왔다

그러나 개인 병원에서 의료팀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지금 5년 간 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있던 독일 사람들은 대체로 이렇지 하는 것들이 말짱 백지로 돌아갈 만큼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어느 때는 서로의 자잘한 배려와 이해로 인한 작고 소소한 감동들이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들 때도 있고 또 어느 때는 식겁해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도 더러 일어 난다.


마치 시끌시끌한 동네 시장 한 귀퉁이에서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닌 것으로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 그 모퉁이 돌아 어느 곳에서는

한주먹의 덤으로 훈훈한 맘이 오가는 것처럼…


한마디로 때로 시끌시끌 한 시장통 같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인간군상들을 골고루 집합시켜 놓은 고속버스 터미널이나 공항 같기도 하다.

그속 에서 오늘도 우리는 우리들 만의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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