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
지금까지는 내가 첫번째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온라인 유통과 마케팅을 했던 이야기를 썼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온라인 유통과 마케팅에 대해 자세히 써보려고 한다. 온라인 유통과 마케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경영과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어서 그 쪽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고 기업들의 사레를 많이 공부했다. 그리고 실제로 일을 하면서 스타트업이 시작할 수 있는 것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어느 날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어디가서도 찾을 수 없는 좋은 스타트업을 나왔다.
기계공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만들고 부수고 손으로 만져지는 걸 하고 싶어서인지 유통 분야에서는 설레는 것이 없었는지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내 전공과 관련된 어떤 것. 하지만 내 전공과 내가 생각하는 큰 그림으로 지금 당장 나아갈 수 없기에 그 중간 단계로 어떻게 하면 이 시대에 걸맞는 기술로써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스타트업계의 베스트셀러. 사이먼 사이먼 사이넥이 쓴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원제 : Start with why?)'에 모든 스타트업의 시작은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해 시장에 내놓는 것. 그게 스타트업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나의 경험을 되돌아 봤을 때 어떤 불편한 것이 있었나, 그 문제를 효과적으로 혹은 기술적인 부분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없을까 고민을 했다.
내가 가장 불편해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한가지가 생각났다.
블로그 포스팅 순위 찾기
네이버라는 플랫폼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구매전환율이 높았던 방법은 바로 블로그 포스팅이다. 지금이야 분야별로 리뷰나 지도, 포스트로 확장되긴 했지만 여전히 네이버 블로그(티스토리, 다음 카페 등 포함)가 가장 강력한 것 같다.
내가 전에 있던 스타트업에서 매일 아침 출근해서 처음 했던 것이 블로그 포스팅 순위를 찾는 것이었다. 블로그 포스팅이 첫 페이지에 노출되는지 안되는지에 따라 자사몰 방문자 수가 달라졌고 하루의 매출이 달라졌기 때문에 우리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포스팅 순위를 확인했다. 그리고 우리와 거래하던 업체에게도 마케팅 주간 보고서를 썼기에 당시 우리는 한 프로젝트(제품)당 4~5명의 인원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오전내로 여러가지 키워드를 검색해서 검색결과 안에 우리의 포스팅이 몇 위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 순위를 공유했다. 너무 많이 손이 가긴했지만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라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발자를 만났다. 온라인 유통과 마케팅에 관련된 일을 해본 개발자라 이 문제에 대한 이해도 빨랐다. 그래서 우리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과 영업 총 4명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렇게 최근에 개발한 것이 '프랭크'라는 프로그램이다.
F.RANK는 'Find Rank'의 줄임말로 네이버에서 한 단어를 검색했을 때 블로그 포스팅이나 포스트, 리뷰, 카페에서 작성한 글이 몇 위에 있는지 자동으로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몇 달간 아무 수입도 없이 매일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고 개발하고 디자인하고 테스트하고 보완하고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재밌었다. 좋은 사람들과 재밌게 일하느라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아직도 첫 고객과의 통화를 잊지 못한다.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마케터 공고를 낸 업체에 일일이 전화해서 블로그 마케팅 하시냐고 이런 프로그램 한번 써보시지 않겠냐고 전화를 걸며 수없이 많은 무시를 당했다.
그러다 구매의사가 있으신 고객과의 통화를 했다. 이런 저런 기능을 설명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그동안 귀찮고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 담아준 프로그램이라고 하셨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마무리 인사를 하고 전화를 마치려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지난 몇 개월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첫 고객님과 했던 10여분의 통화를 개발팀에 전화를 해 하나도 빠짐없이 다시 전해줬다. 우리가 불편했던 것들을 누군가도 불편해하고 있었고 지금은 그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요즘은 일하는게 참 재밌다. 우리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기술적으로 해결했고 그 문제를 해결한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얻는게 신기하다. 스타트업은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피터 티엘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인생을 뒤돌아볼 땐 수많은 점들이 연결되어 커넥팅 더 닷이 된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문에서 했던 말이다. 스티브 잡스가 자퇴를 하지 않았다면 서체 수업을 듣지 않았을테고 맥에는 많은 서체가 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와서 인생을 뒤돌아보니 자퇴를 했던 것, 우연히 서체 수업을 들었던 것.. 등등의 모든 것들이 이어져 지금의 자신이 되었다고 한다.
최근들어 많은 업체에서 문의를 주고 있다. 단순히 돈을 벌어서 기쁜 것보다 보람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잇어서 기쁘다. 우리가 온라인 유통과 바이럴 마케팅을 하면서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노가다가 하나의 점이 되어 두번째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프랭키 팀은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라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무언가를 만들 것이고 더 중요한 건 그것들을 해나가는 과정속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낼 것이다.
------------------------------------------------------------------
바닥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 시리즈
1. 처음 선택한 스타트업 - 온라인 유통과 바이럴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