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는 나를 전문가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
저는 대학교에서 하는 공부가 전문성을 길러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공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겠죠. 그 전공이 디자인이던, 경영이던, 정치외교학이던 대학은 어떠한 분야에 대해서 기본적인 교양을 배우는데 가깝지 절대로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대학교에 온 걸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비록 아직 졸업은 못했지만 정말 졸업은 하기 위해서 짬이 날때마다 수업과 사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일단 시작한 건 끝내고 싶은 욕심도 있고, 대학교에서만 또 배울 수 있는게 있다고 생각해서요. 바로 그건 어떤 분야에서 사고하는 “사고 방식 그 자체”에요. 저는 대학이 전문성을 길러 줄 수 있진 않지만 사고하는 힘은 확실히 길러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어떻게 사고하는 사람인가?
좀 더 재밌게 얘기를 해볼까요? 저는 흔히들 얘기하는 직업이라는 정의를 이렇게 표현하곤 해요. 한 가지 문제를 줬을 때 그걸 어떻게 해결하려는 사람인가? 라고요.
예를 들어 한 가게가 잘 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럼 경영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재무재표, 손익분기점, SWOT분석 등등의 경영적 사고를 기반으로 가게를 분석 할 거에요. 만약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공간을 보고 조명을 보고 가구를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찾기 쉽겠죠. 그럼 UX 디자이너라면요? 소비자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 행동에서 개선이 필요한 순간들을 포착 해 낼거에요. 어떤 관점으로 현상을 바라보는지, 더 넓게는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그 사람을 가장 많이 지배하고 있는 사고체계를 알게되고 이는 단순히 직업의 타이틀보다 많은 걸 설명해 주죠.
어떠한 분야를 공부한다고 할 때 그 분야에 대한 사고체계가 뭔지 반드시 알아야 하고 이걸 기르는 연습이 본질적인 공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걸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배우고 습득하는 속도도 엄청 다르다고 느끼고요.
즉흥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공부를 하자.
왜 그런지 아까 말한 사례를 아래와 같이 A,B로 나눠서 설명 해 볼게요.
A: 한 가게가 잘 되지 않는 다고 했을 때
B: 나는 ~로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 대부분은 B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 알고 있어요. 사회가, 그리고 대학이 알려주는 것도 내가 경영학도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이론과 방법들일 것이고, UX디자인에서는 user journey 분석하기, persona 등등의 다양한 분석 툴들이 여기에 해당하겠죠. 근데 문제는 A에 있어요. 문제라는 건 도대체 미리 예습이 안되는거죠. 자꾸 새로운 문제에 갑자기 부딪히는 거에요. 회사에서도 예기치 못한 과제, 현상,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 등등 너무 많죠. 근데 아이러니한게 이건 누가 그때마다 알려주지도 않는데 내 실력이나 성과를 평가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쳐요. 즉, 이런 예기치 못한 곳에서 우리는 창의적으로 실력발휘를 해야 하는건데 방법론들에만 집착하게 되면 자꾸 정답이라는게 없는데 수학 공식 같은 정해진 답변만 찾게 되는거죠.
이렇게 정답이 없는 문제에 답변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사고체계를 활용하는거에요. 내가 디자이너가 어떻게 사고하는지 알고있다면 어떠한 문제에 부딪혀도 그 사고방식을 대입해서 나만의 디자인 해설을 만들고 답변을 찾아나갈 수 있어요.
공부의 두가지 종류
저는 개인적으로 공부에는 딱 두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Practical 한 실용적인 공부와 Academic한 학문적인 공부요. 내가 만약 어떤 현상을 연구하고 분석하고 그 결과들을 만들어내는 자체에 흥미를 느껴 대학원에 가거나 연구원으로 살고 싶다면 academic한 방법으로 접근 해 공부하는 것이 맞고, 이에 맞게 사고체계를 기르는게 맞겠죠. 예를 들어 어떠한 이론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던가, 애매한 것들을 분명하게 정의내리거나 하는 것들이요.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현상들이나 문제들을 접했을 때 마치 정해진 서술형 답변을 써야 하는 것처럼 방법론들을 찾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에 대해서 본인만의 답변과 사고체계가 뚜렷하게 잡혀있다면 스스로 나만의 창의적인 방법론들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기는거죠. 모든 상황과, 모든 주어진 문제가 나만의 방법론을 찾을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 있는게 진짜 내가 길러야 하는 역량인 것 같아요.
바로 실행할 수 있을 만큼 공부하는게 창업의 핵심
Academic 한 공부는 일정하게 따라하는 규칙이 있죠. 하지만 Practical한 공부는 학교에서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알려주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학원이나 강의도 위에서 말한 B를 해결할 수 있는 tool 들을 배우는 거겠죠. 제가 practical 한 공부를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를 실행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에요. 개인적으로 기업가는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실행은 머리에 지식이 많이 들었다고 행동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왜 흔히들 머리가 무거우면 행동이 느려진다고 하잖아요. 너무 많이 무언가를 정확히 알아야 된다는 강박에서 우리는 어느정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딱 필요한 만큼만, 누구보다 빠르게 행동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것도 아주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해서요.
저는 대학교에서 경험한 수업들 자체가 UX에 대해서 사고체계를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혼자 스스로 UX가 뭔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부터 생각해야 했다면 많이 힘들었겠죠. 대학교는 제게 UX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했고요. 근데 가장 많이 배워간 건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사고하는지를 교수님들을 통해, 또는 다양한 커리큘럼 안에서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그런 hint들은 절대 떠먹여주듯이 알려주는게 아니라 스스로 느끼면서 찾아가야 하고요. 다음 편에서는 구체적인 수업, 경험들을 언급하면서개인적으로 제가 찾았던 hint들과 느낀점을 얘기 해 볼게요.
P.S
브런치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를 진행했어요.
글로 못다한 얘기를 진솔하게 다 할 수 있어서 제가 오히려 너무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교, 공부, 창업등등 고민을 같이 고민하고 풀어나갔으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열심히 들어준 학생분들도 감사해요 :) 모두 화이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