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요.”
독서 교육 연수를 하면 공통으로 나오는 힘겨움 들이 있다.
“저도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죠?”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요.”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러한 힘겨움과 부담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책을 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책을 통해 누리는 많은 장점들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 독서 교육을 시작했다.
연수를 할 때 자주 인용하는 동화가 있다.
루이스 세뿔베다의 동화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에는 갈매기를 양육하고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양이가 있다.
기름이 떠 있는 바닷물에 빠진 엄마 갈매기는 겨우 탈출하여 어느 집 발코니에 힘겹게 안착한다. 마지막 힘을 다해 알을 낳은 엄마 갈매기는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던 고양이에게 알을 부탁하고 죽는다. 많은 고심을 하던 고양이는 알을 정성스럽게 품고 새끼 갈매기를 고양이처럼 양육한다. 하지만 갈매기가 더 이상 고양이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새끼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다. 동료 고양이들과 백과사전 등 여러 책을 보고 조언을 들으며 새끼 갈매기가 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선택된 사람인 시인의 도움으로 고양이와 새끼 갈매기는 산 미겔 성당 꼭대기에 오른다.
거센 비와 바람으로 겁에 질려 울먹이는 새끼 갈매기에게 고양이는 말한다.
“너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 때문에 행복을 느낄 거야. 어떤 때는 물이라는 것이, 어떤 때는 바람이라고 하는 것이, 또 어떤 때는 태양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란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비가 내린 다음에 찾아오는 것들이지. 일종의 보상처럼 말이야.
그러니 자, 이제 비를 온몸으로 느껴봐. 날개를 쫙 펴고서 말이지.”
고양이의 설득에 새기 갈매기는 거센 빗속을 날아간다.
자기 스스로 날아오르는 갈매기를 보며 고양이는 말한다.
“새끼 갈매기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오직 날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이죠.”
백과사전의 지식과 전문가의 조언으로 새끼 갈매기가 날 수 있도록 돕지만 새끼 갈매기는 날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도 고양이들은 새끼 갈매기가 자신이 얼마나 날고 싶어 하는지 스스로 인지하고 의지를 표현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이 기다림이 새끼 갈매기를 날 수 있도록 했다.
주체를 ‘부모’나 ‘교사’에서 ‘아이’에게로.
부담은 ‘내’가 주체가 되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높은 기대에 의한 감정이다.
아이들과 책을 통해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은 책을 소개하고, 책을 함께 읽으며 작가를 소개하고, 내용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만날 수 있게 돕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느끼고 깨닫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몫이다.
낯선 곳을 여행하다 길이 헷갈릴 때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물어볼 때가 있다.
“조금 올라가서 오른쪽 길로 가면 표지판이 보일 거예요.”
그 안내에 감사하며 길을 가는 것은 여행자의 몫이다. 길을 안내해 준 사람은 안내하는 것만으로 그 몫을 다 한 것이다.
코칭을 진행하며 ‘책’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각자의 생각과 마음을 열어주는 역할을 돕기 때문이다. 책 속의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공감받는 순간도 있고 관점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순간도 있다. 그 순간 우리는 공감이 무엇인지, 관점이 무엇인지, 지금의 생각과 판단은 옳은 것이고 잘 못 된 것인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러한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통해 돕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힘을 주는 문장은 어떤 부분이야?”
“그렇게 느낀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줄 수 있니?”
“지금 아기 갈매기의 마음과 비슷한 경험이 있니?”
“그럼 나도 새끼 갈매기처럼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데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을까?”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기억하여 자신의 가능성과 존재가치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다.
활동의 주체가 ‘아이’들임을 기억하면 부담의 짐이 덜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가능성이 표현되도록 친밀함으로 돕는 위치.
같은 장면, 같은 문장에서도 각자가 느끼고 깨닫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앎으로 인해 아이들은 세상의 넓고 깊음을 조금씩 알아간다. 그 큰 세상 속에 유일한 존재인 ‘나’의 가치를 인식한다는 것은 정말 가슴 설레는 일이다.
새끼 갈매기가 자신이 정말 날고 싶어 하는 ‘갈매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처럼 말이다. 그 순간 새끼 갈매기는 날개를 힘껏 펼쳐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안다는 것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아이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의 이면에 어떠한 마음을 채우고 싶은 것인지 조금씩 알아간다면 우리 아이들도 새끼 갈매기처럼 자신의 세상을 거뜬히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돕기 위해 책을 통해 생각하고 감동하고 표현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질문으로 돋음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뜀 틀을 잘 넘어가기 위해 밟고 뛰어오르는 돋음판 역할을 책과 코칭 대화의 질문으로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부담감은 친밀함을 품고 있는 사랑이다.
“너를 고양이처럼 만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단다.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 거야. ...우리와 같은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야. 하지만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너를 그것을 깨닫게 했어.
너는 갈매기야. ... 너는 하늘을 날아야 해. ... 네가 날 수 있을 때, 너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새끼 갈매기의 존재가치를 존중하며 사랑한 고양이는 새끼 갈매기가 갈매기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으로 돕는다. 자신이 갈매기로 살고 싶고, 그래서 날고 싶어 함을 인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다른 갈매기들의 멋진 모험담을 들려주기도 하고, 갈매기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새끼 갈매기가 스스로 인지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는 책 활동 코칭 대화의 질문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가능성이 표현될 수 있도록 친밀한 사랑으로 믿고 인내하며 돕는 자의 위치에서 함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