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잘 계셔?
아들로부터 손편지를 받았다.
훈련소 들어간 지 3주 만인데, 지난 주말에 이미
기다리던 첫 통화인 '통신 보약'을 받아서인지 예상보다는 덤덤했다.
아내와 내게 각각 한 장씩, 그리고 동기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할까 봐... 라며 그림도 들어 있었다.
윗 그림 가운데, 편지 쓰는 98번 훈련병이 내 아들이다
편지 첫 문장이 참 어색하다.
아내처럼 "엄마, 잘 있어?"도 아니고
존대인 듯 존대 아닌 "아빠, 잘 계셔?"란다.
뭔가 이제는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긴 한가보다. 녀석~~
사회는 참 허례허식이 많더라
여기는 다 머리 깎고 옷 똑같이 입고 보니
사람 한 명 한 명이 더 잘 보이는 거 같아
사회였다면 그냥 무시하고 말 사람들이었을 텐데
여기서 만났기 때문에
말도 섞고 겪어볼 수 있음에 감사해
좋은 전우, 좋은 경험
많이 쌓아서 나갈게
사랑해
늘 어리고 철없는 줄 알았는데...
이런 멋짐까지 굳이 아빠를 닮을 줄이야.
(옆에서 아내가 째려본다)
30년 전, 나도 군대에서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었다.
내 기억에는 아마도 그때였던 것 같다.
'아빠'에서 '아버지'로 호칭이 바뀐 터닝포인트가.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고 그러고 싶었다.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임을 선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도 그랬을까?
뭔가 품에서 멀어지는 섭섭함은 없었을까?
나는 그때 사랑한다는 말을 했었을까?
아빠가 보고 싶다...
아버지 - 나태주 -
왠지 네모지고 딱딱한 이름입니다
조금씩 멀어지면서
둥글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이름입니다
끝내 세상을 놓은 다음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이름이기도 하구요
아버지,
이런 때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마음속으로 당신 음성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