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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Mar 31. 2024

벚꽃 비기닝

금요일 오후,

회사에 어렵게 반차까지 내며 떠난 벚꽃 여행길인데

4시간 넘게 걸려 지리산 인근에 도착할 때까지

길가에 벚꽃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몇 년 전 타이밍에 실패한 매화마을 축제처럼

이번에도 너무 이른 시기를 온 걸까?

분명 이번 주말이 피크라 했는데...

  

구례 황토방 펜션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벚꽃 아직 안 피었나요?


맘씨 좋아 보이는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하동 쌍계사 가는 길에 지금 가면

활짝 핀 벚꽃들을 볼 수 있단다.


설마 하는 생각과

혹시 하는 기대로

30분 정도 캄캄한 섬진강변길을 달려

화개장터에 도착했는데

수상한 차들이 속속 나타나더니 장터길 안으로 사라졌다.


눈치 빠른 아내가

마치 범죄차량을 미행하는 형사처럼

빨리 따라붙으라는 신호를 준다.


한 3분쯤 지났을까.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란 표지를 지나자

눈앞에 하얀 조명에 비쳐 눈부시게 환하게 빛나는

벚꽃길이 마법처럼 펼쳐다.


그리고

십리 가까이 되는 그 길가에는

벚꽃 비기닝을 보려는 차들과 사람들 행렬로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해맑은 미소의 아이들도,

깍지 낀 손을 꼭 쥔 연인들도,

그리고 벚꽃처럼 하얀 백발의 노년들까지도


어나고 싶지 않은 꿈같은

그 봄이, 그 밤이

지나간다.

아내가 찍은 벚꽃 라이브 (202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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