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 달 동안 주방장이 마신 우리술은
지난 9월 한 달 안에는 사계절이 모두 들어있는 듯했습니다. 지칠 만큼 무더웠던 여름을 시작으로, 해 질 녘부터 선선해지는 가을, 꽃샘추위 같은 봄 날씨 그리고 다가오는 겨울까지. 덕분에 벌써부터 겨울 옷들이 부지런히 옷장을 자리다툼하기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어김없이 돌아온 <월간 주방장>의 주방장입니다. 다채로웠던 지난 9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송편 속처럼 꽉 찬 한 달을 보냈습니다. 많이 마시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민족 대명절 추석 때 보고 싶었던 지인들을 만나 막걸리 한.. 아니지 다섯 병을 비우며 그동안 회포를 거하게 풀었습니다. 주방장의 풍요로웠던 9월, 어떤 술이 함께했는지 볼까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술샘의 프리미엄 막걸리로, 하얗지 않고 빨갛다는 특이점 하나만으로도 주방장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두 주류는 차례대로 생탁주 그리고 살균탁주로, 서로 다른 제품입니다. 얼핏 보면 토마토 주스로 착각하기 때문에 벌컥 들이켰다간, 10.8도의 제법 높은 막걸리에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그리고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으시다면 막걸리의 '빨간' 속살 편을 참고해주세요.
# 정보
식품유형 생탁주 / 살균탁주
알코올 10.8%
내용량 375ml
재료 쌀(국내산경기미), 누룩(국내산밀함유), 홍국(국내산), 정제수
기타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30일 / 제조일로부터 1년
구매처 인터넷 몰
# 코멘트
술취한원숭이의 첫맛은 새콤하고 상큼한 과일주 느낌으로, 이름처럼 강한 개성을 지닌 맛입니다. 은은한 단맛에, 생각하고 있던 막걸리와는 달리 제법 드라이한 편입니다. 또한 탄산감이 약해 부드러운 질감을 한층 더 제대로 느낄 수 있겠어요. 이어서 붉은원숭이의 첫맛은 달고 고소합니다. 술취한원숭이에 비해서 더 부드럽고, 순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신맛과 탄산감의 유무 차이인 듯하네요. 붉은 원숭이에서는 탄산감과 신맛을 크게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익숙한 단 맛과 톡 쏘는 청량감이 아닌, 입 안에서 계속 맴도는 은은한 단맛+감칠맛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술취한원숭이도 탄산감이 적어 부드럽다고 했지만 붉은원숭이는 더 부드러워 훅 치고 들어오기 때문에, 취하고는 싶은데 부드러운 술에 당(?)하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습니다.
# 어울리는 음식 매콤한 제육볶음,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은 제육볶음에 입 안이 얼얼해질 때쯤, 부드러우며 은은한 단맛인 술취한원숭이/붉은원숭이는 분명 소방호스를 들고 당신의 입을 가라앉히는데 조력자 역할을 할 것입니다!
<월간 주방장> 9월호에서 마신 담은의 여운이 길었습니다. 포천일동1932의 다른 술도 궁금해 마트를 다시 가봤지만, 팔지 않아 인터넷 몰에서 판매 중인 담은블랙을 구매해봤습니다. 일반적인 흰쌀로 만든 막걸리가 아닌, 흑미로 양조했다는 점에서 더 끌렸습니다. 하얀 구름을 표현하고자 했던 담은, 그리고 담은블랙은 무얼 표현하고자 했을까 더 궁금해졌습니다.
# 정보
식품유형 생탁주
알코올 6%
내용량 750ml
재료 정제수, 흑미(국내산), 입국, 효모
기타 기타 과당, 정제 효소제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30일
구매처 인터넷 몰
# 코멘트
흥국쌀, 일반 백미에 이어 흑미막걸리입니다. 완전 발효된 막걸리이기에 탄산은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부유물들을 잘 섞기 위해 마구 흔들었음에도 넘침 현상은 역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잔에 따를 때면 걸쭉하고 크리미한 텍스쳐를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입에서 처음 느껴지는 맛과 향은 포도맛으로 은은하면서도 제법 단맛입니다. 게다가 기분 좋은 산미는 이름처럼 블랙의 차분한 무드 마냥 조화를 이뤄주네요. 톡 쏘는 탄산감에 특유의 시큼한 자극을 여기선 찾을 수 없겠지만, 진득한 질감이 특징인 막걸리에 긴 여운을 주는 막걸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쉬운 점은 경기 포천쌀로 양조한다는 담은과는 다르게 어떤 흑미 품종인지 알 수 없는 점이랄까요. 주변에서 흑미로 만든 술들은 보기 힘들기 때문에 더 궁금한데, 혹시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아래 댓글 부탁드려요.
# 어울리는 음식 간단한 다과류, 어떤 특정 음식이랑 먹기에는 막걸리의 향이 묻히기 때문에 간단한 다과류라고 정해보았습니다.
집에 오는 길, 기분 좋아 가벼운 발걸음에 데려온 막걸리입니다. 이 날은 제법 무더워 콩국수도 생각나고, 병의 라벨은 제법 산뜻하고 가벼운 막걸리 이미지를 갖췄기에 용기 내어 덥썩 집어봤습니다. 물 좋은 포천에서 양조했다고는 해도, 큰 기대를 하고 구매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까지 마신 다른 검은콩 막걸리와는 얼마나, 어떻게 또 다를까 궁금하네요.
# 정보
식품유형 살균탁주
알코올 6%
내용량 1,200ml
재료 정제수, 소맥분(미국, 호주산), 백미(국내산), 검은콩(중국산) 0.317%, 입국, 효모
기타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12개월
구매처 N사 대형슈퍼
# 코멘트
검은콩막걸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검은콩 두유입니다! 더러 맛도 고소하니 비슷해야 하는데, 풋콩처럼 콤콤한 맛입니다. 검은콩은 동화 속 요정의 존재처럼 작게 깨알처럼 보이는, 눈으로 확인되는 것이 다 인 듯하여 아쉬움이 남습니다.
# 어울리는 음식 검은콩 두부와 볶음김치입니다. 다소 검은콩의 맛이 아쉬워서 한 번 선택해봤어요.
여기서 주방장의 볶음김치 팁은 바로 식초입니다. 묵은지 느낌이 나는 볶음김치를 좋아하는 주방장은 김치를 볶기 전 약간의 식초를 넣어 볶으면 묵은지로 볶은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모처럼 추석이라고 해서 지인들과 함께 마실 때, 주점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생막걸리입니다. 경기도 포천 하면 흔히들 일동막걸리, 이동막걸리가 쉽게 떠오르지만, 포천에는 내촌 막걸리도 있다는 사실. 막걸리 중 해당 지역권 아니면 쉽게 찾아보기 어렵던 막걸리들을 이렇게 마주할 때면 언제나 기대 반 설렘 반입니다!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5%
내용량 750ml
재료 정제수, 찹쌀 1.4%(팽화미/국내산), 쌀 1.4%(팽화미/국내산), 밀(미국산), 입국
기타 아스파탐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30일
구매처 대전 J막걸리 주점
# 코멘트
일단 식품 유형을 살펴보면 술의 단 맛을 내주는 찹쌀이 들어간 막걸리이며, 쌀 그리고 밀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단 맛이 그렇게 강하지 않고 은은하며, 그렇다고 신맛 또한 세지 않아 제법 조화롭습니다. 탄산감이나 감칠맛은 거의 나지 않으며 차분한 편입니다. 모든 균형이 고루고루 적당하여, 기본기가 탄탄한 막걸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참고로 일반 가격대 포천막걸리 중 주방장이 가장 맛나게 마신 막걸리인 듯싶네요.
# 어울리는 음식 일단 주방장 믿고 그냥 한 번 드셔 보시고, 머릿속에서 어떤 음식을 외치는지 한 번 귀 기울여 보세요!
정읍의 무형문화재이자 죽력고 명인 송명섭 씨의 생막걸리입니다. 직접 재배한 쌀과 밀로 만든 누룩, 그리고 물 이외에는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아 막걸리계의 드라이와인으로도 불리곤 합니다. 송명섭 생막걸리 또는 태인막걸리, 조심스레 한 번 권해봅니다.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6%
내용량 900ml
재료 정제수, 쌀 17.5%(국내산), 곡자(국내산)
기타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10일
구매처 대전 J막걸리 주점
# 코멘트
우리술 꽤나 마셔봤다는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죽력고 명인 송명섭씨의 막걸리입니다. 드라이한 막걸리의 최고봉으로, 일반적인 막걸리에서는 전혀 맛볼 수 없는 드라이하고도 맑으며 담백한 맛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쌀과 물 그리고 누룩으로만 만들기 때문에 많이 마셔도 막걸리 특유의 배부름 및 더부룩함이 없어 좋습니다. 또한 숙성 별로도 맛이 다를 수 있고, 만든 때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습니다.
+ 어색한 사이에 막걸리도, 술도 별로 안 좋아하는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 특별한 술이랍시고 잘 못 내놨다가는 더 서먹해질 수도 있습니다.
# 어울리는 음식 매콤 달콤한 닭볶음탕, 배부름/더부룩함이 덜한 술인 만큼 포만감 가득한 음식과 함께 해보시길!
은자골은 은척의 옛 이름이며, 이름부터 막걸리가 아니라 탁배기입니다. 상주시 은척면에 있는 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입니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다는 은으로 만든 자(은척)가 묻힌 산이라 하여 은자산이라 부르고, 은자산의 이름을 따서 은자골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삼백(쌀, 누에, 곶감)의 고장답게 상주의 대표 쌀 브랜드인 삼백쌀을 사용해 양조한다고 합니다.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5%
내용량 750ml
재료 정제수, 백미(국내-상주산), 소맥분(외국산), 전분당, 국, 누룩, 정제효소, 효모
기타 아스파탐, 조제종국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20일
구매처 대전 J막걸리 주점
# 코멘트
밀이 제법 함유돼서 인지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부유물이 많은 편이며, 확실히 일반적인 쌀막걸리보다 무게감이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단 정도는 적은 편이지만 은은하게 혀끝에 남으며, 담백한 맛 그리고 부드럽습니다. 이름의 유래처럼 좋은 물과 땅에서 양조된 막걸리라 그런지 후회없는 맛이었습니다!
# 어울리는 음식 군고구마, 뭔가 여름보다 겨울에 어울릴 법한 막걸리인 듯해요. 군고구마와 은자골생탁배기, 다가오는 겨울이 벌써 기대되는군요!
프리미엄 막걸리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배혜정도가의 생막걸리로, 마트나 전통주 주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름의 호랑이는 강한 느낌인데, 라벨에 그려져 있는 호랑이를 보면 뭔가 귀엽고, 구수해 보이네요. 어떤 호랑이의 이미지 일지는 한 번 마셔보고 더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 정보
식품유형 탁주
알코올 6%
내용량 750ml
재료 쌀(국내산) 정제수 국
기타 젖산 효모 에리스리톨8.389%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60일
구매처 대전 J막걸리 주점
# 코멘트
마셔본 막걸리 중 가장 단 막걸리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라벨을 살펴보면 ‘합성감미료 무첨가’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고, 연이어 에리스리톨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에리스리톨, 과일과 발효식품에 들어있는 천연당알코올로 8.389% 들어 있네요. 감미료 치고 낮은 수치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 맛을 찾는 분들이 꾸준하기 때문에, 서울 장*막걸리처럼 인기 막걸리 중 하나겠죠?
참, 주방장은 애교 많은 애완용(?) 호랑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여러분이 느낀 이미지는 어떠신가요?
# 어울리는 음식 지삼선(地三鲜), 땅에서 나는 세 가지 채소로 만든 것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보통 가지, 감자, 피망을 볶은 요리를 일컫습니다. 막걸리는 마트에서 구하기 쉽고, 지삼선은 집에서도 만들기 쉬우니 같이 곁들여보는 건 어떨까요?
<월간 주방장>10월호에서는 자리다툼하는 옷장 속 옷들처럼 서로 쟁쟁하고 다양한 우리술들을 만나 보았는데요, 그중 장원(베스트 우리술)은 내촌찹쌀생막걸리, 차석(2% 아쉬운 우리술)은 검은콩막걸리입니다.
하지만 순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것은 주방장의 주관적인 소견일 뿐이니 여러분의 순위를 한 번 매겨보는 건 어떨까요?
더 맛난 우리술들로 찾아올게요.
다음 달에 다시 만나요.
* 우리술 정보에 <구매처>를 적은 이유는 여러분 주변에서 우리술을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특정 대형마트나 판매처와 전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