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한 명 고백하지 않은 상태로 머물러도 괜찮아요. 어쨌든 얼굴 볼 수 있잖아요.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요. 일상을 공유할 거리는 되잖아요. 맨날 ‘오늘 점심 뭐 먹냐, 저녁에는 뭐 먹을 거냐’ 특별한 주제 없는 대화를 나눠도 깊숙이 좋아요. 당신과 함께 취미에도 없던 짓들을 해보고요. 편식하던 음식들을 하나씩 먹어봐요. 애호하는 물건을 자랑하는 것도 재밌어요. 인상 깊었던 영화를 소개하는 일도 즐겨요.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똑같은 영화를 재생하는 순간도 낭만이에요. 전화를 걸어두고서 도란도란 영화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게 얼마나 멋진데요. 꼭 옆에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간질거려요.
우리가 친구라는 이름 하에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게 나쁘진 않아요. 영영 멀어질 일도 실망할 일도 없단 전제를 깔고 보면 말이에요. 연애라는 건 언제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는 거잖아요. 변수도 수두룩하고요. 헤어지면 끝이잖아요.
나는 당신을 오래 보고 싶거든요. 아주 많이 보고 싶단 말을 참아가면서도. 몹시 아끼고 있단 문장을 고쳐 적으면서도. 당신이랑 긴 세월을 서로 기대고 고민을 터놓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면 만족해요.
비록 해가 더해갈수록 당신 앞에선 숨소리도 조심해야 하지만요. 혹여나 나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요.
당신은 편하고 불편해요.
이대로 계속되어도 돼요.
정이든 사랑이든 비슷하지 않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