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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 여름이 유독 더워요

by 주또

당신을 더 사랑해 주지 못한 것이 아쉬워지는 오늘이에요. 있는 그대로의 당신 모습을 온전히 헤아려주지 않은듯하여 내내 마음에 걸리네요. 항상 내가 서운한 점들만 늘여놓기 급급했는데요. 따지고 보자면 당신 역시 나한테 토라질만한 면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테지요. 나는 우리가 잘 맞지 않는다고 단정 지은 적도 여러 번이었거든요. 섣부르게 이별을 통보한 순간도 있었지요.


뒤돌아서 바로 후회했다만, 이미 우리 사이에 균열이 일어났을 거예요. 그게 머잖아 완전히 깨져버린 거일 수도 있어요. 산산조각 나버린 사랑과 아득해진 관계 속에서. 더는 무엇을 바랄 수 있었겠어요.


사랑이 유독 답이 없어요. ‘그때 그러지 말 걸’, 가정을 해보는 것 자체가 구질구질해요. 물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는 시기를 지나 우리를 겨우 지워가는 참인데, 끝없이 미화되는 추억은 나만 탓하게 되어요. 진짜 내가 나빴던 것인지. 아니면 당신이었는지. 우리가 아녔던 것인지. 그냥 해명하고 넘길 수 있었던 일들 같고.


노래방에서 슬픈 노래나 주야장천 부르다 보면 완벽히 멀쩡해질 수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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