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친절을 사랑이라고 착각했지요

전부가 아닌, 일부라도 되어 오래 머무르고 싶었어요.

by 주또

‘사랑’인 줄 알았으나 ‘정’이었던 몇몇 에피소드에 관하여 떠올려보자니, 당연 가장 먼저 차오르는 게 당신 이름 석자 아니겠어요. 난 당신의 괜한 친절을 사랑이라 착각했지요. 나를 부르는 이름이 다정했던 것도 같고 건너오는 눈빛에 애정이 실린듯했거든요. 밤새 잠 못 이루도록 만들었던 문장들까지. 그날 새벽엔 왜 전화를 걸었었나요. 부재중 목록에 띄워져 있던 당신을 확인했으나 아직도 그 이유에 관련되어 들어본 적은 없어요. 단지 다른 이를 통해 그날 당신이 술을 마셨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에요.


당신은 나처럼 나약한 사람을 곁에 두기엔 어울리지 않았는데요. 매사 불안정한 내가 감히 당신의 인생에 끼어들었다가는 망쳐버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녔으니까요. 당신은 이러한 점들을 미리 깨달아 적당히 나를 달래고, 적당히 거리를 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난 차라리 당신이 나를 완전히 소유해 주기를 원한 적도 있답니다. 어차피 잊지 못할 마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러나저러나 아플 테니 당신 한번 세게 안고서 모든 걸 토해내버리면 좀 나을듯했지요.


당신의 등을 보는 일이 얼마나 서러웠는지 궁금하지도 않지요? 당신에게 썼던 무수한 편지를 죄다 휴지통에 버려야 했던 나의 심정을, 알고자 하면 꽤나 귀찮아질 테지요? 당신과 걸었던 공원을 혼자서 다시 걸어보아요. 아무렇지 않은 척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진장 떨렸던 속내를 되짚어보아요. 당신이 살아온 세월을 배우기엔 역부족이었던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했나요. 당신 말이라면 껌뻑 죽는 나를, 어떻게 여겼나요.


난 당신한테 우스워졌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어떤 식으로든 찾아주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었지요. 결코 전부가 되고자 한 적은 없어요. 일부라도 되어 당신의 삶에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었답니다.


그게 다예요.

덧붙일 마음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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