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때때로 SNS를 하지 않는다. 가끔은 비활성화를 하기도 한다. 보통 내 SNS에 올라오는 글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일상이다. 그것은 내가 SNS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가깝거나 먼, 가볍거나 무거운 모든 관계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 들어있다. 그들의 소식을 볼 때면 나는 많은 감정을 겪는다. 그중에서도 나의 감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주제는 자랑이다. (사실 나도 자랑의 수단으로 SNS를 이용할 때가 많다. SNS만큼 자랑하기 쉬운 공간이 없는 것 같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자랑을 독려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자랑의 게시물을 마주할 때 생기는 감정을 통해 나는 나의 SNS 지속 여부를 가늠하곤 한다. 보통 세 가지 감정을 가진다. 자랑에 함께 기뻐하기, 자랑하는 것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무 감정 없이 넘어가기, 자랑에 흠잡고 질투하기. 내가 세 번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기간을 정해두고 그만두게 된다.
나는 카카오톡 친구목록도 가끔 관리하곤 한다. 빨간 점이 뜰 때마다 다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잠깐 알고 만 사이는 보통 지우고, 연락은 안 하지만 여전히 애정이 있거나 소식이 궁금한 사이는 숨김 친구에 넣어둔다. 그러다 보니 내 친구목록에 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까운 사람들의 간간히 뜨는 소식을 확인하고, 가끔 궁금해질 때 숨김 친구에 들어가서 소식을 확인한다. 이렇게 하니까 안 그래도 자주 업데이트하던 20대 초반 시절의 그 끝없는 프사확인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더 이상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관리하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었는데, 몇 년 전 준비하던 시험 때문이었다. 그 시험은 삶의 방향을 바꿔보고자 했던 시도이기도 했다. 그 중요한 시기에 나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너무 많은 의견의 소리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능 치고 난 뒤 처음으로 SNS를 멈췄었다. 처음에는 허전했는데 며칠이 지나고 나니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그제서야 그동안 SNS가 얼마나 내 머릿속을 시끄럽게 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 소음이 정말 중요한 소리를 듣지 못하게 했다는 것도 말이다. 조용한 상태에서 나는 나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었고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SNS를 안 한다고 인터넷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둘은 차이가 있다. SNS는 스크롤을 내리면 생각할 틈 없이 정보를 떠먹여 준다. 반면에 인터넷은 그래도 내가 잠시나마 생각하고 선택해서 정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나마 조절할 수 있다.)
쏟아지는 사소한 정보에 반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정보에 무던해지는 경험을 한다. 이미 생각과 감정의 에너지를 다 소진했기 때문이다. 내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SNS를 그만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른 것에 반응할 감정을 거기서 부정적으로 강하게 소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덜 중요한 사람들의 일상에 반응하다가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 무심해질 수 있고, 가벼운 이슈에 반응하다가 중요한 일에 무심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가끔씩만 SNS를 안 한다. 왜냐면… SNS는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씩 그만둘 수 있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지 않을 자유를 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관리하지 않으면 날이 갈수록 무언가를 주입하고 있는 세상에서, 나는 보지 않을 자유를 점점 쓸 수 없게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