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집 안으로 오토바이 소리가 들어오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대화소리가 들려오고
불 꺼진 어둠 속으로 가로등 불빛과 달빛이 스며드는 밤.
시가 오지 않는 밤이다.
소음이 정적을 깬 것도 아니고
빛이 어둠을 자른 것도 아닌데
시는 오지 않는다.
잠들기를 포기하고 밖을 보니 슈퍼문이다.
미니문보다 14% 커 보이는 달이
미니문보다 30% 밝은 달이
시를 앗아갔다.
저리 달이 밝으면
현실이 갑자기 판타지가 되어버린다.
저리 달이 빛나면
시가 오지 않는다.
처서가 지난 이 밤
시 대신 달이 왔다.
사진 Erik Johans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