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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넙죽 Oct 09. 2023

러시아인들의 컴포트 푸드, 수프

그들의 언 몸과 마음을 달래는 음식

러시아인들의 소울푸드, 수프


단순히 입을 만족시키고 허기를 달래는 것 뿐만 아니라 영혼을 충족시키는 이른바 소울푸드가 각 문화권마다 존재한다. 우리에게는 국밥이 바로 그 소울푸드 중 하나고.


  러시아인의 식탁에서는 수프가 꽤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식당 메뉴판을 보아도  항상 수프는 빠지지 않는다. 러시아 사람들은 식당에서 메인 요리는 시키지 않고 수프 한가지에 빵 정도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러시아인들의 수프 사랑은 그들의 혹독한 겨울에서 기인한다.나 또한 모스크바에서 겨울을 나다보니 그들의 식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추운 날씨가 몸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겨울에 먹는 따뜻한 러시아 수프 한 입은 움추려든 혈관에 활기를 돋게 해준다. 러시아인들 즉, 루스키들의 컴포트 푸드인 수프에 대해 지금부터 소개해보려고 한다.


가장 대중적인 보르시


 러시아 수프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은 보르시다. 비트와 소고기로 국물을 내는 이 수프는 우리의 소고기 무국에 견줄만한 시원한 맛을 낸다. 가끔 스메타나 소스를 넣어먹기도 하는데 나는 처음 보르시를 받았을 때 그 상태로 먹는 것을 선호한다. 스메타나 소스를 넣으면 맛은 풍부해지지만 아무래도 국물이 탁해져 시원한 맛이 덜하다. 돼지의 지방인 살라나 빵이 곁들여져 나오기도 한다. 러시아의 대부분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사랑받는 음식이다.




가장 기본적인 수프, 시


  보르시에 비해 화려함은 덜할지 모르나 소박한 러시아 음식을 가장 잘보여주는 음식은 양배추 수프인 시라고 생각한다. 매일 먹는 음식이 화려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재료나 빛깔은 화려하지 않아도 수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절인 양배추를 기본으로 만들며 약간의 고기 등이 첨가되기도 한다. 한랭한 기후 탓에 양배추 절임 같은 보존식이 발달한 영향인 것 같다. 러시아 수프의 기본 격이라고 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러시아식 토마토 수프, 살란카


 보르쉬보다 조금 더 산뜻한 맛을 내는 살란카라는 수프도 있다. 산뜻한 맛이 나는 것은 이 수프가 토마토 베이스이기 때문이다. 보통은 고기를더해 식사로 먹는 것을 선호하며 보르쉬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보르쉬와 토마토 수프 사이의 중간맛정도인데 그래도 고기육수이니 적당한 묵직함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육개장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물론 곁들여먹는 레몬이나 스메타나 소스를 보면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지지만. 역시나 러시아식 식당에서 즐겨찾는 요리이다.




이것은 이세계의 동태국, 우하


 생선으로 베이스로 하여 꼭 동태국 같이 생겼지만 그 안에 담긴 토마토와 레몬을 발견한 순간 많은 고민을 하게 해주는 수프 우하가 있다. 처음 우하의 존재를 알았을 때 러시아인 직원에게 그맛을 물었다. 자신에게는 맛있지만 한국사람에게도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약간의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기분으로 한술 떴다. 생선으로 육수를 내었으니 맛은 당연히 깔끔하고 시원했다. 다만 레몬을 넣었으니 새콤하고 가끔 토마토를 씹을 때 아삭했다. 묘하게 동태국 맛이 나긴 했다. 주로 흰살 생선이 주 재료인 듯 싶지만 고급 식당에 가면 연어로 만든 우하도 맛볼 수 있다.



여름의 수프, 아크로시카


여름에 먹는 냉수프는 여러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오이냉국이  그러하고 스페인의 가스파초도 있고. 러시아에도 여름을 위한 냉수프가 있는데 그 이름하야 아크로시카라고 한다. 고기와 채소 등을 적당히 자른 후 러시아의 대표 음료인 크바스를 부어 수프를 완성한다.  때로는 발효유인 케피르를 부어 만들기도 한다지만 나는 차마 케피르를 넣어 만든 것까지는 먹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케피르 특유의 시큼하고 비릿한 맛을 좋아하지는 않으니. 청량감이 있고 구수한 맛이 있는 크바스 쪽이 더 내 취향이었다. 또한 고기나 채소 육수가 아닌 발효음료인 크바스가 수프의 바디를 구성한다는 것도 매우 특이하고 신선했다. 애초에 맛이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꼭 도전해보고 싶은 음식이었다. 처음에는 적당히 손질된 고기와 야채가 나오고 그 곁에 크바스 한병을 주는 식이었다. 취향에 따라 크바스의 양을 조절하라는 것이겠지. 조심스럽게 크바스를 부어보았다. 처음에는 크바스가 다른 재료를 압도하는 모양새가 아닐까 지레 짐작했지만 의외로 크바스를 포함한 고기, 야채 등이 크게 모난 곳 없이 잘 섞이는 느낌이다. 여름 수프가 가진 보편적인 특성처럼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을 느끼게 해 적당히 입맛을 돋는 느낌을 주었다. 여름의 생동감을 미각으로 느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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