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넙죽 Oct 09. 2023

러시안 샐러드와 애피타이저

익숙한 러시안 샐러드의 매력


 러시아에서 대중적인 샐러드는 올리비에와 미모사이다. 두  샐러드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마요네즈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채소 혹은 햄, 과일이나 감자 등을 마요네즈와 버무려 먹는 샐러드.  한동안 우리 식탁에서도 많이 보이던 사라다라는 국적 불명의 요리와 비슷한 맛이다. 이름은 샐러드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사라다인데 맛은 왜인지 서양적인 맛. 그러나 서유럽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맛을 나는 러시아에서 찾았다. 사실 스페인에서도 러시아의 샐러드라는 뜻인 엔살라다 루사라는 타파스가 있는데 역시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이다.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러시아인의 마요네즈 사랑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것 같다.

 

  올리비에 샐러드는 딱 우리가 먹던 사라다 맛인데 다만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가 많아 더 풍부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식당에서 주문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도 양이나 맛이 훌륭하다. 러시아 음식 중에 올리비에를 좋아하는 한국인들도 많고.



  미모사 샐러드는 따뜻한 봄날을 표현한 음식이다. 마요네즈 기반이라는 점은 올리비에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화려하다. 올리비에가 가정식 느낌이라면 미모사는 기분 내며 외식할 때 시키는 샐러드 같다. 러시아에서도 비싼 연어살이 들어가 있기 때문일까. 연어살의 붉은 빛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존재만으로 식탁의 분위기를 봄으로 만들어주는 느낌. 봄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갈망이 듬뿍 담긴 샐러드이다.


러시아인, 그들의 애피타이저


사실 서양 코스 요리의 원조는 러시아라고 할 수 있다. 추운 날씨 덕에 음식이 금방 식어버려 요리가 한 상에 나오지 않고 한번에 한 요리씩 서빙하던 것이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러시아에서는 난방이 발달해서인지 몰라도 이탈리아나 프랑스만큼 격을 갖추어 음식을 주문하거나 정해진 순서대로 서빙을 하는 모습은 많이 없어졌다. 물론 파인다이닝 등 격조높은 식당들은 아직 그렇겠지만 대중적인 식당들에서는 편하게 음식을 시킬 수 있다. 때로는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갓 애피타이저를 먹은 이후인데도 메인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디저트 먼저 먹을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니까. 그러나 애피타이저 본연의 의미. 입맛을 돋우는 역할에 충실한 러시아의 애피타이저들은 분명 있었다. 




 우선, 청어절임과 구운 감자. 잘게 자른 양파를 얹은 일종의 삼합 같이 먹는 요리가 있다. 실즈라는 매우 발음하기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항상 사진이 나온 메뉴에서 사진을 보며 이거 주세요 정도의 러시아어인 '빠잘루스따, 에따.'로 주문해서 실제로 발음할 일은 많지 않지만. 보드카 안주로도 사랑 받는 이 요리는 처음에는 비릴 것 같은 선입견을 깨고 청어의 지방이 선사하는 풍부한 맛을 맛볼 수 있다. 양파가 비린내를 잡아주는 느낌이며 감자가 무심한듯 음식의 무게감을 준다.



 두번째 요리는 러시아의 역사가 담긴 음식인 타르타르다. 한국의 육회와 무척이나 닮은 요리이다. 날것의 고기를 먹는 풍습은 전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러시아의 타르타르는 오랫동안 그들을 지배했단 몽골인의 식생활로부터 왔다. 날고기를 먹거나 육포로 만들어 먹는 유목민의 식습관이 수백년간의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통해 러시아에 정착된 것이다. 몽골의 이름을 딴 대신 타르타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당시 러시아인들이 몽골인들을 타타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맛도 육회랑 매우 비슷하여 육회가 먹고 싶을 때 종종 시키는 요리이다. 재료가 단순히 육고기에 국한된 것은 아니며 연어나 참치 등 붉은 살 생선들도 재료로 쓰기도 하다. 러시아 뿐만 아니라 서양 요리의 대표적인 요리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시베리아의 느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수구다이가 있다. 시베리아 지역에서 잡히는 연어를 기반으로 한 요리로 일종의 냉동 생선회 무침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내가 거주하는 모스크바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요리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좋은 식당에서 먹어서인지 본래의 수구다이 보다는 약간의 변주가 들어갔다. 새콤한 사과소스가 들어가 생선의 비린내는 잡고 입맛과 식감은 잡았다. 원래는 사과 소스를 곁들이지 않고 그저 생선회와 양파 등 간단한 채소 정도와 먹는 요리라고 알고 있다.평소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먹고 나서 하루쯤 맛의 잔영이 남을 정도로 강렬하게 맛있었는데 오히려 아내 쪽은 한 입 맛보고는 더 손을 대지 않았다. 약간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일 수도.






이전 01화 러시아인들의 컴포트 푸드, 수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