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질-2
물속에서 폐 속의 공기를 코로 내뿜으며 나는 몸을 일으킨다. 여전히 물에 잠긴 두 무릎을 꿇은 채로, 물 바깥으로 몸을 일으킨 나는 크게 벌린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신다. 두 손을 둥글게 말아 이마에서 정수리, 그리고 뒷목까지 젖은 머리카락을 짜낸다. 이제 두 눈을 다시 뜬다, 아주 천천히. 유독 더 밝아진 것 같은 욕실 내부를 훑어본다. 선반 한쪽에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같은 회색과 빨간색의 옷을 보니 절로 인상이 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