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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 분립

견제와 균형이 아닌 유착과 담합

by 채정완
삼권분립_acrylic on canvas_116.8X91.0_2024.jpg 삼권 분립 Separation of Powers, acrylic on canvas, 116.8X91.0, 2024

삼권 분립은 국가의 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누어 각 권력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정치 원칙으로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고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삼권분립을 체계적으로 이론화한 인물은 프랑스의 계몽 사상가 몽테스키외이다. 그는 자신이 집필한 '법의 정신'에서 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현대 삼권 분립의 기초가 되었다. 그 후 삼권 분립의 원칙이 구체적으로 실현된 것은 1787년 필라델피아 비밀 헌법 회의에서 세계 최초로 삼권분립을 명시한 미국 헌법이 제정되면서부터이다. 이후 프랑스 인권선언, 세계인권선언 등에 명시되며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의 기본 원칙이 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삼권 분립의 이상적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 중심의 정치체제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특정 정당에서 대통령이 선출되어 나오면 그 특정 정당은 입법부에 속해 있더라도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는커녕 무조건적인 지원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게 된다. 입법부에 속한 정당이 행정부로 권력을 집중시키는 하나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다.


사법부는 삼권분립에서 핵심 축으로 법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행정부와 입법부의 위법행위를 감시해야 하지만 현실에서 사법부 역시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판사의 임명이나 판결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정 정권이 사법부에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강요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사법부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권을 견제하는, 법의 중립성을 스스로 해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법부 출신의 정치인들 다수가 의회의 구성원이 되면서 사법부와 입법부의 사적 연결고리들 역시 권력 분립에 악영향을 미친다.


현대 국가의 행정업무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국제 외교, 경제 위기, 국가 분쟁 같은 대규모 문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행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날이 갈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그만큼 행정부로 권력이 집중되기가 쉬운 상황에서 세 부서 간의 견제가 약해지면 자연스레 정권을 쥐고 있는 행정부의 권력은 비대해지고, 그렇게 커진 권력은 남용되고 부패하여 국가의 체제를 흔들게 된다.


'삼권 분립' 작품은 이렇게 견제의 목적을 잊은 국가 권력 세 기관의 모습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서로의 잘못된 점을 견제하기보다는 각자 배출해 내는 부패한 모습을 받아주고, 덮어주려는 모습을 형상화하고자 한 작품이다.


현대 사회에서 삼권 분립은 단순히 권력의 분립만으로는 유지가 안 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삼권 간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면 결국 국민의 감시와 적극적인 참여를 촉진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삼권 분립을 단순한 정치 체제의 구조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인류가 성장해 오며 인간의 자유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정립한 사회적 약속이다. 우리가 그 원칙을 소홀히 한다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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