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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Diary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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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혜이 Oct 09. 2020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이소라 혹은 김동률

 목소리를 듣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서 좋다. 물론 내가 이소라나 김동률의 애완동물로 이 생애를 살아갈 수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여름에는 더워서 듣지 못한 그들의 목소리를 찬바람이 부는 지금 마음껏 듣는다, 따라 부른다. 이소라가 부른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와 김동률이 부른 그 노래를 번갈아가며 반복해서 듣는다. 계속 듣고 있다 보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부부싸움을 구경하는 기분이다.

 나와 같은 곳에서 같은 것만 보고 나와 다른 곳에서도 같은 것을 보는 사람을 찾고 싶다. 그래서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사랑할 때도, 싸울 때도 둘이 똑같은 말, 똑같은 표정, 똑같은 행동을 서로에게 하고, 보여주면서 영원히 괴롭고 행복하고 싶다. 하지만 사실 그런 사람 찾아볼 필요 없이 나 하나로 이미 충분하다. 내가 하는 말, 내가 짓는 표정, 내가 하는 행동 모두 다른 사람 구경하듯이 듣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영원히 괴롭고 행복하면 어떨지도 대충 짐작이 간다.

이소라: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김동률: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이소라: 내 마음이 헛된 희망이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김동률: 내 마음이 헛된 희망이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이소라: 그대 두 손을 놓쳐서 난 길을 잃었죠.

            허나 멈출 수가 없어요. 이게 내 사랑인걸요.

김동률: 그대 두 손을 놓쳐서 난 길을 잃었죠.

            허나 멈출 수가 없어요. 이게 내 사랑인걸요.

  나와 같은 곳에서 다른 것만 보고 나와 다른 곳에서는 당연히 다른 것을 보는 그런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해방감이 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뿐. 나는 금세 다시 내가 하는 생각을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듣고 싶어 진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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