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에 다녀왔다. 지난해에 이어 우린 또다시 하프 마라톤을 함께 달리기로 해 오랜만에 모인 것이다. 우리 사이가 30분 거리였을 때는 거절하기 쉬웠던 같이 뛰자는 말은 차로 4시간을 넘게 달려야만 서로에게 도착할 수 있는 사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 된다. 그리하여 이번 하프마라톤 코스는 프린스턴 대학가. 출발선에 운집한 젊은이들이 서로를 마주한 채 어딘가에 취한 듯 웃고 떠들며 즐거운 가운데 중년의 위기 셋은 그 주변에 서서 두 시간 페이서의 뒷모습만 애타게 바라봐 그 뒤를 따라가네 마네 결심하지 못한다.
어디선가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과해, 주위를 울려 퍼지는 그 소리 속에 우린 별 말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물결치는 뒤통수가 되어 달린다. 거칠던 숨소리가 잦아들고 초겨울 이른 아침 추위에도 따뜻하기만 한 몸으로, 아, 여기 왜 이렇게 오르막길이 많아, 불평하다, 언니, 아니, 내리막길 안 무서워요? 어떻게 그렇게 막 뛰어내려 가는 거야, 하면서 언니와 만났다 헤어지길 반복하다 보니 한 시간이 넘게 지나갔다.
허벅지 상태가 별로인 남편은 나와 언니 뒤를 보이지 않게 천천히 따라오다 마침내 우리 곁에서 나란히 달린다. 그 순간 내게 세컨드 윈드가 불어와 그 둘을 뒤로한 채 전력질주를 감행한다. 이렇게 달리기 막바지에 다다라 여태 달려온 거리를 모조리 지울 듯이 속력을 높일 수 있다니, 이게 뭐지, 의아하면서도 몸과 마음이 나는 걸 막을 길이 없다. 이대로 결승선까지 통과할 줄 알았지만 어느 송곳 같은 찰나 한꺼번에 피로가 몰려와 결국 익숙한 속도로 결승선 너머에 안착한다.
언니와 나는 이 날 하프마라톤 개인 신기록을 세웠다. 이렇게 나이 들수록 서서히 빨라지다 우린 빛의 속도로 사라지겠지, 란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다시 꼭 경험하고 싶어 세컨드 윈드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