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헤어졌는데,
나에겐 너의 흔적이 남아있어.
없어지지 않을 흔적이야.
정말 사소한 건데, 알려줄까?
평생 똑같았던 머리 스타일도
구부정하게 걷던 내 몸도
모르는 사람에 대해 평가 내리는 태도도
가끔은 귀찮아서 거짓말을 했던 내 습관도
생전 처음으로 모두 바꿔 봤어.
내가 너에게 "처음"이라는 말을 많이 썼지.
넌 믿지 않았을 거야.
이렇게 누군가에게 빠져본 게 처음이라, 내가 하지 않던 걸 시도하게 되더라.
넌 내가 바뀌는 게 싫었겠지만,
나는 네가 바꿔준 지금의 내 모습이 좋아.
바뀌는 내 모습이 너무 맘에 들어서
그렇게 바꿔준 너에게 고마웠어.
나를 좋은 사람, 멋진 사람 만들어주는 너였고,
그게 내가 널 사랑하는 한 가지 이유이기도 했어.
네가 내게 만든 관성이
아마 나를 더 멋지게 만들겠지.
하나 투정 부려보자면,
술을 입에 대지도 않던 내가
힘들 때 술을 찾는 사람이 됐다는 거야.
근데, 아쉽지 않아. 너랑 술 마시던 때 추억을 워낙 많이 쌓아서.
너의 흔적을 나는 지키고 사랑할래.
너와는 이제 더 이상 사랑을 하지 못하게 됐지만.
잘 가 라는 말을 계속 쓰게 되네.
너와 이별 중인 내가 마음이 정리되면, 안 쓰게 되겠지.
너가 자주 하던 말투로 이 글을 마무리 지을게.
안노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