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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Sep 23. 2021

넘치는 에너지, 수영을 배웠습니다

chapter 6. 싸움은 가드 올리기부터

약이 약해서 우울을 못 잡는다는 대학병원 K주치의 선생님의 판단으로, 내가 먹는 항우울제의 용량은 높아졌다.


나의 텐션도 덩달아 높아졌다. 그동안 부러워하던 지치지 않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바로 내가 된 것 같았다.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나는 쉬지 않고 활기차게 움직였다.


그 중심은 운동이었다. 크라브마가는 아침부터 뛰어가거나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이어지는 오후 수업 연달아 수강해도 문제없었다. 오히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바로 다시 가고 싶어할 정도로 의욕이 넘쳤다.


입원 때부터 슬금슬금 준비했던 수영 수업도 시작했다. 1회당 수강료를 내는 방식이라 무제한 정기권을 끊은 크라브마가처럼 자주 하지는 못 했지만 수영 역시 주요 일정이었다. 크라브마가가 체력과 깡을 끼우는 훈련이라면 수영은 힐링과 재활이었다.


다만 처음 수영을 시작했을 때는 호흡과 발차기를 연습하며 물 속으로 앞으로 나아가다가도 레일 중간에 우뚝 서기도 했다. 불쑥 고개를 내미는 격한 우울감 때문이었다. ‘우울하다’ 머리를 스쳐가는 이 한 마디에도 내 마음은 쉽게 요동쳤다.


물 속에 있던 회원이 물 밖으로 나와 서 있으면 수영 코치님은 달려와 힘드냐고 묻곤 했다. 수영을 가르치는 H코치님은 내가 우울증에 빠져 있는 걸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미 회원 실력과 자신감 케어에 능숙한 티칭 실력을 갖고 있었다. 코치로서 다정한 편이기도 해서 잘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지 않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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