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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Sep 24. 2021

수영 선생님한테 어리광부리지 마

수영을 배웠습니다

코치님의 배려가 있어도 한번 우울감이 올라오면 자책을 멈출 수 없었다. 수영은 처음인지라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어렵고 호흡은 더 어려웠다. 그래서 물을 마시거나 숨이 달려서 헉헉거릴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강하게 채근했다.


H선생님은 수영을 훈련하듯 가혹하게 시키고 싶지 않다며 힘들어하면 진도를 늦추고 라도 천천히 배우도록 해 줬는데, 결국 내가 힘들어하는 건 이렇게 좀 봐주는 코치님한테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수영 배운다며. 코치님한테 약한 척하려고 온 거야? 힘든 걸 티 내는 건 회사에서도 많이 그랬지. 이제 징징 거리는 건 정신과에서 하는 걸로 충분하지 않아?’


우울 시기를 겪으면서 ‘죽어야겠다’는 생각도 참 많이 했지만 이건 나 자신한테 했던 가장 나쁜 말로 기억하고 있다. 처음이라 힘든 걸 어리광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너무한데, 정신과에서나 가서 징징거리라니. 모르는 사람한테도 그렇게는 말할 것 같지 않았다. 이날의 것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럼에도 몸에 찰방찰방 거리는 물을 느끼는 시간은 재활 시간이라 느낄 만큼 좋았다. 점점 내 표정을 잘 이해하게 된 H코치님은 진도를 나가기 전 물에서 노는 시간을 충분히 주었고 키판을 잡고 첨벙거리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나는 어느새 크라브마가 보다 수영 가는 날을 더 손꼽아 기다렸다.


크마와 수영, 나의 행복한 시간은 이대로 계속되어도 좋을 것 같았다. 수영은 물에서 충분히 시원하게 헤엄칠 수 있을 때까지 배우는 게 목표였고 크라브마가는 통상 1~2년이 걸리는 옐로 벨트를 따는 게 목표였다. 이대로 꾸준히만 하면 모두 이뤄질 것 같았다. 어느 날부터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면서 신체 점검을 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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