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 없는 무술, 크라브마가의 재미
여성이 크라브마가에 처음 도전하면 생각지 못하게 부딪히는 일이 있다. 바로 신체접촉. 특히 주짓수와 같은 다른 운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예상치 못한 일일 수 있다.
(남성도 마찬가지겠지만 상대적으로 이런 운동을 해보지 않은 여성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
내가 크라브마가를 시작했던 올 초에만 해도 내가 다니는 체육관에는 여성회원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초기 생각지도 못하게 부딪혔던 걸림돌은 신체 접촉이다. 수강권을 끊으면서 체육관과 회원이 서로 나눠갖게 되는 계약서에도 신체 접촉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는데 당시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기에 가벼이 여겼다.
그런데 실제로 근접 전투라는 이름의 뜻처럼 크라브마가는 상대방과 마주해 몸싸움을 해야 하니 의외로 신체 접촉이 많은 무술이었다. 훈련 중 무조건 파트너가 있어야 하며 파트너와 상호작용으로 기술을 써야 한다.
모든 수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파트 중 그라운드나 맨손 호신술 등에서는 신체접촉이 많은 기술이 분명 있다. 그래플링에서는 누워 있는 상대방 위에 올라타야 하는 마운트라는 자세가 있고 맨손 호신술에서는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가슴을 끌어안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기술이 있다.
처음에는 여자 회원이 적은 탓에 그래플링도 부득이 남자여자 짝으로 해야 하거나 혼자 남은 여성 회원을 코치님이 직접 봐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민망한 게 있었으니 방금 배운 기술이 생각나지 않아 홀로 버퍼링에 걸려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끌어안고 있는데 다음 동작이 생각나지 않으면 그 상태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사이 옆 파트너들은 던지기까지 끝낸 후에도 나는 그대로 있게 된다. 이렇게 동작을 따라가지 못하는 민망함이 더 커 곧 자세의 뻘쭘함 정도는 가볍게 여기게 됐다.
또 내가 다니는 도장의 경우 이성이 짝일 경우 이런 동작에서 몸통 보호대를 하도록 되어 있다. 낭심 보호대 역시 관련 수업마다 거의 필수로 착용하는데, 이렇게 보호대가 있으면 조금 더 동작이 수월하고 부상의 가능성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좋다.
다행히 요즘엔 수업 가득 여자 회원이다. 이에 여성끼리 파트너를 하기에도 충분하기 때문에 이성과의 신체 접촉에 대한 고민은 크게 들지 않는다. 남성 입장에서도 남성끼리 했을 때 힘의 강도 조절이나 기술을 좀 더 거칠게 사용해도 돼서 편리한 면이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크라브마가는 아직도 남성이 배우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만약 그런 고민을 한다면 남녀가 골고루 있고 이런 면에서 배려가 있는 도장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