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상담에서 내 깊은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내가 이야기의 나쁜 배역일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던 것을 깨달았다.
나는 오랫동안 죄책감에 붙들려 있었다.
그리고 슬픔, 나는 슬픈 감정이 짙다.
내 감정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다가 슬픔으로 찾아오고 나서야 느낀다.
그러면 지금의 나는 그동안 혼자 힘들어했다는 생각에 슬픈 건가? 그냥 사람이 슬퍼도 되는 걸까?
감정에 끊임없이 이유나 답을 찾으려는 나
나는 그냥 슬픈데, 슬펐는데, 슬픈 감정은 비정상이라고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끝없이 이유를 찾았다. 슬퍼지지 않기 위해서
슬프면 그냥 슬퍼하면 되는 거였다.
너무 슬퍼서 그냥 울며 무너져도 때로는 괜찮다는 걸,
울며 무너지는 게 끝이 아니라는 걸
무너져야 일어날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걸 잘 몰랐었다.
마음껏 슬퍼하고 울자. 합당한 이유가 없어도 된다.
감정에 이유가 있나. 그냥 느껴지는 게 감정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