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신문을 극복했듯 축음기를 극복했다. 듣기는 읽기를 대체하지 못했다. 에디슨의 발명품은 시나 산문을 읊는 것보다는 음악을 연주하는 데 사용되었다.
20세기 동안 책 읽기는 치명적으로 보이는 위협을 받았는데, 이 위협들이란 영화 관람, 라디오 청취, 텔레비전 시청 등이었다.
-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중 -
고대 사상가들 중에는 사유와 성찰의 영역에서도 말하기/듣기가 읽기/쓰기보다 더 뛰어난 도구라고 주장한 이들이 있었다.
예수와 석가모니는 오로지 말로써 제자들을 가르쳤고, 소크라테스는 책과 독서에 반대했다. 불교와 동양철학은 여전히 깨달음은 경전 너머에 있다고 보는 관점을 견지한다.
진리가 적힌 책을 얻으려고 온갖 고생 끝에 서천에 도착한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이 처음으로 받은 불경은 아무 글자도 적히지 않은 책, <무자진경(無字眞經)>이었다.
- 장강명의 <책, 이게 뭐라고> 중 -
뇌의 구조를 고려할 때, 개념 획득 이전 인간의 뇌 속에 가득 차 있던 것은 비주얼한 이미지가 아니었을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비주얼한 이미지에 청각, 촉각, 후각 이미지 등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육체의 전 감각 기관과 리얼리티와의 만남을 통해 생긴 '전(全)감각 복합적 기억 단편(이미지)'이다. 이것이 바로 개념 이전의 개념이며, 여기서 개념이 생겨났으므로 '원개념(原槪念)' 또는 '전개념(前槪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중 -
연구 결과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으로 인해 특정 부분의 특정 인지적 능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강화되었다. 이 능력들은 손과 눈의 조화, 반사적 반응 그리고 시각적 신호에 대한 처리와 같은 낮은 수준의 원초적인 정신적 기능들이다.
2003년 <네이터(Nature)>에 발표된 후 자주 인용되는 비디오 게임에 대한 연구를 보면, 컴퓨터로 액션 게임을 한 청년 그룹은 열흘 후 여러 다른 이미지와 업무들 사이에서 시각적인 초점을 바꾸는 속도가 상당 수준 증가했다. 베테랑 게이머는 초보자에 비해 시야 내에 있는 물건 중 상당 부분을 더 알아볼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