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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원 Oct 15. 2021

새는 돈을 막자

피학적 소비 2

이 책을 집에서는 쓰기가 어렵다. 우리 아기들이 ‘아빠 놀자’라고 떼를 써서다. 그래서 코로나가 심할 때는 기타의 장소에서, 코로나가 조금 잠잠할 때는 동네 도서관에서 주로 글을 쓴다. 도서관에 가면 늘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인다. 도시락을 먹을 장소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난 항상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그런데 놀라운 게 하나 있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도시락을 먹는 이가 나뿐일 때가 많다. 다들 근처의 식당에 가서 사 먹는 것이다. 속으로 ‘돈이 새는구나’하고 생각한다. 아마 도서관에 온 분들 중 내가 최고 부자 중 한 명일 텐데, 흠... 안타깝다. 도시락을 먹으면 돈도 아끼지만 식당가는 시간과 식사가 나올 때까지의 기다리는 시간,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시간까지 총 네 가지를 아낄 수가 있다. 새는 시간과 새는 돈만 막아도 ‘부’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세일즈맨으로 금융사에서 18년간 근무하면서도 정장은 늘 한 벌이었다. 여름에만 입는 얇은 정장이 하나 더 있긴 하다. 매일 정장을 입지만 한 벌이면 충분했다. 외근을 안 하는 휴일 아침에 세탁소에 맡기면 밤에는 나오므로 더 필요하지는 않았다. 내 양말이 10개면 5개 정도는 늘 구멍이 나 있다. 아무도 모른다. 간혹 좌식으로 앉는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볼 수도 있지만 괜찮다. 다들 내가 구멍 난 양말을 신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늘 다니다가 구멍 난 것으로 생각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물론 구멍이 10CM 이상 정도로 커지면 나도 버린다. 브랜드 좋은 운동화는 평생 두 번 사봤다. 두 번 다 서른이 넘어서 부자가 된 뒤에 산 6만 원대의 나이키 운동화다.


마트에 가면 ‘요즘 비싼 것’과 ‘요즘 싼 것’이 있다. 얼마 전에도 계란이 한판에 1만 원을 넘을 때가 있었지 않던가. 안 먹으면 된다. 계란 말고도 ‘요즘 싼 것’들이 많다. 즉 내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때에, 그날따라 너무 먹고 싶은 것이 아닌 이상 ‘요즘 싼 것’ 위주로 먹으면 된다. 그리고 ‘요즘 싼 것’이 제철음식일 확률이 높으니 오히려 몸에도 더 좋다.


친구가 제주의 호텔에 놀러 왔다. 함께 저녁을 먹으러 호텔로 갔고 피자와 통닭을 배달시켜서 먹었다. 피자 2조각, 치킨 몇 개가 남았다. 친구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내가 가져갈 테니 버리지 마’라고 할 겨를도 없었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갔다. 난 남은 배달음식은 다음날 반찬으로 주로 먹는데, 너무 아까웠다. 이 친구도 부자 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국물을 우려내고 남은 멸치와 무, 새우와 대파 등은 따로 용기에 담아놓는다. 식사때 간장이나 고추장에 찍어서 먹으면 나름 훌륭한 반찬으로 변신한다. 사실 맛은 별로 없으나 아깝지 않은가. 그냥 버리기에는.


모 대기업의 회장님이 고객들을 상대하기 위해 골프를 치며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쓴다. 그러나 만 원 정도 하는 본인의 찢어진 골프장갑은 꿰매서 쓰신다고 한다. 본받아야 한다. 그리고 당연한 것 아닌가. 내 회사에 수백억 원의 이익을 안겨다 줄 수도 있는 고객을 상대하려면 골프에 수백만 원은 써도 된다. 하지만 만 원이 아닌 5천 원짜리 장갑이라도 꿰매서 더 쓸 수가 있는데 왜 새것을 사는가. 짠돌이로 소문난 방송인 김종국과 김생민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그들의 검소함이 내가 보기에는 당연해 보이는데 사람들은 감탄한다. 그런 검소한 행동들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배워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자. 게다가 좋은 행동들이지 않은가. 자연과 환경에게도, 그리고 타인과 스스로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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