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지우 그림책, 달그림
올해도 여지없이 가을이 왔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만나는 계절에는 그 만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다. 계절이 바뀔 때 부는 바람이 길을 걷다가 아는 사람 만난 것 마냥 반갑고 설렌다.
그림책 <때>의 첫 장면이 강렬하게 다가온 건 그 때문이다. 드디어 때가 되어 이태리타월과 '그 사람'이 만난 것이다.
저 표지 속 사람은 어떤 때를 만나든 초연할 것만 같은 뒷모습을 가졌다.!!
이태리타월과 '그 사람'은 지금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나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이때를 잘 보내야 한다. 이태리타월은 몸을 쫘악 비틀어 물기 한 번 쭈욱 빼고, 때를 만나러 출발한다.
어디가 살살 흔들 때인지,
돌돌 말려 나오는 때인지,
쓱싹 쓰윽싹 미끄러질 때인지,
탁탁, 뒤집을 때인지,
아니면 날아오를 때인지,
이태리타월은 다 알고 있다.
누구나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싸악~
밀어내도 때가 되면 또 쌓이는 때처럼
누구나 다 때를 만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 그래서 곧잘 막막하고 울고 싶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조차도 아아~~ 지금은 울어도 되는 때이구나.. 하게 되는 게 또 인생이다. 이 그림책은 이런 중의적인 표현, 그야말로 인생의 묘미를 잘 그려준 것 같다.
이 그림책을 보고 생각난 영화 속 명대사가 있다.
꽤나 오래된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춘희(심은하)의 대사이다.
“하아~
때 목욕을 하면 한 달치 식량을
쌓아 놓은 것처럼 든든해.”
그림책 속 이태리타월도 말한다.
누구나 다 때가 있어. 그러니 다시 만날 때가 온다고.
쌓아 놓은 한 달치 식량이 든든한 이유가 아닐까.
#지우그림책 #때 #나만의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