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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Dec 19. 2024

싸리비 / 권분자

산문


      싸리비      


권분자



 깨진 거울이 버려진 마당을 나간다.

 반짝이는 유리조각을 쓸어 담는 데는 싸리비가 제격이다. 

몽당하게 닳을수록 창창해지는 뼈! 

키 큰 나무에 가려져 큰 탓에 그늘을 소화 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찬 서리를 맞아 순식간에 잎을 떨군 싸리나무, 

질끈 묶여있어도 비탈을 움켜쥐던 힘이 성급히 피었다 지는 목련까지 쓸어낸다. 

싸리나무가지 끝에 생겨난 상처는 마당을 쓸 때마다 아리고 또 아리다.

때 늦은 싸락눈 위에 총총 걸어간 새의 발자국도 지워내는 싸리비, 

술에 취한 남자가 골목길에 찍어놓은 엇갈린 발자국도 공감한다는 고갯짓이다. 

이른 아침 마당을 쓴다는 것은 서로의 몸통을 뭉개는 일, 

출산으로 튼 내 아랫배도 어쩌면 싸리비가 남긴 흔적 같다. 

개가 탕진한 밥풀이 개똥 무더기 근처를 서성거려도, 

온 몸으로 치워주는 한 생애가 

나는 어처구니없게도 살아갈 날이 몽당해지고서야 조금은 이해된다. 

깨진 거울조각을 쓸다가 흙 마당에 남겨진 빗살무늬에서 

세월의 속도가 촘촘하다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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