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깨진 거울이 버려진 마당을 나간다.
반짝이는 유리조각을 쓸어 담는 데는 싸리비가 제격이다.
몽당하게 닳을수록 창창해지는 뼈!
키 큰 나무에 가려져 큰 탓에 그늘을 소화 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찬 서리를 맞아 순식간에 잎을 떨군 싸리나무,
질끈 묶여있어도 비탈을 움켜쥐던 힘이 성급히 피었다 지는 목련까지 쓸어낸다.
싸리나무가지 끝에 생겨난 상처는 마당을 쓸 때마다 아리고 또 아리다.
때 늦은 싸락눈 위에 총총 걸어간 새의 발자국도 지워내는 싸리비,
술에 취한 남자가 골목길에 찍어놓은 엇갈린 발자국도 공감한다는 고갯짓이다.
이른 아침 마당을 쓴다는 것은 서로의 몸통을 뭉개는 일,
출산으로 튼 내 아랫배도 어쩌면 싸리비가 남긴 흔적 같다.
개가 탕진한 밥풀이 개똥 무더기 근처를 서성거려도,
온 몸으로 치워주는 한 생애가
나는 어처구니없게도 살아갈 날이 몽당해지고서야 조금은 이해된다.
깨진 거울조각을 쓸다가 흙 마당에 남겨진 빗살무늬에서
세월의 속도가 촘촘하다는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