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어김없이 마을 입구에는 큰 나무가 서 있듯이
내 어머니도 그렇게 <광명 아파트>에 든든하게 뿌리박고 계신다
도심 속 오래된 나무인 내 어머니는
이웃 노송들 대부분이 요양병원 정원으로 옮겨졌어도
깊은 뿌릿발 한 발짝도 떼지 않으셨다
십여 년 전부터 이미 그녀는
척추, 대퇴골, 갈비뼈 두어 번씩 부러지는
낙뢰도 강풍도 둘레 18평 안에서 다 경험 하셨기에
겨우 밑둥만 남아 남에게 의지하는
신세 가여운 버팀목이 되셨다
살아있어도 사는 것 같지 않으실 테지만
어찌되었건 내겐 너무 든든한 나무 '205호' 이시다
병마에 속수무책 썩어가면서도
누웠다가 앉았다가 무던히도 용쓰는 건
쉰에도 철들지 않는 나를 위해
서서히 고사되기 위한 이유가 있으신 거였다
그런데 가보<家寶>인 나무, 뭔 일인지
푸석푸석 내게 건네는 말
'이젠 죽는 게 더 편안할 것 같구나' 하신다
덜컹 내려 앉는 내 가슴달력에
슬픈 기일<忌日> 정해 놓고
그 숫자에 붉은 동그라미 치게 하시려는 듯
잡고 있는 내 손이 느껴지는 건
나무의 피죽 힘뿐
자꾸만 고개 푹 떨구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