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1946년, 한국이 일본을 점령했다

26화 - 전화

by 팬터피

**통화시 경찰서**

결국 맨손으로 서에 돌아온 츠즈키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웠다. 두 번이나 큰소리를 치고 나왔으나 허탕을 친 게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서장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면이 서질 않았다.


‘이제 남은 건 만두집 사장뿐이다. 어찌 됐든 놈을 옭아매서 내 수하로 만들어야 한다.’


그는 서장에게 뭐라 둘러댈지 고민하며 서장실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하필 자신이 정말 한심하게 생각했던 켄타가 서장과 같이 있었다. 그에게 이런 비참한 꼴을 보이게 되다니 ‘오늘은 진짜 최악이구나’라고 그는 생각했다.


“다녀왔습니다, 서장님.”


“오~ 그래. 그 독립군 놈은 잘 잡았나?”


“죄송합니다. 아쉽게도 놈은 이미 그곳을 뜬 상태였습니다. 혹시 몰라 놈이 돌아올까 해서 근처에 몇 명을 배치해 뒀습니다.”


“흠··· 또 실패인가? 기동대까지 동원해 난리법석이더니 이번에도 빈손으로 왔다고?”


예상했던 서장의 반응에 그는 짜증이 났다. 현장 상황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안에서 말로만 일하는 놈이 뭘 안다고 짖어대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대신 만두가게 사장에게 덫을 쳐놓고 왔으니 조만간 연락이 올 겁니다.”


“아직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데 뭐 잘 되겠나? 넌 김좌진 그놈이나 잡고 이 지역 놈들 처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는 건 어떤가?”


“아닙니다. 잘 풀리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제게 시간을 주십시오.”


처음부터 혼자 벽돌을 다 쌓고 이제 지붕만 올리면 되는 집을 딴 놈 주라니 그건 안 될 일이었다.


‘저 서장 놈은 잘 나가는 아랫사람 견제해서 자기 자리 지키는 거 빼곤 아무것도 없는 껍데기다’라고 츠즈키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근데 켄타 자넨 무슨 일인가?”


“고향 가기 전에 서장님께 인사드리러 왔네.”


“결국 내려가는구만. 언제 돌아가나?”


“다음 주에 가려고.”


“그래, 잘 선택했네. 집만큼 편한 곳이 없지.”


“몸 조심하고 잘 지내고. 서장님, 저는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한 번 놀러 오십시오.”


“그래. 잘 가게나. 타지에서 고생 많았네.”


켄타가 서장에게 경례 후 악수를 나눈 뒤 서장실을 나섰다. 켄타가 나가자마자 서장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그래서 어찌할 계획인가 이제?”


“황익수라는 놈이 만두집 사장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곧 사장이 조사받으러 오면 그 부분을 활용하여 정보원 제안을 다시 할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네. 지금 중요한 건 김좌진이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날 오는 게 맞는지, 뭘 하려는지 등등의 정보가 있어야 더욱 철저히 그날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데 말이지··· 근데 그 사장 놈이 안 넘어올 경우의 수도 생각해야지.”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 놓친 황익수란 놈 추적도 계속하는 중입니다. 안 그래도 다른 정보가 더 있는지 김가 그놈에게 연락해 볼 참이었습니다.”


솔직히 지금 달수에게서 그닥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츠즈키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빈손으로 온 지금 상황에서는 서장의 비위를 달래주면서 장단도 맞추는 게 필요했기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어냈다.


“좋아. 잘하고 있구먼. 그럼 지금 당장 연락해서 관련 정보를 캐보게. 이제 시간이 많이 없네.”


“아··· 지금 말씀이십니까?”


“그래, 여기서 지금. 그래야 오늘 뭐라도 더 찾아보지 않겠나.”


“아··· 네···”


서장의 요청에 츠즈키는 난감해했다. 지금 연락해 봤자 딱히 더 뽑아낼 게 없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서장의 지시이니 우선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달수의 집**


그 시각 달수의 집에는 형원이 그곳을 수색하는 중이었다. 그는 집 내부에 다른 사람 손을 탄 티가 안 나게 하기 위해 서서히 조심히 옷가지들을 뒤적이던 중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긴장한 탓에 형원은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잡고 있던 옷을 떨어뜨리고 뒤로 돌아봤다. 처음에는 전화를 받을 생각이 없어 다시 고개를 돌려 떨어뜨린 옷을 다시 주워 원래 자리에 놓았다.


그러나 전화가 계속 오니 누굴지 궁금해졌다. 만약 일본 경찰이나 군 관계자라면? 그렇다면 달수가 배신자라는 것이 확실해지는 것이다.


어찌해야 하나··· 받아야 하나? 아니면 그대로 둬야 하나? 만약 전화를 받았다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다면? 하지만 이 전화가 적이라면? 혹시 배신자라면?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손끝이 떨렸다.


그렇게 고민하며 전화기 앞으로 다가갔다. 수화기를 딱 잡는 순간···.. 전화가 끊겼다. 더 이상 벨소리가 나지 않았다. 형원은 그냥 받을걸 하고 아쉬워하며 고개를 돌렸다.





**경찰서 서장실**


꽤나 오래 지났지만 상대는 응답이 없었다. 츠즈키는 차라리 잘 됐다 싶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아마 일을 하러 간 것 같습니다.”


“음··· 그래? 아쉽구먼··· 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만 더 해보게.”


“네?”


“혹시 모르지 않나. 왜? 내가 할까?”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오늘따라 왜 이리 쓸데없는 걸로 사람을 귀찮게 하는지 경감은 영문을 몰랐다. 뭐 대단한 거 아니니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달수의 집**


따르르르릉!


아쉬워하던 형원의 뒤로 다시 벨소리가 들렸다. 그는 다시 전화기로 갔다. 또 똑같은 고민을 했다. 수화기를 잡고 망설였다. 그러다가 결국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귀에 대고 아무 말도 없이 있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 들리나?”


형원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누구였더라.


“여보세요? 왜 말을 안 하나?”


그제야 형원은 이 낯익은 목소리가 누구인지 기억해 냈다.


‘아! 이럴 수가. 이 사람이 왜?’





**경찰서 서장실**


뚜루루루루루 뚜루루루루루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답이 없자 경감은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안 받습니다. 아무래도 일을 간 것 같습니다.”


“알았다. 어쩔 수 없지. 아무튼 덫을 촘촘히 쳐야 해. 김좌진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알았나?”


“네. 실수 없이 잘 준비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깍듯이 인사를 하고 서장실을 나온 츠즈키는 문을 닫자마자 혼자 되뇌었다.


“무능하고 멍청한 새끼. 이번 것만 끝나면 넌 내 구두나 닦아야 할 거다.”





**챠샤오빠오**


진은 거의 뛰는 것과 진배없는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식당으로 돌아갔다. 주방장에 자기까지 없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저녁 준비를 하기 버거울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대한 빨리 가서 일을 거들려 했다.


그러나 식당 앞에 다다랐을 때, 문을 잠그고 있는 사장이 멀리서 보였다. 그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빠르게 뛰어가 사장에게 인사했다.


“사장님, 문을 왜 닫으세요?”


“아, 생각보다 일찍 왔구만. 주방장은 좀 어떤가요?”


“이마 등이 찢어지고 갈비뼈가 부러져 며칠 입원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 그렇구만. 괜히 나 때문에 주방장과 자네가 고생했네. 정말 미안하네. 근데 병원은 어딘가요?”


“개천 다리 건너 시장 들어가기 전에 있는 작은 의원입니다.”


“아··· 거기 의사 양반이 이 지역에선 제일 낫죠. 고생했어요. 근데 며칠이나 입원하라던가요?”


진은 사장이 문을 닫고 있는 게 뭔가 느낌이 싸한데, 사장이 자꾸 다른 말을 하자 뭐라 말을 끊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걸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사장님, 그것보다 문은 왜 닫고 계십니까?”


“다음 주까지 식당을 쉬기로 했어요. 그래서 정리만 하고 다 돌아갔지. 자네도 그만 들어가서 쉬게나. 25일까지 쉬고 그다음 날 출근하면 됩니다.”


“네? 혹시 다들 나간 지 얼마나 됐나요?”


“아마 일각쯤(15분)? 쉬는 동안의 일당은 주겠네. 들어오···”


사장이 잠근 문을 다시 열고 뒤를 바라봤을 때 이미 그는 시야에서 사라진 후였다.


찜통 같은 7월의 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땀은 눈으로 흘러들었고, 숨은 차올라 목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잠시도 멈출 수 없었다. 단 1초라도 늦으면 모든 게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무조건 내가 먼저 도착해야 해.’




**달수의 집**


“뭐야? 안 들리나? 내가 다시 전화하겠네.”


이 말을 남기고 전화가 끊어졌다. 형원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단번에 누군지 알지는 못했으나 이내 곧 그가 누군지 기억해 냈다. 그는 바로 아까 인력거를 탄, 경찰이 쫓던 그 사람이었다.


‘뭐지? 그 사람은 분명 독립군일 텐데. 그러니 기동대가 혈안이 되어 그를 찾아다녔을 텐데. 그렇다면 달수 이 자는 정말 독립군이 맞는 것인가?’


당혹스러운 마음에 멍하니 이 사태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다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수화기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전화기 소리 때문에 아주 선명하게 들리진 않았지만, 두꺼운 나무로 만든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형원은 그 소리를 듣고 방 안에 숨을 곳을 찾았다만, 가뜩이나 휑한 집에 어디 하나 숨을 곳이라곤 없었다. 여기서 문을 열면 들어오는 사람과 바로 정면으로 마주칠 게 분명하다.


‘싸워야 하나? 아니면 독립군인지 몰랐다고 이제 당신을 믿는다고 너스레를 떨며 나갈까? 아니면 얼굴을 손수건으로 감싸고 냅다 뛰쳐나갈까?’


형원은 이 상황을 어찌 넘겨야 할지 너무나 초조하고 난감했다.




[독립운동가 인물평전]


우덕순 (禹德淳, 1876~1950)


우덕순은 안중근 의거에 가담한 독립운동가로, 1909년 안중근, 조도선, 유동하 등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 처단을 위한 7인 동맹을 조직했다. 그는 하얼빈 의거 전, 채가구역에서 이토를 저격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이후 안중근이 하얼빈역에서 거사를 성공시켰다. 체포된 후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출소 후에도 독립운동을 지속했다. 해방 후 고향에서 은거하다 1950년 한국전쟁 중 사망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출처: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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